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한국인 최초 칸 심사위원장 박찬욱, 변방에서 중심으로 선 한국 영화

 프랑스 칸에서 막을 올린 제79회 칸 국제영화제는 예년과 달리 다소 차분하고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되었다. 2027년 프랑스 대선을 앞둔 국내 정치적 긴장감과 중동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물류비용 상승 등 대외적인 변수가 영화제 풍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할리우드 스타들의 참석이 줄어들며 레드카펫의 화려함은 다소 덜해졌지만, 그 빈자리는 영화 본연의 가치에 집중하려는 진지한 열기로 채워졌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봉준호 감독이 레드카펫에 등장해 여전한 존재감을 과시하며 영화제의 시작을 알렸다.

 

올해 영화제의 가장 큰 관전 포인트는 단연 한국인 최초로 심사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박찬욱 감독의 행보다. 박 감독은 개막 전 인터뷰를 통해 심사의 최우선 가치로 '예술적 성취'를 꼽으며 확고한 철학을 드러냈다. 그는 국적이나 장르, 정치적 이념과 같은 외부적인 요인들에 휘둘리지 않고 오직 작품이 지닌 내재적 가치만을 평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특히 50년 혹은 100년 뒤에도 살아남아 영화사에 기록될 수 있는 작품을 찾아내겠다는 그의 다짐은 심사위원장으로서의 무게감을 느끼게 했다.

 


박 감독은 영화와 정치의 관계에 대해서도 명확한 선을 그었다.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가 정치적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아서도 안 되지만, 반대로 그 이유만으로 특별한 대우를 받아서도 안 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예술성이 결여된 정치적 메시지는 단순한 선전에 불과하다는 날카로운 지적은, 혼란스러운 국제 정세 속에서 영화제가 견지해야 할 중립성과 예술적 자존심을 강조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그는 자신의 판단이 훗날 역사에 의해 정당성을 인정받기를 바란다며 심사의 엄중함을 덧붙였다.

 

한국인 최초의 심사위원장이라는 타이틀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감회와 더불어 한국 영화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내비쳤다. 박 감독은 과거 한국 영화가 세계 시장의 변방으로 취급받던 시절에도 묵묵히 걸작을 만들어냈던 선배 영화인들을 떠올리며 아쉬움과 존경을 표했다. 뛰어난 역량을 갖추었음에도 국제적인 조명을 받을 기회가 적었던 과거를 뒤로하고, 이제는 한국이 세계 영화의 중심축 중 하나로 당당히 자리 잡았음을 이번 심사위원장 위촉이 증명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영화제 경쟁 부문에는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가 초청되어 황금종려상을 향한 치열한 경합을 벌인다. 이외에도 연상호 감독의 '군체'가 미드나이트 스크리닝 부문에, 정주리 감독의 '도라'가 감독주간에 이름을 올리며 한국 영화의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박 감독은 이러한 한국 영화의 약진이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는 자연스러운 결과라고 평가하며, 심사위원장으로서 가능한 한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며 전 세계 영화인들의 축제를 이끌어갈 계획이다.

 

제79회 칸 영화제는 오는 23일까지 이어지며 전 세계 영화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예정이다. 박찬욱 심사위원장이 이끄는 심사위원단이 과연 어떤 작품에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안길지, 그리고 한국 영화들이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가 이번 영화제의 핵심 화두다. 정치적 경제적 격변기 속에서도 영화라는 매체가 지닌 예술적 힘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이번 칸 영화제는, 한국 영화가 세계 영화사의 주류로서 확고히 뿌리 내리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전 오월드 재개장, 늑구 보려 1박까지?

 지난 4월 대전 오월드 사파리를 탈출했다가 극적으로 귀환한 늑대 '늑구'가 45일간의 긴 휴장을 마치고 마침내 시민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5일 오전 대전 중구 사정동 오월드 정문 앞은 개장 전부터 늑구의 안부를 확인하려는 관람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특히 경기도 군포 등 타 지역에서 늑구를 보기 위해 전날 내려와 숙박까지 마다하지 않은 열혈 팬들이 줄을 서며 달라진 늑구의 위상을 실감케 했다. 오월드 측은 사고 이후 시설을 전면 재정비하며 관람객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개장 직후 대부분의 단체 관람객이 놀이기구로 향한 것과 달리, 늑구의 팬들은 곧장 동물원 구역의 늑대 사파리로 발길을 옮겼다. 하지만 늑구를 만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사람을 경계하는 성향이 강한 늑구는 개장 초기에는 모습을 감춘 채 사파리 깊숙한 곳에 머물렀다. 사육사들에 따르면 늑구는 태어날 때부터 인공 포육과 자연 포육을 병행해 일반적인 늑대들과는 다른 섬세한 성향을 지니고 있으며, 평소에도 관람객이 많을 때는 은신처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기다림 끝에 개장 1시간 30분이 지난 오전 11시경, 사파리 앞이 한산해지자 비로소 늑구가 광장에 나타났다. 부모 늑대 사이를 가볍게 뛰어다니며 장난을 치던 늑구는 이내 바닥에 누워 평온하게 휴식을 취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지켜보던 시민들은 뉴스에서 보던 모습보다 한층 건강해진 늑구의 실물에 안도하며 조심스럽게 카메라에 그 모습을 담았다. 대전 시민들은 지역을 대표하는 스타 동물의 귀환에 자부심을 드러내며 늑구가 향후 대전의 상징적인 캐릭터로 성장하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오월드 관계자에 따르면 늑구는 돌아온 이후 체중이 약 2~3kg 증가하며 매우 양호한 건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무리 내에서의 적응도 순조로워 부모 늑대와의 유대 관계도 견고해진 것으로 확인됐다. 동물원 측은 늑구의 심리적 안정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사파리 내 산책길 개방을 당분간 보류하기로 했다. 추후 안정기에 접어들면 하루 총 4시간가량만 제한적으로 개방하여 늑대가 느낄 스트레스를 최소화한다는 방침을 세웠다.늑구의 탈출 경로였던 사파리 시설은 45일간의 휴장 기간 동안 철저하게 보강됐다. 오월드는 늑구가 땅을 파고 나갔던 점에 착안해 바닥 흙 아래에 50cm 두께의 콘크리트 층을 신설하고 촘촘하게 철근을 박아 물리적인 탈출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 또한 외곽에는 철책 울타리를 하나 더 추가해 이중 구조를 만들었으며, 전기선 울타리 역시 보강하여 안전성을 대폭 높였다. 관람객들은 강화된 시설을 직접 확인하며 이전보다 훨씬 안심하고 관람할 수 있게 되었다는 반응을 보였다.늑구의 복귀 효과는 수치로도 증명됐다. 재개장 첫날인 이날 사전 예약자만 700명에 달했으며, 평일 전체 방문객은 1,000명을 상회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평소 평일 방문객 수준을 웃도는 수치로, 늑구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오월드 전체의 활력으로 이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오월드는 앞으로도 늑구의 건강 관리와 시설 안전에 만전을 기하며,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도심 속 휴식처로서의 기능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