국제

미 공군 B-21 증산 검토… F-22 실패 안 캔다

 미국이 차세대 주력 스텔스 폭격기인 B-21 '레이더'의 조달 규모를 당초 계획했던 100대보다 대폭 늘리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미 공군은 그동안 노후화된 B-1B와 B-2를 대체하기 위해 최소 100대의 B-21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으나, 최근 급변하는 국제 안보 환경이 이러한 계산법을 완전히 뒤흔들고 있다. 펜타곤 내부에서는 현재의 목표치가 미래 전쟁의 수요를 감당하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졌으며, 이에 따라 적정 도입 수량을 재산정하는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러한 전략 수정의 배경에는 과거 세계 최강의 전투기로 불렸던 F-22 '랩터'가 남긴 뼈아픈 교훈이 자리 잡고 있다. 미국은 과거 99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도 냉전 종식과 비용 부담을 이유로 F-22의 생산 라인을 단 187대 만에 폐쇄하는 결정을 내렸다. 당시에는 합리적인 선택처럼 보였으나, 이후 중국의 군사력이 급성장하며 J-20 스텔스 전투기와 고성능 방공망을 촘촘히 구축하자 상황은 반전됐다. "너무 비싸서 줄였다"는 과거의 판단이 현재에 이르러서는 "전략적 수량이 부족하다"는 치명적인 약점으로 돌아온 셈이다.

 


특히 최근 이란을 상대로 수행한 장거리 타격 작전은 스텔스 폭격기 증산론에 결정적인 명분을 제공했다. 당시 미군은 이란의 견고한 핵시설과 미사일 기지를 타격하기 위해 단 20대에 불과한 B-2 스피릿에 전적으로 의존해야 했다. 하지만 정비 주기가 길고 임무 가능률이 55% 수준에 머무는 기체 특성상, 실제 작전에 투입할 수 있는 수량은 극히 제한적이었다. 만약 중국과 같은 강대국과 고강도 장기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라면, 현재 계획된 100대의 B-21만으로는 전선의 압박을 견디기 어렵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중국이 최근 열병식에서 선보인 DF-61 등 장거리 미사일 전력의 확대는 미국의 전방 기지 운영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 전시 상황에서 한국이나 일본, 괌의 활주로가 공격받을 경우 미군 전투기들의 지속적인 출격 능력은 크게 저하될 수밖에 없다. 이런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미 본토나 안전한 후방에서 출격해 적의 핵심부를 정밀 타격할 수 있는 B-21의 가치는 절대적이다. 군사 전문가들 사이에서 100대가 아닌 최소 200대 이상의 기체가 확보되어야만 중국의 거부 전략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 힘을 얻는 이유다.

 


미 공군은 이미 B-21의 대량 생산을 위한 사전 정지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지난 2월 제작사인 노스럽그러먼과 대규모 계약을 체결하며 생산 역량을 기존보다 25%가량 끌어올리기로 합의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는 표면적으로는 인도 일정을 앞당기기 위한 조치로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향후 결정될 대규모 추가 조달 물량을 소화하기 위한 기반 시설 확충의 성격이 짙다. 펜타곤은 내년 봄 제출할 예산 요구안에 더욱 구체적이고 확장된 B-21 조달 계획을 명시함으로써 증산 의지를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미국은 B-21 증산과 더불어 6세대 전투기인 F-47과 무인 협동 전투기(로열 윙맨) 개발을 동시에 추진하며 공중 전력의 전면적인 세대교체를 진행 중이다. B-21이 적진 깊숙이 침투해 타격의 물꼬를 트면, F-47과 무인기 편대가 제공권을 장악하는 입체적인 작전 개념이 핵심이다. 하지만 이 모든 첨단 자산의 운용 역시 결국 '충분한 수량'이 뒷받침되어야만 전략적 실효성을 거둘 수 있다. 미국이 B-21의 도입 규모를 다시 들여다보는 것은 단순한 무기 체계 확충을 넘어, 중국과의 장기 패권 경쟁에서 절대 우위를 놓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서울 학교 3개 노조, '업무 핑퐁' 멈추려 손잡다

 학교 현장에서 업무 분장을 두고 고질적인 갈등을 빚어온 교원과 행정직, 교육공무직 노동자들이 서로를 향했던 화살을 거두고 교육청의 행정 혁신을 요구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서울지부와 서울교육청노동조합, 전국교육공무직본부 서울지부는 11일 서울 용산구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교육노동자연석회의'의 공식 출범을 선언했다. 서울 지역 학교 내 서로 다른 세 직종의 노동조합이 교육공동체 회복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내세우며 상설 연대 기구를 결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과도한 학교 업무 총량을 줄여 교육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연석회의가 결성된 배경에는 최근 몇 년간 급격히 늘어난 학교 행정업무에 대한 현장의 비명이 자리 잡고 있다. 늘봄학교의 전면 도입과 유보통합 추진, AI 및 에듀테크 기반 교육 확대 등 대형 국가 교육 사업이 잇따르면서 학교가 감당해야 할 업무량은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분석이다. 이 과정에서 교육청이 명확한 업무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채 학교 현장에 책임을 떠넘기면서, 교무실과 행정실 사이에서는 이른바 '업무 핑퐁'이라 불리는 떠넘기기 경쟁이 일상화되었다. 이는 결국 동료 간의 불신과 갈등을 조장해 학교 교육공동체를 붕괴시키는 주범이 되었다는 것이 현장의 공통된 시각이다.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각 단체 대표들은 학교가 더 이상 업무의 늪에 방치되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이철웅 서울교육청노조 위원장은 행정실과 교무실이 매일같이 업무를 두고 대립하며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현실을 '방관 행정'의 결과라고 규정했다. 교육청이 주도적으로 업무를 조정하고 감축하기보다 학교 구성원 간의 자율적 합의라는 명목하에 갈등을 방치해왔다는 지적이다. 홍순희 전교조 서울지부장 역시 노동자들이 생존을 위해 동료에게 업무를 전가해야만 하는 잔인한 구조를 멈추기 위해 연대와 협력을 선택했음을 강조했다.연석회의는 향후 활동의 핵심 방향으로 '뺄셈 행정'과 '민주적 학교 문화 조성'을 제시했다. 불필요하고 비효율적인 전시성 행정 업무를 과감히 삭제하여 교사와 직원들이 학생 맞춤형 지원 등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학생맞춤형통합지원이나 이주배경학생 지원 등 갈수록 복잡해지는 교육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직종 간의 칸막이를 낮추고 상호 존중하는 문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들은 교육청이 업무 총량 감축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할 때까지 공동 행동을 이어갈 방침이다.이번 연석회의 출범은 서울시교육청 내 11개 교육 관련 노조 전체로 확산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현재는 3개 노조로 시작하지만, 학교 업무 과부하 문제가 전 직종에 걸친 공통된 고통인 만큼 다른 노조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만약 연석회의의 규모가 커지고 직종 간 단일대오가 형성될 경우, 그동안 직종별 갈등을 이용해 정책을 추진해온 교육 당국의 행정 방식에도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학교 현장의 노노 갈등을 해소하고 새로운 노사 관계 모델을 정립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서울시교육청은 이번 연석회의의 요구에 대해 학교 업무 정상화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현장 노동자들은 단순한 검토를 넘어 인력 충원과 업무 이관 등 가시적인 조치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당분간 긴장 상태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교육공동체 회복을 기치로 내건 사상 첫 3개 직종 연합체가 학교 현장의 고질적인 업무 갈등을 해결하고 진정한 교육 혁신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 교육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