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고종의 외교 선물, "120년 만에 고국 땅으로"

 과거 대한제국 시기의 찬란했던 예술적 성취를 되짚어보는 대규모 기획전 두 편이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공예 전문 전시관에서 동시에 막을 올린다. 해당 기관은 한국과 프랑스의 외교 관계 수립 14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과 현재 전시관이 자리한 터의 역사적 의미를 조명하는 복식 유물전을 각각 기획하여 대중에게 선보인다. 120여 년 전 황실에서 사용하던 진귀한 물품부터 외국 사절단에게 건넸던 외교 선물까지 근대 전환기의 시대상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들을 한 공간에서 감상할 수 있는 뜻깊은 자리다.

 

먼저 첫 번째 기획전에서는 유럽 각국으로 흩어졌던 소중한 문화유산들이 오랜 세월을 거쳐 다시 고국 땅을 밟아 눈길을 끈다. 1900년 파리에서 열린 세계 박람회에 출품되었다가 재정적인 문제로 돌아오지 못했던 비운의 작품들과 당시 국왕이 서양의 주요 인사들에게 하사했던 장식품들이 대거 포함되었다. 주최 측은 개막을 앞두고 열린 언론 설명회를 통해 프랑스와 독일의 주요 국립 박물관 등에서 대여해 온 총 17점의 귀중한 유물들을 국내 관람객에게 최초로 선보인다고 밝혔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동서양의 문화가 융합된 독특한 형태의 유물들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대표적으로 조선에 파견되었던 초대 프랑스 외교관이 받았던 화려한 용무늬의 청화 백자와,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세계에 알리려 했던 미국인 헐버트 박사에게 하사된 나전칠기 장식장이 전시된다. 특히 한국 전통 갓을 만드는 재료를 활용해 서양식 둥근 모자 형태로 제작한 유물은 과거 한 미국인 학자가 자신의 저서에서 혼종이라는 의미의 단어로 묘사했던 것으로, 이번 전시의 주제를 가장 잘 함축하고 있는 핵심 전시품이다.

 

이 밖에도 서양 선교사들과 맺었던 각별한 인연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하사품들이 함께 진열되어 있다. 명성황후가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식 병원을 세운 알렌 의사의 배우자에게 감사의 의미를 담아 건넨 것으로 전해지는 부채가 공개된다. 또한 교육과 의료 분야에서 헌신했던 언더우드 선교사 부부의 혼인을 축하하기 위해 황실에서 특별히 제작하여 하사한 순금 재질의 팔찌 등 역사적 가치가 높은 장신구들도 만나볼 수 있다.

 


두 번째 기획전은 황실 일가의 화려했던 복식 문화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 현재 박물관이 세워진 장소는 과거 왕실의 주요 행사가 치러지던 별궁 터로, 조선의 마지막 군주인 순종 내외가 가례를 올리고 고종의 다섯째 아들 내외가 여생을 보낸 역사적인 공간이다. 이러한 장소적 특성을 살려 기획된 이번 전시에서는 마지막 황후와 친왕비가 종교 단체에 직접 기증했던 전통 예복과 방한모, 그리고 각종 화려한 머리 장식 등 실제 착용했던 복식 유물들이 대거 출품되었다.

 

가장 주목받는 전시품은 1906년 친왕 책봉 의식 당시 사용되었던 화려한 관모 진품이다. 지난 2013년 문화유산 지정 과정에서 잠시 모습을 드러낸 이후 무려 13년 만에 다시 대중 앞에 서는 이 유물은 보존을 위해 5월 3일까지만 한시적으로 원본이 공개되며, 그 이후부터는 정교하게 제작된 복제품으로 대체될 예정이다. 황실 복식을 다룬 전시는 다가오는 8월 29일까지 관람할 수 있으며, 유럽에서 돌아온 공예품들을 선보이는 특별전은 7월 26일에 먼저 막을 내린다.

 

UFC 뒤흔든 캡슐 록, 아델리안이 보여준 기막힌 역전극

 세계 최고의 종합격투기 무대인 UFC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진귀한 장면이 연출되며 격투기 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지난 17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언더카드 경기에서 루마니아 출신의 앨리스 아델리안이 브라질의 강자 폴리아나 비아나를 상대로 기적 같은 서브미션 승리를 거뒀다. 승부를 가른 결정적인 기술은 주짓수계에서도 실전에서 거의 쓰이지 않는 ‘캡슐 록’으로, 아델리안은 이 기술을 통해 2라운드 후반 비아나의 항복을 받아내는 데 성공했다.캡슐 록은 브라질리안 주짓수에 뿌리를 둔 기술이지만, 숙련된 파이터들 사이에서는 방어법이 명확해 거의 사용되지 않는 기술로 통한다. 보통 주짓수를 처음 배우는 입문자들 사이에서나 간혹 볼 수 있는 기술이기에, UFC와 같은 메이저 단체에서 이 기술로 탭을 받아낸 사례는 아델리안이 최초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매체들은 아델리안의 이번 승리가 UFC 역사에 남을 독특한 기록이 될 것이라고 일제히 보도하며 기술의 메커니즘을 집중 조명했다.경기 양상은 아델리안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았다. 그라운드 상황에서 하단에 위치했던 비아나는 아델리안의 몸을 자신의 다리로 감싸는 보디 트라이앵글을 시도하며 강력한 엘보우 공격을 쏟아냈다. 아델리안은 상위 포지션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비아나의 거센 반격에 얼굴을 내주며 위태로운 상황을 맞이했다. 하지만 아델리안은 당황하지 않고 비아나의 다리 잠금 장치를 역으로 공략하기 시작했고, 자신의 체중과 다리 힘을 이용해 비아나의 발목을 강하게 압박했다.결정적인 순간은 아델리안이 자신의 왼쪽 허벅지로 비아나의 왼 발등을 강하게 짓누르면서 찾아왔다. 비아나는 아델리안을 공격하던 중 갑작스럽게 발목에 전해진 극심한 통증에 얼굴을 일그러뜨렸고, 비명을 지르듯 빠르게 바닥을 치며 항복 의사를 표시했다. 공격을 가하던 선수가 오히려 역공을 당해 탭을 치는 생소한 장면에 중계진과 관중들은 한동안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었다. 아델리안의 침착한 대응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경기 후 인터뷰에서 밝혀진 승리 비결은 더욱 놀라웠다. 아델리안은 해당 기술을 전문적인 훈련이 아닌 인스타그램 영상에서 보고 배웠다고 털어놓았다. 상대가 보디 트라이앵글을 사용할 것을 미리 인지하고 있었고, 실전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하던 중 SNS에서 본 기억을 되살려 기술을 시험해봤다는 설명이다. 온라인상의 짧은 영상이 세계 최고의 옥타곤에서 실질적인 승리 도구로 활용된 셈이다.이번 승리로 아델리안은 UFC 3연승이라는 값진 기록과 함께 대회 최고의 명승부를 펼친 선수에게 주어지는 ‘퍼포먼스 오브 더 나이트’ 보너스까지 거머쥐었다. 상금 10만 달러, 우리 돈으로 약 1억 5000만 원에 달하는 거액을 챙긴 아델리안은 희귀 기술의 주인공으로서 전 세계 격투기 팬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UFC 역사상 유례없는 캡슐 록 승리는 단순한 이변을 넘어 격투기 기술의 다양성과 창의적인 접근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워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