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모아

'보수 텃밭' 경남 민심, 심상치 않다!

 오랜 기간 보수 진영의 철옹성으로 불렸던 경상남도의 정치 지형이 다가오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크게 요동치고 있다. 중앙당 차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국민의힘 내부의 극심한 주도권 다툼과 더불어민주당의 전국적인 상승세가 맞물리면서, 견고했던 지역 주민들의 표심에 뚜렷한 균열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지표는 이러한 지역 민심의 변화를 여실히 보여준다. 이달 초 실시된 경상남도지사 후보 지지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경수 전 지사가 국민의힘 소속 박완수 현 지사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지지하지 않는 무당층의 비율이 상당히 높게 집계되어, 선거 당일까지 결과를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표면적인 지지율 격차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복잡한 기류가 감지된다. 국민의힘의 행보에 크게 실망한 전통적 지지층이 곧바로 더불어민주당 지지로 돌아서기보다는 표심을 숨기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른바 '샤이 보수'로 불리는 이들은 겉으로는 여당을 강하게 비판하면서도, 실제 투표장에서는 야당에 표를 던지지 않을 가능성이 커 선거의 최대 변수로 꼽힌다.

 

진주와 통영 등 주요 도시의 전통시장에서 만난 상인과 시민들은 보수 정당의 현주소에 대해 깊은 탄식을 내뱉었다. 과거 국가 경제 성장을 이끌었다는 자부심을 주었던 정당이 이제는 명확한 가치나 비전 없이 권력 투쟁에만 매몰되어 있다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오랜 기간 당적을 유지해 온 핵심 당원들조차 주변에 지지 사실을 밝히기 부끄럽다며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번 도지사 선거가 전현직 지사 간의 맞대결로 압축되면서 인물 경쟁력에 대한 유권자들의 잣대도 엄격해졌다. 김경수 후보를 지지하는 측은 그의 지역적 연고와 과거 도정 운영 당시의 역동성을 높이 평가하는 반면, 박완수 후보를 지지하는 측은 상대 후보의 과거 사법 리스크를 지적하며 현 지사의 안정적인 도정 이끌기를 더 큰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청년 세대 사이에서는 특정 정당의 맹목적인 지지보다는 정치적 균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창원 지역의 대학생들은 이번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전국적으로 압승을 거둘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권력 독점 현상을 경계했다. 이들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기 마련이라며, 정치권 전반의 건강한 긴장 관계 유지가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기호만 보고 '묻지마 줄투표'… 지방선거, 이대로 괜찮나

 지방선거에서 당선자를 결정짓는 가장 강력한 변수는 후보자 개인이 아닌 소속 정당이다. 과거 선거 결과들을 살펴보면 특정 지역에서 특정 정당이 의석의 90% 이상을 싹쓸이하는 현상이 반복된다. 영남권에서는 국민의힘이, 호남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지역 의회를 독점하는 식이다. 이러한 의석 점유율은 해당 지역에서 각 정당이 얻는 일반적인 지지율을 훌쩍 뛰어넘는다. 유권자들은 후보자의 도덕성이나 행정 역량을 꼼꼼히 따지기보다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간판을 달고 나온 후보에게 맹목적으로 표를 던지고 있다.이러한 정당 쏠림 현상은 기초의원 선거로 내려갈수록, 그리고 전체 투표율이 낮아질수록 더욱 심각해진다. 유권자들이 후보의 이름이나 공약은 전혀 모른 채 오직 정당 기호만 보고 연달아 기표하는 줄투표 관행이 만연해 있다. 지난 제8회 지방선거의 전체 투표율은 50.9%에 불과했는데, 투표장에 나오는 유권자가 적을수록 거대 양당의 탄탄한 조직력이 빛을 발하게 된다.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방선거의 특성상, 선거판은 어떤 후보가 적합한가보다는 어느 정당의 바람이 더 거세게 부는가에 따라 좌우된다.유권자가 아닌 정당이 당선자를 결정하는 구조 속에서, 진정한 권력은 후보를 선택하는 공천권자에게 집중된다. 현행법은 정당에 후보자 추천 권한을 부여하는데, 과거에는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당원협의회 위원장이 기초의원 공천의 전권을 휘두르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겉으로는 공천관리위원회가 존재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지역위원장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밀실 공천이 이루어졌다. 이로 인해 공천 헌금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양당 내부에서 여전히 부적절한 거래가 오갈 것이라는 대중의 불신은 깊게 뿌리박혀 있다.여의도 중앙정치에 예속된 지방의회의 고질적인 폐단을 끊어내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선제적인 조치에 나섰다. 다가오는 제9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은 당원과 유권자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공천 규칙을 대폭 손질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현역 국회의원이 공천 기구에 참여하는 것을 배제하고 모든 공천 심사 과정의 기록 보존을 의무화한 것이다. 또한 상향식 공천 비율을 대폭 높이고 부적격자에 대한 감산 규정도 명문화하여 지역구 국회의원의 자의적인 권력 행사를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민주당의 이러한 시도는 밀실 공천의 고리를 끊고 부적격 후보를 걸러낸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실제 운영 과정에서는 허점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공천 심사 기록을 남기더라도 이를 투명하게 검증할 주체가 불분명하며, 권리당원의 투표 비중이 커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지역위원장이 당원 조직을 관리하는 구조라면 결과는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제도의 틀은 바뀌었을지 몰라도, 지역 정치판을 쥐락펴락하는 권력의 무게 중심은 쉽게 이동하지 않을 수 있다.결국 고착화된 양당 체제와 불완전한 공천 제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열쇠는 유권자의 손에 쥐어져 있다. 정당 공천제가 무자격 토호 세력의 진입을 막는 순기능을 발휘하려면 투명한 공천 과정이 전제되어야 하지만, 그보다 앞서 유권자들의 인식 전환이 필수적이다. 투표소에 들어선 유권자가 단순히 1번이나 2번이라는 정당 기호에 맹목적으로 도장을 찍는 대신, 후보자의 이름과 살아온 궤적, 전문성을 꼼꼼히 따져보고 선택해야 한다. 완벽하지 않은 제도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원동력은 시민들의 참여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