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모아

장시간 노동이 비만 부른다… 주 4일제 도입론 급물살

 장시간 노동이 신체적 피로를 넘어 비만 위험을 직접적으로 높인다는 국제적인 연구 결과가 나오면서 노동시간 단축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최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개최된 유럽비만학회에서는 지난 30여 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 주요 회원국들의 노동 환경과 보건 데이터를 분석한 보고서가 공개되었다. 해당 연구는 연간 근무 시간이 긴 국가일수록 국민들의 비만율이 비례해서 높아지는 경향을 뚜렷하게 보여주며, 노동 집약적인 환경이 공중보건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력을 경고했다.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연간 노동시간이 단 1%만 줄어들어도 국가 전체 비만율은 평균 0.16% 하락하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는 장기 근무로 인한 만성 스트레스가 지목된다. 업무 압박이 지속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분비량이 증가하는데, 이는 체내 지방 축적을 가속화하는 생리적 변화를 초래한다. 결국 과도한 업무는 운동할 시간을 빼앗을 뿐만 아니라 신체 내부의 대사 균형까지 무너뜨려 비만을 유도하는 이중고를 안기는 셈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현대인이 겪는 '시간 빈곤' 문제가 식습관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린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업무 시간이 길어질수록 퇴근 후 건강한 식재료로 요리할 에너지가 고갈되면서, 상대적으로 간편한 가공식품이나 고열량 배달 음식에 의존할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노동시간의 단축은 단순한 휴식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근로자가 스스로 건강한 음식을 선택하고 충분한 수면을 취할 수 있는 정서적·물리적 여유를 제공하는 보건 정책의 일환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과학적 근거는 현재 영국을 중심으로 확산 중인 주 4일 근무제 도입 운동에 강력한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미 영국 내에서는 약 200여 개의 기업이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제를 선제적으로 도입해 운영하고 있으며, 팬데믹 이후 유연한 근무 형태를 선호하는 흐름과 맞물려 그 숫자는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노동시간 단축이 비만이라는 국가적 난제를 해결하고 공공 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지방 정부 차원에서도 변화의 바람은 거세다. 영국의 사우스 케임브리지셔 구의회는 소속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주 4일제를 전면 시행하며 생산성과 건강 증진 효과를 동시에 검증하고 있다. 주 4일제 확산을 지지하는 단체들은 노동시간 단축이 수백만 명의 근로자에게 운동과 자기 관리를 위한 시간을 되찾아줄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는 개인의 삶의 질 개선을 넘어 국가 전체의 건강 경쟁력을 높이는 사회적 투자가 될 수 있다는 논리다.

 

다만 정책의 제도화까지는 여전히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영국 정부는 주 4일 근무의 긍정적인 측면을 인지하면서도 이를 법적으로 강제하는 것에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기업의 자율성을 존중하되 유연 근무를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하겠다는 방침이다. 노동시간과 비만 사이의 상관관계가 명확히 드러난 만큼, 향후 산업계와 정치권이 생산성 유지와 국민 건강 증진이라는 두 가지 가치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갈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서울 도심 철도 마비시킨 붕괴 사고… 퇴근길 '대혼란'

 서울 서대문구의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상판을 지탱하는 거더가 무너져 내리는 참사가 발생했다. 26일 오후 2시경 발생한 이번 사고로 현장을 점검하던 감리단장과 관리소장, 외부 전문가 등 3명이 목숨을 잃고 3명이 다치는 등 총 6명의 사상자가 집계됐다. 철거 공사의 마지막 구간을 남겨두고 구조적 이상 징후를 확인하기 위해 투입된 인력들이 갑작스러운 붕괴에 휘말리면서 인명 피해가 커졌다.사고가 난 서소문 고가는 1966년 준공된 국내 최고령 고가도로로, 이미 수년 전부터 안전 등급 D등급을 받을 만큼 노후화가 심각했다. 지난해 9월부터 본격적인 철거가 시작되어 전체 공정의 90% 가까이 진행된 상태였으나, 철도가 지나는 핵심 구간인 S8·S9 지점에서 결국 사달이 났다. 이날 새벽 작업 중 상판이 2.9cm가량 가라앉는 침하 현상이 발견되어 공사가 중단됐고, 오후에 정밀 진단을 위해 전문가들이 구조물 내부로 진입한 직후 거더가 끊어지며 무너졌다.현장 주변 상인과 주민들은 이번 사고가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평소에도 철거 작업 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이 심각했으며, 지지대 설치 등 안전 조치가 육안으로 보기에도 부실했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특히 열차가 수시로 통행하고 고압선이 흐르는 위험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노후 구조물의 특성을 고려한 세밀한 철거 공법이나 안전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사고의 여파는 도심 교통 마비로 이어졌다. 고가 아래를 지나는 선로에 구조물이 덮치면서 서울역과 신촌역을 잇는 열차 운행이 전면 중단됐다. 이로 인해 행신역과 서울역 사이의 KTX 운행이 멈췄고, 경부선과 호남선 등 주요 간선 철도의 운행 구간이 조정되면서 이용객들이 큰 혼란을 겪었다. 코레일은 긴급 복구팀을 투입했으나 파손된 구조물의 무게와 고압선 복구 문제로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정치권과 정부도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사고 보고를 받은 직후 부상자 치료와 사고 수습에 만전을 기할 것을 지시하며, 원인 규명을 위한 엄정한 조사를 주문했다. 경찰은 즉각 50여 명 규모의 전담 수사팀을 편성해 시공사와 감리업체의 과실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 서울시장 선거를 앞둔 후보들도 일제히 일정을 중단하고 현장을 찾아 유가족을 위로하며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약속했다.수사 당국은 철거 순서의 적절성과 도면 준수 여부, 그리고 새벽에 발생한 침하 현상 이후의 대응 과정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노후 도량 철거 시 필수적인 안전 보강 조치가 미흡했는지, 무리하게 공기를 단축하려 한 정황은 없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서울시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시내 다른 노후 시설물 철거 현장에 대한 긴급 점검에 착수했으며, 고용노동부와 협력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