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리움미술관, 휴관일 반납하고 다문화가정 200명 초청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리움미술관이 다문화가정 구성원들을 초청해 미술관 전체를 개방하는 특별한 문화 나눔의 장을 마련했다. 지난 11일, 평소라면 정기 휴관으로 문을 닫았을 월요일이었지만 미술관은 서울 전역에서 모인 다문화가족 200여 명의 온기로 가득 찼다. 이번 행사는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이웃들이 예술이라는 공통 분모를 통해 교감하고,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서 유대감을 느낄 수 있도록 기획된 '함께 누리는 예술, 모두에게 열린 미술관'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행사에는 용산구가족센터를 비롯해 이태원과 이촌의 글로벌빌리지센터, 마리이주여성쉼터 등 서울 각지의 다문화 지원 기관들이 대거 참여해 의미를 더했다. 미술관 측은 참석자들이 보다 편안하고 깊이 있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전담 큐레이터의 해설 서비스를 제공했다. 관람객들은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고미술 상설전부터 여성 작가들의 실험적인 환경 작업을 다룬 현대미술 기획전까지 리움미술관이 자랑하는 다채로운 전시 콘텐츠를 자유롭게 만끽했다.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준비된 특별 이벤트는 어린이 관람객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본격적인 전시 관람에 앞서 열린 마술 공연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미술관이라는 공간을 즐거운 놀이터로 인식하게 만들었다. 미술관을 처음 방문했다는 한 이주여성은 그동안 미술관이 어렵고 딱딱한 곳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아이와 함께 작품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체험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매우 뜻깊은 하루였다는 소감을 전했다.

 

리움미술관의 이러한 행보는 일회성 이벤트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높게 평가받는다. 미술관은 지난 2022년부터 지역사회의 소외된 이웃이나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구성원들을 정기적으로 초청하는 행사를 운영해 왔다. 초기에는 인근 지역 위주로 진행되던 행사가 이제는 서울 전역으로 확대되었으며,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미술관을 다녀간 누적 참여 인원만 2,100명에 달할 정도로 지역사회의 대표적인 문화 복지 모델로 자리 잡았다.

 


삼성문화재단 류문형 대표이사는 예술이 언어의 장벽을 넘어 서로를 이해하게 만드는 강력한 매개체임을 강조했다. 그는 미술관이 특정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자연스럽게 예술을 경험하고 공감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앞으로도 리움미술관은 물리적, 심리적 문턱을 지속적으로 낮추어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예술 안에서 하나가 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전시 관람을 마친 참가자들은 야외에 조성된 오로즈코 정원을 산책하며 행사의 여운을 즐겼다. 리움미술관은 이번 행사의 성공적인 개최를 바탕으로 향후 더욱 세분화된 맞춤형 문화 프로그램을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예술을 통해 사회적 통합을 실천하려는 미술관의 노력이 우리 사회의 문화적 다양성을 풍성하게 만드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다.

 

서울시, 206억 투입한 '프리덤홀' 조형물 형태 논란 확산

 서울 광화문광장의 중심부에 6·25전쟁 참전국을 기리는 새로운 기념 공간인 '감사의 정원'이 들어서며 시민과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세종대왕상과 이순신 장군상 사이에 배치된 23개의 거대한 돌기둥 '감사의 빛 23'은 참전 22개국과 대한민국을 상징하며 6.25m의 높이로 제작되었다. 이곳을 지나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조형물의 의미를 듣고 기념사진을 찍으며 한국의 역사적 배경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현장 체험 학습을 나온 학생들에게도 이 공간은 교과서 밖 생생한 역사 교육의 현장으로 활용되고 있다.지상 조형물 아래에 마련된 지하 전시 공간 '프리덤홀'은 개관 열흘 만에 관람객 1만 명을 돌파하며 예상 밖의 흥행을 기록 중이다. 전체 사업비 206억 원 중 상당 부분이 투입된 이 공간은 첨단 미디어 기술을 활용해 전쟁의 아픔과 이후의 눈부신 발전상을 시각적으로 구현했다. 참전국 국화를 모티브로 한 LED 영상과 인공지능 기술로 복원된 컬러 영상 등은 젊은 세대에게도 웅장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관람객들은 키오스크를 통해 참전 용사들에게 직접 감사 메시지를 남기며 과거의 희생을 현재의 기록으로 연결하는 체험에 동참하고 있다.하지만 화려한 개관 성적표 뒤편에서는 조형물의 형태와 예산을 둘러싼 정치권의 날 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야권은 지상에 설치된 돌기둥의 형상이 과거 군사 문화의 잔재인 '받들어 총' 자세를 연상시킨다며 광장의 민주적 정체성을 훼손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고물가 시대에 단일 기념 공간 조성에 2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한 것을 두고 '혈세 낭비'라는 피켓 시위까지 벌어지는 상황이다. 이러한 비판은 광화문광장이 지닌 상징성을 고려할 때 조형물의 디자인이 지나치게 수직적이고 권위적이라는 시각과 궤를 같이한다.정치권의 갈등과는 대조적으로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인 편이다. 많은 시민은 6·25전쟁이라는 국가적 사건을 일상의 공간에서 기억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특히 전쟁을 직접 겪었거나 실향의 아픔을 가진 고령층 방문객들은 도심 한복판에 참전국을 기리는 공간이 생긴 것에 대해 깊은 감회를 드러냈다. 젊은 층 역시 세련된 미디어 전시를 통해 역사를 접할 수 있다는 점에 점수를 주며, 이를 정치적 논쟁으로 비화시키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외국인 관광객들의 시선도 흥미롭다. 분단 국가인 한국이 과거의 도움을 잊지 않고 기록하는 방식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는 이들이 많았다. 독일 등 과거사 갈등을 겪은 국가에서 온 여행객들은 역사적 사건을 두고 사회적 토론이 벌어지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들에게 '감사의 정원'은 한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국제적 역할을 동시에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로 인식되고 있다.서울시는 이번 논란에 대해 시민들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조성된 공간의 활용도는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감사의 정원'은 단순한 기념비를 넘어 첨단 IT 기술과 역사가 결합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서 광화문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고 있다. 정치적 공방이 거세질수록 역설적으로 이곳을 찾는 발길은 더욱 늘어나고 있으며, 광장을 가로지르는 23개의 돌기둥은 오늘도 수많은 시민과 관광객을 마주하며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