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링' 원작자 스즈키 고지 별세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일본 호러의 전설, 소설가 스즈키 고지가 향년 68세를 일기로 생을 마감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고인은 지난 8일 도쿄 소재의 한 병원에서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비디오테이프를 통해 전염되는 저주라는 독창적인 설정으로 현대 공포 문학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던 거장의 별세 소식에 전 세계 팬들의 애도가 쏟아지고 있다.

 

1957년 시즈오카현에서 태어난 스즈키 고지는 게이오대학교에서 불문학을 전공한 뒤 1990년 소설 ‘낙원’을 통해 문단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데뷔 초기부터 남다른 상상력을 인정받았던 그는 이듬해인 1991년, 자신의 대표작이자 일본 호러의 금자탑으로 불리는 소설 ‘링’을 발표하며 단숨에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올랐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던 디지털 매체와 저주의 결합은 대중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그의 작품 세계가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결정적 계기는 1998년 제작된 동명의 영화였다. 나카타 히데오 감독이 연출한 영화 ‘링’은 원작의 공포를 시각적으로 극대화하며 사회적 현상을 일으켰다. 특히 TV 화면을 뚫고 기어 나오는 원령 ‘사다코’의 모습은 공포 영화 역사상 가장 강렬한 장면 중 하나로 기록되었으며, 이후 한국과 미국 등지에서 잇따라 리메이크되며 글로벌 호러 브랜드로 거듭났다.

 

스즈키 고지는 단순히 공포를 자극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심리적 서스펜스와 과학적 상상력을 결합한 독특한 문학적 성취를 이뤄냈다. ‘링’의 후속작인 ‘나선’으로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신인상을 수상했으며, 2013년에는 미국의 권위 있는 장르 문학상인 셜리 잭슨상을 받으며 국제적인 문학성을 공인받았다. 그는 지난해 3월에도 16년 만의 신작 ‘유비쿼터스’를 출간하는 등 마지막까지 창작의 끈을 놓지 않았다.

 


문단 밖에서의 그는 ‘최강의 육아 아빠’라는 별칭으로 불릴 만큼 가정적인 인물이었다. 교사로 재직하던 아내를 대신해 두 딸의 양육을 전담하다시피 했던 그의 이력은 보수적인 일본 문단에서 신선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그의 따뜻한 인간미와 가정적인 면모는 오히려 그의 작품 속에서 인간 관계의 단절이나 가족의 붕괴가 불러오는 공포를 더욱 날카롭게 묘사하는 밑거름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거장은 떠났지만 그가 남긴 ‘사다코’와 ‘링’의 세계관은 여전히 현대 호러 장르의 교과서로 남아 있다. 디지털 시대의 불안을 저주라는 고전적 소재로 풀어냈던 그의 통찰력은 후대 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일본 문학계는 현대 일본 호러를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린 선구자를 잃었다며 깊은 슬픔에 잠겨 있으며, 고인의 유해는 가족들의 배웅 속에 조용히 안치될 예정이다.

 

서울시, 206억 투입한 '프리덤홀' 조형물 형태 논란 확산

 서울 광화문광장의 중심부에 6·25전쟁 참전국을 기리는 새로운 기념 공간인 '감사의 정원'이 들어서며 시민과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세종대왕상과 이순신 장군상 사이에 배치된 23개의 거대한 돌기둥 '감사의 빛 23'은 참전 22개국과 대한민국을 상징하며 6.25m의 높이로 제작되었다. 이곳을 지나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조형물의 의미를 듣고 기념사진을 찍으며 한국의 역사적 배경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현장 체험 학습을 나온 학생들에게도 이 공간은 교과서 밖 생생한 역사 교육의 현장으로 활용되고 있다.지상 조형물 아래에 마련된 지하 전시 공간 '프리덤홀'은 개관 열흘 만에 관람객 1만 명을 돌파하며 예상 밖의 흥행을 기록 중이다. 전체 사업비 206억 원 중 상당 부분이 투입된 이 공간은 첨단 미디어 기술을 활용해 전쟁의 아픔과 이후의 눈부신 발전상을 시각적으로 구현했다. 참전국 국화를 모티브로 한 LED 영상과 인공지능 기술로 복원된 컬러 영상 등은 젊은 세대에게도 웅장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관람객들은 키오스크를 통해 참전 용사들에게 직접 감사 메시지를 남기며 과거의 희생을 현재의 기록으로 연결하는 체험에 동참하고 있다.하지만 화려한 개관 성적표 뒤편에서는 조형물의 형태와 예산을 둘러싼 정치권의 날 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야권은 지상에 설치된 돌기둥의 형상이 과거 군사 문화의 잔재인 '받들어 총' 자세를 연상시킨다며 광장의 민주적 정체성을 훼손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고물가 시대에 단일 기념 공간 조성에 2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한 것을 두고 '혈세 낭비'라는 피켓 시위까지 벌어지는 상황이다. 이러한 비판은 광화문광장이 지닌 상징성을 고려할 때 조형물의 디자인이 지나치게 수직적이고 권위적이라는 시각과 궤를 같이한다.정치권의 갈등과는 대조적으로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인 편이다. 많은 시민은 6·25전쟁이라는 국가적 사건을 일상의 공간에서 기억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특히 전쟁을 직접 겪었거나 실향의 아픔을 가진 고령층 방문객들은 도심 한복판에 참전국을 기리는 공간이 생긴 것에 대해 깊은 감회를 드러냈다. 젊은 층 역시 세련된 미디어 전시를 통해 역사를 접할 수 있다는 점에 점수를 주며, 이를 정치적 논쟁으로 비화시키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외국인 관광객들의 시선도 흥미롭다. 분단 국가인 한국이 과거의 도움을 잊지 않고 기록하는 방식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는 이들이 많았다. 독일 등 과거사 갈등을 겪은 국가에서 온 여행객들은 역사적 사건을 두고 사회적 토론이 벌어지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들에게 '감사의 정원'은 한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국제적 역할을 동시에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로 인식되고 있다.서울시는 이번 논란에 대해 시민들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조성된 공간의 활용도는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감사의 정원'은 단순한 기념비를 넘어 첨단 IT 기술과 역사가 결합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서 광화문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고 있다. 정치적 공방이 거세질수록 역설적으로 이곳을 찾는 발길은 더욱 늘어나고 있으며, 광장을 가로지르는 23개의 돌기둥은 오늘도 수많은 시민과 관광객을 마주하며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