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연상호 신작 ‘군체’, 칸서 5분 기립박수…전지현 “韓 영화 활력 되길”

 연상호 감독의 신작 ‘군체’가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되며 뜨거운 환호를 받았다. 전지현, 구교환, 지창욱, 신현빈, 김신록 등 화려한 배우진과 함께 칸 레드카펫에 선 연 감독은 10년 만에 자신의 좀비 3부작을 마무리하는 작품으로 다시 세계 무대에 올랐다.

 

‘군체’는 지난 16일 현지시간 자정을 넘겨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서 프리미어 상영됐다. 상영 전 레드카펫에는 칸영화제 총감독 티에리 프레모를 비롯해 한국인 최초로 칸영화제 심사위원장을 맡은 박찬욱 감독도 함께해 의미를 더했다. 연 감독은 2012년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으로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된 뒤, 2016년 ‘부산행’으로 전 세계에 한국형 좀비물의 가능성을 알린 바 있다.

 

새벽 3시께 상영이 끝난 뒤 뤼미에르 대극장에는 박수가 쏟아졌다. 2300여 명의 관객은 약 5분간 기립박수를 보내며 작품에 대한 호응을 드러냈다. 다음 날 인터뷰에 나선 배우들은 여전히 벅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전지현은 “‘군체’가 한국 영화계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는 작품이 됐으면 한다”며 책임감과 기대를 함께 전했다.

 


영화는 생명공학 컨퍼런스가 열리는 서울 도심의 고층 빌딩을 배경으로 한다. 미친 과학자 서영철 역의 구교환이 테러를 예고한 뒤, 빌딩 안에서는 정체불명의 생명체가 부화하며 순식간에 재난이 시작된다. 처음에는 불완전한 형태로 움직이던 생명체는 시간이 흐를수록 집단지성을 갖추고 빠르게 진화한다. 밀폐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생존 싸움은 인간이 위기 속에서 무엇을 지키려 하는지 묻는다.

 

연 감독은 이 작품의 출발점이 인공지능에 대한 질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가 쌓여 만들어지는 보편적 사고의 총합이 인간 개개인의 고유한 생각, 특히 소수 의견까지 담아낼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에서 이야기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 질문을 좀비 장르와 결합해 개별성과 집단성, 진화와 정상성의 의미를 되묻는 서스펜스로 확장했다.

 

전지현은 좀비 무리에 맞서는 인간 생존자들의 리더로 극의 중심을 이끈다. 연 감독은 전지현에 대해 “나의 자부심”이라고 표현하며 캐스팅을 위해 모든 것을 맞출 준비가 돼 있었다고 밝혔다. 구교환은 ‘반도’, ‘괴이’, ‘지옥’ 등에 이어 다시 연 감독과 호흡을 맞추며 “함께하는 작업의 즐거움이 계속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작품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는 장면은 다리를 쓰지 못하는 누나 현희 역의 김신록의 동생 현석 역의 지창욱이 지게에 업고 사투를 벌이는 모습이다. 두 사람이 한 몸처럼 움직이는 비주얼은 영화의 핵심 메시지와 맞닿아 있다. 김신록은 좀비들이 이 남매를 모방하는 장면에 대해 “인간 사회가 말하는 정상성과 진화의 기준이 얼마나 좁은지를 보여주는 역설”이라고 설명했다.

 

칸을 처음 찾은 구교환은 상영 분위기를 “세계 관객들과 설레는 소개팅을 한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신현빈은 “칸에서 받은 응원의 에너지를 그대로 안고 한국 관객들을 만나겠다”고 말했다. 칸에서 먼저 반응을 확인한 ‘군체’는 오는 21일 국내 극장에서 개봉한다.

 

서울 도심 철도 마비시킨 붕괴 사고… 퇴근길 '대혼란'

 서울 서대문구의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상판을 지탱하는 거더가 무너져 내리는 참사가 발생했다. 26일 오후 2시경 발생한 이번 사고로 현장을 점검하던 감리단장과 관리소장, 외부 전문가 등 3명이 목숨을 잃고 3명이 다치는 등 총 6명의 사상자가 집계됐다. 철거 공사의 마지막 구간을 남겨두고 구조적 이상 징후를 확인하기 위해 투입된 인력들이 갑작스러운 붕괴에 휘말리면서 인명 피해가 커졌다.사고가 난 서소문 고가는 1966년 준공된 국내 최고령 고가도로로, 이미 수년 전부터 안전 등급 D등급을 받을 만큼 노후화가 심각했다. 지난해 9월부터 본격적인 철거가 시작되어 전체 공정의 90% 가까이 진행된 상태였으나, 철도가 지나는 핵심 구간인 S8·S9 지점에서 결국 사달이 났다. 이날 새벽 작업 중 상판이 2.9cm가량 가라앉는 침하 현상이 발견되어 공사가 중단됐고, 오후에 정밀 진단을 위해 전문가들이 구조물 내부로 진입한 직후 거더가 끊어지며 무너졌다.현장 주변 상인과 주민들은 이번 사고가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평소에도 철거 작업 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이 심각했으며, 지지대 설치 등 안전 조치가 육안으로 보기에도 부실했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특히 열차가 수시로 통행하고 고압선이 흐르는 위험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노후 구조물의 특성을 고려한 세밀한 철거 공법이나 안전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사고의 여파는 도심 교통 마비로 이어졌다. 고가 아래를 지나는 선로에 구조물이 덮치면서 서울역과 신촌역을 잇는 열차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이로 인해 행신역과 서울역 사이의 KTX 운행이 멈췄고, 경부선과 호남선 등 주요 간선 철도의 운행 구간이 조정되면서 이용객들이 큰 혼란을 겪었다. 코레일은 긴급 복구팀을 투입했으나 파손된 구조물의 무게와 고압선 복구 문제로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정치권과 정부도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사고 보고를 받은 직후 부상자 치료와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할 것을 지시하며, 원인 규명을 위한 엄정한 조사를 주문했다. 경찰은 즉각 50여 명 규모의 전담 수사팀을 편성해 시공사와 감리업체의 과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를 앞둔 후보들도 일제히 일정을 중단하고 현장을 찾아 유가족을 위로하며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수사 당국은 철거 순서의 적절성과 도면 준수 여부, 그리고 새벽에 발생한 침하 현상 이후의 대응 과정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노후 도량 철거 시 필수적인 안전 보강 조치가 미흡했는지, 무리하게 공기를 단축하려 한 정황은 없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서울시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시내 다른 노후 시설물 철거 현장에 대한 긴급 점검에 착수했으며, 고용노동부와 협력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