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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찾은 민희진 "5·18 왜곡, 역사에 대한 범죄"

 K팝의 혁신을 이끌어온 민희진 오케이레코즈 대표가 광주를 찾아 역사 인식과 문화 정책에 대한 소신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전남대학교 5·18연구소는 창립 30주년과 민주화운동 46주년을 기념해 12일 오후 용지관 컨벤션홀에서 민 대표를 초청한 특별 강연을 개최했다. 강연장에는 민 대표의 철학을 직접 듣기 위해 몰려든 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으며, 민 대표는 대담 형식을 통해 K-컬처의 미래와 광주라는 공간이 지닌 상징성에 대해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민 대표는 강연의 서두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바라보는 올바른 관점을 제시하며 역사 왜곡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는 5·18이 정치적 해석에 앞서 실제로 존재했던 엄연한 역사적 사실임을 강조하며, 이를 왜곡하거나 다른 의도로 풀이하는 행위는 명백한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호남 지역이 지닌 저항의 역사를 언급하며, 이러한 정신이 주관이 뚜렷하고 확고한 생각을 가진 창작자들의 태도와 맥을 같이 한다고 평가해 청중들의 공감을 얻었다.

 


문화 예술계의 뜨거운 감자인 한국예술종합학교(한예종)의 광주 이전 추진에 대해서는 명확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민 대표는 창작자들이 사회적 이슈나 정책에 무관심할 때 현실과 동떨어진 결과물이 나올 수 있다고 경고하며, 한예종 이전 논의를 그 대표적인 사례로 꼽았다. 교육 기관의 이동은 학생과 학교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의지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하며, 정치적 목적에 의한 인위적인 이전은 결국 해당 기관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도태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지역의 정체성과 창작 환경의 상관관계에 대해서도 독창적인 견해를 밝혔다. 민 대표는 서울에 거주하는 창작자들 역시 지역의 고유한 자연과 문화 환경에서 영감을 얻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짚었다.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이 고도화된 현대 사회에서는 물리적인 거리와 상관없이 어디서든 협업과 창작이 가능하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따라서 지방을 인프라가 부족한 결핍의 공간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 재정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강연에 앞서 5·18 국립민주묘지를 참배한 민 대표는 현장에서 느낀 솔직한 소회도 전했다. 그는 과거 기자들이 진실을 보도하지 못한 것에 책임을 느끼며 붓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던 글귀가 깊은 울림을 주었다고 언급했다. 이는 시대가 변하고 시스템이 발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가치관의 충돌과 갈등이 지속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라며 창작자로서 느끼는 사회적 책임감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이번 강연은 광주가 과거의 아픔에만 머무는 도시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정신과 상상력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변화하는 살아있는 도시로 거듭나야 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민 대표의 발언은 문화 예술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정치적 개입에 대한 경고인 동시에, 지역이 가진 문화적 잠재력을 어떻게 창의적으로 풀어낼 것인가에 대한 화두를 던졌다. 현장에 참석한 전문가들과 학생들은 민 대표의 직설적인 조언이 지역 문화 생태계에 새로운 자극제가 되었다고 평가했다.

 

'케데헌'이 바꾼 K-콘텐츠 지도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와 소셜 미디어를 매개체로 삼아 전 세계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고 있다. 최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K-팝과 드라마를 넘어 음식과 문화유산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이른바 'K-스토리텔링'이 새로운 소비 권력을 창출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단순한 물건 구매를 넘어 상품에 담긴 의미와 가치를 소비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한국 고유의 이야기가 담긴 상품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모습이다.국립박물관문화재단은 최근 열린 '서울포럼 2026' 특별 세션에서 전통문화 상품인 '뮷즈'의 성공 사례를 통해 콘텐츠의 힘을 증명했다. 과거에는 박물관 기념품 정도로 치부되던 굿즈들이 이제는 MZ세대의 취향을 저격하는 '이야기형 상품'으로 탈바꿈하며 오픈런 현상까지 일으키고 있다. 특히 전통 민화 속 소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배지 등이 큰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는 한국적 전통이 더 이상 지루한 것이 아니라 하나의 재미있는 문화 놀이로 인식되기 시작했음을 시사한다.이러한 전통 굿즈의 열풍 뒤에는 지난해 6월 20일 공개된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파급력이 자리 잡고 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한국적 요소들이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가면서, 극 중 캐릭터와 유사한 느낌을 주는 전통 문양 상품들이 마치 공식 굿즈처럼 소비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는 잘 만든 영상 콘텐츠 하나가 박물관 전시품에 대한 대중의 시각을 어떻게 완전히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K-컬처 간의 시너지 효과는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며 실질적인 매출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 방탄소년단(BTS)의 RM이 SNS에 올린 미술품 사진이 전시 관람객 폭증으로 이어지거나, 블랙핑크 제니가 뮤직비디오에서 선보인 신라 금관 모티프 의상이 글로벌 팬들의 소장 욕구를 자극하는 식이다. 이제는 뷰티와 식품, 스포츠 브랜드들까지 자사의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 문화를 브랜드 스토리의 핵심 요소로 적극 도입하고 있다.한식 산업 역시 콘텐츠와의 결합을 통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는 중이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시리즈가 틱톡 챌린지와 K-팝 스타들의 먹방을 타고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으며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한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구글 트렌드 분석에 따르면 '한국 음식'에 대한 글로벌 검색량은 이미 '일본 음식'을 추월했다. 특히 '케데헌' 공개 이후 작품 속 주인공들이 즐기던 김밥과 라면, 냉면 등에 대한 관심도가 급등하며 한식의 문화적 위상은 정점에 달했다.전문가들은 이제 K-팝이나 K-드라마 등 개별 분야의 성공에 안주하기보다, 여러 산업군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통합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관광객들이 한국을 찾는 이유가 특정 콘텐츠 하나에 국한되지 않고 음식과 뷰티, 전통문화가 어우러진 종합적인 이미지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끊임없이 진화하며 타 문화와의 융합에 유연한 한식의 사례처럼, 한국 문화 전반이 서로의 산업적 가치를 높여주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는 것이 향후 글로벌 시장 선점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