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모아

스승의 날 '케이크 파티'의 역설, 먹는 건 학생들뿐인 교실

 스승의 날을 맞은 교실에서 제자들이 준비한 축하 케이크를 교사가 한 입도 대지 못한 채 수십 조각으로 나눠 아이들에게 되돌려주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한 현직 교사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32등분 케이크' 사진은 법적 잣대에 가로막힌 오늘날 교육 현장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해당 교사는 아이들의 깜짝 파티에 깊은 감동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청 지침에 따라 케이크를 정확히 학급 인원수대로 조각내어 학생들에게 다시 나눠줄 수밖에 없었던 사연을 전했다.

 

이러한 경험은 특정 교사만의 일이 아니다. 해당 게시물에는 "나는 36등분까지 해봤다", "초코파이로 만든 케이크도 결국 사진만 찍고 그대로 돌려줬다"는 동료 교사들의 씁쓸한 공감이 줄을 이었다. 심지어 병가 후 복귀한 교사를 위해 아이들이 준비한 환영 케이크조차 설거지만 교사의 몫이 된 채 아이들의 입으로 돌아갔다는 일화도 전해졌다. 교사들은 제자들의 순수한 마음을 거절해야 하는 미안함과 혹시 모를 신고에 대한 두려움 사이에서 매년 스승의 날마다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고 있다.

 


교실 내 '케이크 분할 작업'이 일상이 된 배경에는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이 자리 잡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담임교사와 교과교사는 학생의 성적 평가와 지도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관계이기에 직무 관련성이 매우 엄격하게 인정된다. 따라서 학생들이 용돈을 모아 산 케이크나 간식은 물론, 카네이션 한 송이조차 금액과 관계없이 수수 금지 품목에 해당한다. 법적으로 허용되는 것은 학생 대표가 공개적으로 전달하는 꽃이나 학생들이 직접 쓴 손편지뿐이다.

 

교육 당국의 지침은 더욱 구체적이고 단호하다. 일부 교육청은 안내문을 통해 "스승의 날 파티를 하더라도 케이크는 학생들끼리만 나눠 먹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교사들 사이에서는 사소한 간식 사진 한 장이 소셜미디어에 올랐다가 국민신문고 제보로 이어질까 봐 전전긍긍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기념일이 오히려 교사들에게는 행정적 감시와 자기검열의 날로 변질되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온라인상에서는 이러한 현실을 두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대다수 네티즌은 제자가 건네는 케이크 한 조각까지 뇌물로 간주하는 것은 지나치게 각박한 처사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선생님이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큰 기쁨이자 교육적 교감인데, 이를 원천 봉쇄하는 것이 과연 법의 본래 취지에 부합하느냐는 지적이다. 반면 사소한 예외가 결국 부정부패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엄격한 법 집행이 불가피하다는 신중론도 여전히 존재한다.

 

결국 32등분으로 쪼개진 케이크는 사제 간의 정이 법적 규제와 충돌하며 빚어낸 서글픈 상징물이 되었다. 교사들은 감동의 눈물 대신 칼을 들고 케이크를 나누며 법 위반 여부를 먼저 따져야 하는 현실에 놓여 있다. 감사의 표현마저 규제의 대상이 된 교실에서, 스승과 제자가 서로의 진심을 온전히 나누기란 점점 더 어려운 과제가 되고 있다. 청탁금지법 시행 이후 굳어진 이 차가운 교실 풍경은 매년 5월이면 반복되는 교육계의 씁쓸한 자화상으로 남게 되었다.

 

 

 

진주·울산·부산 훑은 박근혜, 지방선거 막판 '보수 승부수'

 6·3 지방선거 사전투표를 단 이틀 앞둔 27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영남권 전역을 아우르는 광폭 행보를 보이며 선거판의 중심에 섰다. 대구와 충청권을 거쳐 경남 진주와 울산, 부산 기장까지 이어지는 박 전 대통령의 지원 유세는 보수 진영의 막판 결집을 이끌어내기 위한 국민의힘의 승부수로 풀이된다. 유세 현장마다 몰려든 구름 인파는 여전히 사그라지지 않은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을 증명했으며, 이는 투표율 제고를 노리는 여권에 큰 힘이 되고 있다.경남 진주 중앙시장에서 시작된 이날 유세에서 박 전 대통령은 경제 위기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행정 전문가인 박완수 경남지사 후보와 한경호 진주시장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 울산 신정시장으로 자리를 옮긴 박 전 대통령은 울산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 업적이 깃든 상징적인 장소로 치켜세우며 지지층의 향수를 자극했다. 그녀는 정치인의 신념과 약속 실천을 강조하며 김두겸 울산시장 후보와 김태규 국회의원 후보가 시민들의 삶을 책임질 적임자임을 거듭 강조했다.이날 일정의 하이라이트는 부산 기장시장에서 열린 합동 유세였다. 박형준 부산시장 후보와 박민식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의 안내를 받으며 시장에 들어선 박 전 대통령은 지지자들과 하이파이브를 나누는 등 적극적인 소통 행보를 보였다. 특히 박민식 후보의 부친이 베트남전 전사자임을 언급하며 호국보훈의 가치를 강조한 대목은 안보를 중시하는 보수 유권자들의 감성을 파고들었다는 평가다. 박 전 대통령은 부산의 더 큰 발전을 위해 박형준 후보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줄 것을 시민들에게 당부했다.야권은 박 전 대통령의 유세 등판을 두고 즉각 파상공세에 나섰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충남 논산에서 열린 현장 대책 회의에서 탄핵당한 대통령이 선거판을 누비는 현실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정 대표는 이를 '내란 옹호'이자 '과거로의 회귀'로 규정하며, 국민의힘이 선거 승리를 위해 민주주의의 가치를 훼손하고 있다고 몰아세웠다. 민주당은 박 전 대통령의 등판이 오히려 중도층의 반감을 사 보수 결집 효과를 상쇄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견제구를 날렸다.정치권 원로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김 전 위원장은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박 전 대통령이 이미 정치적 역량을 소진한 인물이라며, 그녀의 등장이 선거 판세를 근본적으로 바꾸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국민의힘이 내부 단합에 실패한 채 과거의 인물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정당으로서의 신뢰를 떨어뜨리는 행위라고 지적하며, 당초 예상했던 민주당의 우세 기조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지방선거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박 전 대통령의 등판은 여야 모두에게 피할 수 없는 승부처가 되었다. 국민의힘은 전통적 지지층의 투표장 행을 독려하는 기폭제가 되길 기대하는 반면, 민주당은 이를 정권 심판론과 탄핵 프레임으로 연결해 지지층을 결집하고 있다. 결국 이번 선거의 성패는 박 전 대통령의 행보에 자극받은 보수층의 투표 참여율과 이에 반발하는 야권 지지층 및 중도층의 움직임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정치적 고비마다 변수로 작용했던 '박근혜 카드'가 2026년 지방선거에서 어떤 최종 결과물을 만들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