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모아

불티나게 팔리는 K-2 전차, 비결은 따로 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격화되면서 중동 국가들의 방공망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이란의 미사일 공세에 맞서 아랍에미리트(UAE)에 배치된 한국산 요격미사일 '천궁-II'가 높은 요격률을 기록하며 실전 성능을 입증하자, 한국 무기를 향한 중동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UAE의 추가 도입 요청에 이어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조기 공급을 타진했다고 보도하며 K-방산의 달라진 위상을 조명했다.

 

불과 반세기 전만 해도 한국은 무기 원조에 의존하던 국가였다. 1970년대 박정희 정부의 '번개 사업'으로 소총 국산화에 겨우 성공했지만, 당시 북한과의 군사력 격차는 상당했다. 그러나 국산 무기 개발에 대한 끊임없는 도전은 50여 년 만에 한국을 미국, 프랑스, 이스라엘에 이은 세계 4위의 무기 수출국 반열에 올려놓는 기적적인 결과를 낳았다.

 


K-방산의 핵심 수출품인 K-2 전차의 경쟁력은 한국의 강력한 산업 기반에서 나온다. 철도 차량을 만들던 현대로템의 기술력이 녹아든 K-2 전차는 험준한 산악 지형에서의 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지형에서도 안정적인 기동성을 자랑한다. 최근에는 50도가 넘는 사막 환경에서도 작전이 가능한 '중동형 K-2 전차(K2ME)'를 공개하며 극한의 환경에 맞춰 진화하는 기술력을 선보였다.

 

K-9 자주포는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도전의 상징이다. 인도에서 진행된 성능 평가 당시, 경쟁국들이 포기한 사막의 모래 언덕을 오르는 데 성공하며 세계 시장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K-9은 험지 극복 능력을 인정받았고, 핀란드, 폴란드, 이집트 등 전 세계 10개국이 운용하는 글로벌 베스트셀러 자주포로 등극했다.

 


다연장로켓 '천무'는 기업의 과감한 결단이 낳은 결과물이다. 2000년대 초, 군이 북한 장사정포 대응을 위해 해외 무기 도입을 검토할 때 한화는 수백억 원의 손실을 감수하고 독자 개발에 뛰어들었다. 그 결과 미국의 '하이마스'를 능가하는 화력과 정밀 타격 능력을 갖춘 천무가 탄생했고, 이는 자주국방을 향한 집념이 만들어낸 쾌거로 평가받는다.

 

'우수한 성능, 저렴한 가격, 신속한 납기'는 K-방산의 성공 방정식으로 굳어졌다. 특히 미국-이란 전쟁은 한국 무기가 단순한 '가성비 대안'이 아니라, 실전에서 승리를 보장하는 '게임 체인저'임을 증명하는 계기가 되었다. 전쟁의 위기가 역설적으로 K-방산에게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신뢰를 쌓는 기회가 된 것이다.

 

기호만 보고 '묻지마 줄투표'… 지방선거, 이대로 괜찮나

 지방선거에서 당선자를 결정짓는 가장 강력한 변수는 후보자 개인이 아닌 소속 정당이다. 과거 선거 결과들을 살펴보면 특정 지역에서 특정 정당이 의석의 90% 이상을 싹쓸이하는 현상이 반복된다. 영남권에서는 국민의힘이, 호남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지역 의회를 독점하는 식이다. 이러한 의석 점유율은 해당 지역에서 각 정당이 얻는 일반적인 지지율을 훌쩍 뛰어넘는다. 유권자들은 후보자의 도덕성이나 행정 역량을 꼼꼼히 따지기보다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간판을 달고 나온 후보에게 맹목적으로 표를 던지고 있다.이러한 정당 쏠림 현상은 기초의원 선거로 내려갈수록, 그리고 전체 투표율이 낮아질수록 더욱 심각해진다. 유권자들이 후보의 이름이나 공약은 전혀 모른 채 오직 정당 기호만 보고 연달아 기표하는 줄투표 관행이 만연해 있다. 지난 제8회 지방선거의 전체 투표율은 50.9%에 불과했는데, 투표장에 나오는 유권자가 적을수록 거대 양당의 탄탄한 조직력이 빛을 발하게 된다.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방선거의 특성상, 선거판은 어떤 후보가 적합한가보다는 어느 정당의 바람이 더 거세게 부는가에 따라 좌우된다.유권자가 아닌 정당이 당선자를 결정하는 구조 속에서, 진정한 권력은 후보를 선택하는 공천권자에게 집중된다. 현행법은 정당에 후보자 추천 권한을 부여하는데, 과거에는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당원협의회 위원장이 기초의원 공천의 전권을 휘두르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겉으로는 공천관리위원회가 존재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지역위원장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밀실 공천이 이루어졌다. 이로 인해 공천 헌금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양당 내부에서 여전히 부적절한 거래가 오갈 것이라는 대중의 불신은 깊게 뿌리박혀 있다.여의도 중앙정치에 예속된 지방의회의 고질적인 폐단을 끊어내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선제적인 조치에 나섰다. 다가오는 제9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은 당원과 유권자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공천 규칙을 대폭 손질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현역 국회의원이 공천 기구에 참여하는 것을 배제하고 모든 공천 심사 과정의 기록 보존을 의무화한 것이다. 또한 상향식 공천 비율을 대폭 높이고 부적격자에 대한 감산 규정도 명문화하여 지역구 국회의원의 자의적인 권력 행사를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민주당의 이러한 시도는 밀실 공천의 고리를 끊고 부적격 후보를 걸러낸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실제 운영 과정에서는 허점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공천 심사 기록을 남기더라도 이를 투명하게 검증할 주체가 불분명하며, 권리당원의 투표 비중이 커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지역위원장이 당원 조직을 관리하는 구조라면 결과는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제도의 틀은 바뀌었을지 몰라도, 지역 정치판을 쥐락펴락하는 권력의 무게 중심은 쉽게 이동하지 않을 수 있다.결국 고착화된 양당 체제와 불완전한 공천 제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열쇠는 유권자의 손에 쥐어져 있다. 정당 공천제가 무자격 토호 세력의 진입을 막는 순기능을 발휘하려면 투명한 공천 과정이 전제되어야 하지만, 그보다 앞서 유권자들의 인식 전환이 필수적이다. 투표소에 들어선 유권자가 단순히 1번이나 2번이라는 정당 기호에 맹목적으로 도장을 찍는 대신, 후보자의 이름과 살아온 궤적, 전문성을 꼼꼼히 따져보고 선택해야 한다. 완벽하지 않은 제도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원동력은 시민들의 참여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