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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금대 비극 딛고 일어선 충주, 사과 향기 품은 예술 도시로

 한반도의 중심부에서 남한강 수로와 육로를 잇는 요충지 역할을 해온 충주는 예부터 '중원'이라 불리며 역사의 소용돌이 한복판에 서 있었다. 신라 시대 중원경 설치 이후 백제와 고구려, 신라가 각축을 벌였던 이 땅은 국보인 중앙탑과 고구려비를 통해 그 전략적 가치를 증명한다. 그러나 지리적 중요성만큼이나 충주가 겪어내야 했던 시련의 무게도 상당했다. 특히 임진왜란 당시 한양을 향해 북상하던 왜군과 우리 군이 정면으로 충돌하며 치렀던 탄금대 전투의 비극은 오늘날까지도 이 땅에 서늘한 역사적 교훈으로 남아 있다.

 

1592년 음력 4월 28일, 명장 신립 장군이 이끄는 8천여 명의 장졸은 왜적을 맞아 탄금대에서 배수진을 쳤다. 당시 왜군은 본대와 좌우군으로 나뉘어 충주읍성을 포위하며 압박해 들어왔고, 신립 장군은 기마병의 기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조령 대신 탄금대 평야를 결전지로 선택했다. 그러나 훈련받지 못한 오합지졸의 군사력과 적에 대한 정보 부족은 결국 처참한 패배로 이어졌다. 쌓인 시체가 산을 이루고 흐르는 시신이 강을 덮었다는 기록처럼, 탄금대는 임진왜란 중 가장 큰 희생을 치른 싸움터가 되어 수많은 영혼을 품게 되었다.

 


비극의 현장이었던 탄금대를 뒤로하고 발길을 옮기면 충주의 역사적 굴곡을 묵묵히 지켜본 충주천이 나타난다. 남산에서 발원해 시내 중심부를 가로지르는 이 하천은 탄금대 전투 당시 자연 해자 역할을 하기도 했다. 오늘날 충주천 주변으로는 충주 사과의 발생지인 지현동과 젊음의 거리로 각광받는 원도심, 그리고 중원 지방 물류의 중심이었던 충주자유시장이 자리하고 있다. 과거 군사적 요충지였던 공간들이 이제는 시민들의 일상과 문화가 흐르는 공간으로 탈바꿈하며 충주의 새로운 진면목을 보여준다.

 

충주천을 따라 걷다 보면 옹달샘 설화를 간직한 작은 시장 옆으로 '지현동 사과나무 이야기길'이 펼쳐진다. 이곳은 충주 사과의 유래를 전하는 유래비 공원과 함께 낮은 언덕을 따라 조성된 예술 마을이다. 원래 지곡이라 불렸던 이곳은 고려 시대 낙향한 선비가 계곡물을 끌어들여 집안에 곡수구를 만든 데서 지명이 유래했다. 현재는 일조량이 풍부한 지리적 이점을 살려 맛 좋은 사과 재배지로 이름을 떨치고 있으며, 마을 곳곳에는 사과를 테마로 한 벽화와 조형물이 설치되어 방문객들을 반긴다.

 


지현동의 매력은 낡은 주택가를 살려낸 도시 재생 사업에서 절정을 이룬다. 언덕 마루에 빼곡히 들어선 옛집들 사이로 '햇살 빛나는 길'과 '산토리니 길' 등 예쁜 이름의 골목들이 이어진다. 담장마다 그려진 그림과 이야기는 여행객의 발길을 붙잡고, 지현문화플랫폼과 같은 거점 공간들은 지역 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특히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사랑의 계단'은 충주에 사과나무가 처음 심어진 용운사지와 연결되어, 과거의 흔적과 현재의 감성이 공존하는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충주는 이제 아픈 역사를 딛고 일어나 사과의 향기와 예술의 온기가 가득한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이름도 없이 사라져간 수천 명의 영혼이 지켜낸 이 땅은, 이제 지현동 골목길의 벽화와 충주천의 물줄기 속에 새로운 생명력을 얻었다. 탄금대의 비장한 결의부터 지현동의 따스한 햇살까지, 충주가 간직한 시간의 층위는 방문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역사의 요충지에서 문화의 중심지로 변모한 충주의 여정은 우리 땅을 지켜낸 이름 없는 백성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하며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스타벅스 닉네임 서비스, 혐오 도구로 변질

 국내 최대 커피 프랜차이즈인 스타벅스가 매장 내에서 벌어지는 역사 왜곡과 혐오 표현을 방치하고 있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5·18 민주화운동 관련 공법 3단체와 기념재단은 최근 성명을 통해 스타벅스 매장이 특정 세력의 혐오 놀이터로 전락했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을 강력히 촉구했다. 논란의 중심에는 고객이 등록한 별명을 직원이 직접 불러주는 '콜 마이 네임' 서비스가 있다. 일부 이용자들이 5·18 민주화운동이나 특정 정치인을 비하하고 조롱하는 단어를 닉네임으로 설정해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측이 이를 효과적으로 제재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오월 단체들은 스타벅스가 지난달 18일 선보였던 부적절한 마케팅 사태 당시 소극적으로 대처한 것이 지금의 참담한 상황을 초래했다고 분석한다. 당시 스타벅스는 민주화 역사를 연상시키는 날짜에 '탱크'와 '탁' 등의 단어를 조합한 홍보물을 게시해 거센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이러한 기업의 안일한 태도가 일부 몰지각한 이용자들에게 역사적 비극을 조롱의 소재로 삼아도 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었다는 것이다. 일상적인 문화 공간이어야 할 카페가 공동체의 존엄을 무너뜨리는 혐오의 장소로 변질되는 과정에서 기업이 사실상 방관자 역할을 했다는 비판이 뼈아프게 다가온다.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고통도 심각한 수준이다. 매장 직원들은 조롱과 비하의 의미가 담긴 영수증을 출력해야 할 뿐만 아니라, 고객의 눈을 보며 해당 단어를 직접 호출해야 하는 심리적 압박을 견디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언어폭력과 수치심을 오롯이 직원이 감당해야 하는 구조는 명백한 책임 전가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기업이 이윤 추구에만 몰두한 나머지 현장 노동자들의 정신적 안녕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조차 마련하지 않았다는 지적은 스타벅스의 기업 윤리에 의문을 제기하게 만든다.이에 따라 5·18 단체들은 스타벅스 측에 정치적·사회적 혐오 표현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명확한 기준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정 대상을 조롱하거나 선동하는 닉네임 사용자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퇴거 조치나 이용 제한과 같은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제안이다. 또한 혐오 표현에 노출된 직원을 보호하기 위한 실효성 있는 대응 매뉴얼을 구축하고, 피해를 본 직원들에게 심리 치료와 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권고를 넘어 무너진 기업의 도덕성을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 조건으로 받아들여진다.스타벅스 코리아는 평소 사회적 통념에 어긋나거나 영업 방해 소지가 있는 표현을 부적절한 닉네임으로 규정해 제한하고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또한 정치적으로 어떠한 입장도 취하지 않는다는 중립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역사적 비극을 조롱하는 표현들이 필터링 시스템을 뚫고 버젓이 매장 스피커를 통해 울려 퍼지고 있다. 시스템의 허점을 파고든 혐오 행위가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따라 하기식으로 확산되는 현상은 스타벅스의 기존 대응 체계가 얼마나 무력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결국 이번 사태는 글로벌 기업이 지역 사회의 역사적 맥락과 인권 가치를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존중해야 하는지를 시사한다. 스타벅스가 지켜온 프리미엄 이미지는 단순히 비싼 커피 가격이 아닌,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문화적 공간을 제공한다는 약속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혐오 표현을 방치함으로써 그 약속을 스스로 저버린 스타벅스가 진정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의 외면은 물론 사회적 지탄 또한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침묵이 길어질수록 매장 내 울려 퍼지는 혐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