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서울경마공원, 런웨이로 변신한다

 한국마사회가 내달 3일 서울경마공원에서 국내 최고 권위의 경주인 ‘코리안더비’와 연계해 이색적인 문화 행사를 선보인다. 이번에 처음 시도되는 ‘코리안더비 스타일 페스타’는 경마라는 스포츠에 패션의 감각을 덧입힌 참여형 축제다. 그동안 경마가 일부 계층의 전유물이나 사행성 오락으로 치부되던 인식을 개선하고,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 콘텐츠로 확장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이는 국내를 넘어 아시아권에서도 보기 드문 선도적인 시도로 평가받으며 개최 전부터 많은 화제를 모으고 있다.

 

경마와 패션의 조화는 이미 세계적인 경마 선진국에서는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전통이다. 영국의 ‘로열 애스콧’은 왕실 가족이 참석하는 300년 역사의 사교장이며, 미국의 ‘켄터키 더비’는 화려한 모자와 셀러브리티들의 패션 대결로 명성이 높다. 호주의 ‘멜버른컵’ 역시 수천 명의 참가자가 몰리는 패션 축제를 통해 경마의 위상을 높여왔다. 한국마사회는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를 국내 실정에 맞게 재해석하여, 서울경마공원을 거대한 야외 런웨이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구상을 구체화했다.

 


이번 축제의 핵심 주제를 관통하는 색상은 ‘그린’이다. 푸른 잔디와 생명력이 넘치는 목장을 상징하는 초록색은 코리안더비의 공식 테마 컬러로 선정되었다. 참가자들은 재킷이나 드레스는 물론, 스카프나 모자 같은 작은 소품 하나만으로도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다. 전체 의상을 초록색으로 맞추지 않더라도 포인트 아이템만 있다면 누구나 축제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자연과 환경의 의미를 담은 이 드레스코드는 야외 경마장의 풍경과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참가자들이 직접 모델이 되는 ‘스타일 어워즈’다. “트랙이 곧 당신의 런웨이”라는 슬로건 아래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경마공원 곳곳을 배경으로 촬영한 스타일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공유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현장에는 전문 사진작가들로 구성된 포토팀이 배치되어 참가자들의 가장 빛나는 순간을 기록할 예정이다. 심사에는 패션 브랜드 파트너와 유명 인플루언서들이 참여해 전문성을 높였으며, 최종 우승자에게는 300만 원의 상금이 수여되는 등 총상금 규모도 상당하다.

 


참가를 희망하는 인원은 공식 채널을 통해 사전 예약을 마쳐야 하며, 쾌적한 행사 운영을 위해 선착순 1,000명으로 인원을 제한한다. 참가비는 조기 예약 시 할인 혜택이 적용되며, 모든 참가자에게는 실크 스카프와 고급 뷰티 제품 등이 포함된 10만 원 상당의 웰컴 키트가 증정된다. 이는 참가비 이상의 가치를 돌려줌으로써 축제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만족도를 높이려는 전략이다. 또한 일반 경마 고객들을 위해서도 특정 컬러 복장을 갖출 경우 선착순으로 선글라스를 제공하는 등 풍성한 이벤트가 준비되어 있다.

 

한국마사회는 이번 행사를 통해 경마공원을 단순히 베팅이 이루어지는 장소가 아닌, 세련된 라이프스타일을 향유하는 문화 공간으로 각인시키고자 한다. 고전적인 경마의 권위와 현대적인 패션의 감성이 결합한 이번 시도는 국내 스포츠 마케팅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젊은 층의 유입을 유도하고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함으로써, 경마가 지닌 잠재적인 문화적 가치를 재발견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서울경마공원의 푸른 트랙 위에서 펼쳐질 화려한 패션의 향연은 내달 초 본격적인 막을 올린다.

 

도이치 항소심 “김건희 공범” 판단…20억 계좌·40% 약정 주목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항소심 재판부가 김건희 씨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함께 시세조종에 가담한 공범으로 판단했다.재판부는 특히 김 씨가 이른바 주가조작 세력으로 지목된 블랙펄인베스트 측에 20억 원이 든 증권계좌를 맡기고, 투자 수익의 40%를 주기로 한 약정을 핵심 근거로 제시했다. 주가조작 사건이 불거진 지 약 15년 만에 김 씨의 공범성이 법원 판단으로 처음 인정된 것이다.서울고법 항소심 재판부는 김 씨가 2010년 블랙펄인베스트에 거액의 계좌를 일임하면서 수익 일부를 배분하기로 한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단순한 시장 흐름에 따른 정상적 투자였다면 수익의 40%를 별도로 보장하는 방식은 이례적이라며, 이는 블랙펄 측이 인위적으로 끌어올린 주가 상승분에 대한 대가였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20억 원이라는 큰돈을 맡긴 행위 역시 시세조종을 통한 수익을 기대하지 않고서는 쉽게 보기 어려운 결정이라고 봤다.재판부는 김 씨가 권오수 전 회장과 친분이 있는 상황에서, 굳이 블랙펄을 통해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거래한 경위도 석연치 않다고 지적했다. 정상적인 투자 목적만 있었다면 우회적으로 거래를 맡길 이유가 크지 않다는 취지다.항소심 판단에는 재수사 과정에서 확보된 녹취도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특검이 확보한 통화 녹취에는 김 씨가 증권사 직원에게 “내가 일단 40%를 주기로 했다”,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느냐”는 취지로 말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2024년 검찰의 무혐의 처분 이후 다시 진행된 수사에서 드러난 이 녹취는, 수익 배분 약정이 실제 존재했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받아들여졌다.재판부는 김 씨가 통화 녹음 여부를 신경 쓴 정황도 유죄 판단의 한 축으로 봤다. 사무실 전화는 녹음될 수 있으니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편이 낫다는 취지의 발언은, 주식 거래와 관련한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는 인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이와 함께 사전에 거래 시점과 물량을 맞추는 통정매매 정황도 인정됐다. 재판부는 김 씨가 다른 관계자들이 알려준 시점에 맞춰 10만 주를 매도하고, 이후 추가 판단을 기다린 정황 등을 근거로 들었다. 결국 항소심은 김 씨가 단순 투자자가 아니라 권 전 회장, 블랙펄 대표 이종호 씨 등과 함께 시세조종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결론 내렸다. 1심이 공범성을 인정하지 않고 공소시효도 지났다고 본 판단은 항소심에서 뒤집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