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1916년생 세 천재 화가의 특별한 전시

 1916년, 같은 해에 태어나 한국 미술의 현대화를 각자의 방식으로 이끌었던 세 명의 거장이 11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한자리에서 만났다. 현대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유영국, 이봉상, 최영림의 특별전은 한국 근현대 미술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이들이 구축한 독창적인 예술 세계를 비교하며 조망하는 드문 기회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유영국은 산과 바다 같은 자연의 이미지를 점, 선, 면이라는 순수한 조형 요소로 환원했다. 그는 자연을 보이는 그대로 재현하는 대신, 그 본질적인 구조와 질서를 강렬한 원색의 화면 위에 재구성했다. 이번에 전시된 1980년대의 '산'과 '도시' 연작은 그의 조형 세계가 원숙기에 이르렀음을 명확히 보여주는 대표작이다.

 


최영림은 황토와 모래, 모시 같은 토속적인 재료를 사용해 한국적 정서를 현대적으로 구현했다. 그의 화폭은 독특한 질감으로 가득하며, 이는 시각을 넘어 촉각적인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전쟁으로 인해 북에 가족을 두고 온 그의 개인사는 작품에 깊은 그리움의 정서를 새겼다. '모자' 연작이나 '봄동산' 같은 작품에는 그가 꿈꾸었던 이상향과 가족에 대한 애틋함이 녹아 있다.

 

이봉상은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서 한국 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했다. 그는 서구의 유화 기법에 동양적인 색채 감각과 시점을 결합하며 자신만의 화풍을 만들었다. 1960년대 작품 '해바라기'는 그의 예술적 여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해바라기의 구체적인 형태는 점차 해체되고, 화면은 색과 구조의 조화로운 탐구의 장으로 변모한다.

 


이처럼 세 작가는 추상, 표현주의, 반추상이라는 각기 다른 길을 걸었지만, '한국적 현대성'이라는 공통된 지향점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서구 미술의 영향을 받으면서도, 자신만의 언어로 한국의 자연과 정서를 담아내기 위해 치열하게 고뇌하며 한국 미술의 지평을 넓혔다.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의 초석을 다진 세 거장의 예술적 성취를 재조명하고, 그들의 작품을 통해 우리 미술이 걸어온 길을 되짚어볼 수 있게 한다. 추상과 구상,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이들의 작품 세계를 통해 한국적 미감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다. 전시는 5월 10일까지 계속된다.

 

김선민 거제시장 후보 '스벅 옹호' 논란…지방선거판 뒤흔드나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탱크데이'라는 명칭의 행사를 진행해 거센 비난을 사고 있는 스타벅스 코리아를 두고 국민의힘 일부 후보가 옹호성 발언을 남겨 논란이 일고 있다. 김선민 국민의힘 거제시장 후보는 19일 오전, 스타벅스 방문을 독려하는 취지의 SNS 게시글에 동조하는 댓글을 달았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이는 전국적으로 스타벅스 불매 운동이 확산되고 정치권의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나온 반응이라, 당 차원의 역사 인식 부재를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논란의 발단은 국민의힘 충북도당의 공식 SNS 계정에서 시작됐다. 해당 계정에 스타벅스 이용을 암시하는 글이 올라오자 김 후보 측 계정이 샌드위치를 먹으러 가겠다는 답변을 남긴 것이다. 김 후보 측은 취재가 시작되자 해당 계정이 선거 사무실 홍보팀에서 관리하는 것이며 후보 본인이 직접 작성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후보의 이름으로 운영되는 공식 채널에서 국민적 공분을 사는 사안에 동조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스타벅스 코리아가 기획한 이번 행사는 '탱크 텀블러'를 홍보하며 5·18 민주화운동과 고 박종철 열사의 고문 치사 사건을 연상시키는 문구를 사용해 거센 항의를 받았다. 특히 민주화의 아픔이 서린 기념일에 군부 독재의 상징인 탱크를 마케팅 전면에 내세운 점이 결정적인 패착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희생자들을 모독하는 행위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고, 이를 기점으로 정치권 전반에서 스타벅스의 몰상식한 기획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신세계그룹은 즉각적인 인적 쇄신과 사과에 나섰다. 정용진 회장은 이번 마케팅이 결코 용납될 수 없는 과오임을 인정하며 손정현 스타벅스 코리아 대표를 전격 경질했다. 정 회장은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유가족과 국민에게 깊은 상처를 준 점에 대해 고개를 숙였으며, 그룹 차원의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신세계그룹 부사장이 직접 5·18 관련 단체를 찾아 사죄의 뜻을 전하려 했으나, 분노한 단체 측의 거부로 면담은 성사되지 못했다.정치적 파장이 커지자 논란의 원인을 제공했던 국민의힘 충북도당도 고개를 숙였다. 도당 측은 문제가 된 게시물을 삭제한 뒤 사과문을 올려 희생자와 유공자들의 아픔을 깊이 헤아리지 못한 명백한 잘못이라고 시인했다. 이번 일이 단순한 실수가 아닌 역사적 감수성의 부족에서 비롯되었음을 인정하고, 향후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당직자 및 후보자 교육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선거를 목전에 둔 시점에서 발생한 이번 악재에 당 내부에서도 곤혹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이번 사건은 기업의 마케팅이 사회적 가치 및 역사적 맥락과 충돌했을 때 발생하는 위험성을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동시에 정치권이 민감한 사회적 이슈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경솔한 태도가 어떻게 선거 국면의 변수로 작용하는지도 증명했다. 스타벅스 코리아의 대표 교체와 신세계그룹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으로 옮겨붙은 역사 인식 논란은 당분간 식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이번 사태가 유권자들의 표심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