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왕과 사는 남자', 미술계까지 뒤흔들었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가 촉발한 단종 열풍이 스크린을 넘어 미술계로 번지고 있다. 한국 구상미술의 거장으로 꼽히는 서용선 화백이 40년간 몰두해 온 단종 연작을 대중에게 선보이는 대규모 연합 전시 '서용선의 단종그림' 전이 개최된다.

 

서 화백이 단종이라는 역사적 인물에 깊이 빠져든 것은 1986년 여름, 영월 청령포에서의 신비로운 경험 때문이었다. 그는 그곳에서 단종의 시신을 수습한 충신 엄흥도의 환영을 보았고, 이는 돌아가신 부친의 모습과 겹쳐지며 예술가로서의 운명적 깨달음으로 이어졌다. 한국사의 비극이 세계적인 예술의 소재가 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은 순간이었다.

 


그의 작품은 승자의 기록으로 남은 역사를 넘어, 그 이면에 숨겨진 인간의 감정을 파고든다. 계유정난의 피바람 속에서 공포에 질린 신하들, 유배지에서 홀로 고독을 감내해야 했던 어린 왕, 그리고 신념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인물의 결기까지, 역사의 행간에 묻힌 감정들이 화폭 위에서 생생하게 되살아난다.

 

서용선 화백 특유의 거칠고 강렬한 필치와 핏빛처럼 선명한 원색의 사용은 이러한 감정을 극대화한다. 일그러진 인물의 형태와 파격적인 색감은 수백 년 전 인물들이 겪었을 극한의 고통과 고뇌를 관람객에게 직접적으로 전달하며, 인간 본성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번 연합 전시는 오는 20일 영월관광센터를 시작으로, 서울에 위치한 갤러리 4곳에서 릴레이 방식으로 이어진다. 특히 영월 전시 기간에는 지역의 전통 축제인 단종문화제가 함께 열려, 역사의 현장에서 현대미술과 전통 제의가 어우러지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예정이다.

 

전시와 더불어 작가와 함께 영월의 역사적 장소를 직접 답사하는 워크숍이 마련되고, 200여 점에 달하는 단종 관련 작품을 집대성한 단행본도 출간된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그림 감상을 넘어, 시대를 초월한 비극적 서사를 '읽어내는' 기회가 될 것이다.

 

SF 팬들, "이정후 몰라봐서 죄송" 반성문 화제

 미국 프로야구 무대에서 활약 중인 한국인 타자가 놀라운 반등을 이뤄내며 현지 야구팬들의 여론을 완벽하게 뒤집었다. 시즌 초반 극심한 타격 부진에 시달리며 거센 비판을 받았던 그는, 최근 폭발적인 타격감을 과시하며 소속 리그 타율 순위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이에 그를 향해 날 선 비난을 쏟아내던 현지 팬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른바 반성문 양식을 자발적으로 공유하며 자신의 과거 발언을 사과하는 진풍경이 연출되고 있다.극적인 반전의 계기가 된 것은 27일 캘리포니아주 홈구장에서 열린 마이애미와의 맞대결이었다. 이날 팀의 공격의 선봉장이자 우측 외야수로 선발 출장한 그는 3루타 한 개를 포함해 5번의 타석에서 무려 4개의 안타를 몰아치고 두 번이나 홈 베이스를 밟는 등 맹활약을 펼쳤다. 그의 맹타에 힘입어 소속팀은 6대 3으로 승리를 거두었으며, 그가 한 경기에서 4개의 안타를 기록한 것은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세 번째이자 올 시즌 들어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불과 몇 주 전까지만 해도 그의 입지는 매우 불안했다. 정규 시즌 개막 직후 안타를 거의 생산하지 못하며 0할대 타율로 출발했던 그는, 이달 13일 무렵까지도 1할대 빈타에 허덕이며 깊은 슬럼프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최근 보름 동안 메이저리그 전체 타자들을 통틀어 가장 많은 25개의 안타를 집중시키는 괴력을 발휘했다. 전날까지 2할 8푼대였던 시즌 타율은 이날 4안타 경기를 기점으로 단숨에 3할 1푼 3리까지 치솟으며 리그 타격 10위권 진입에 성공했다.시즌 초반 그가 13경기에서 42번의 타석에 들어서 단 6개의 안타만을 때려내며 1할 4푼 3리의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자, 현지 팬들의 여론은 매우 싸늘했다. 당시 소셜 미디어와 구단 팬 게시판에는 그를 향한 특유의 응원 문화를 조롱하거나, 최악의 자유계약선수 영입이라며 깎아내리는 글들이 쇄도했다. 일부 팬들은 성적이 형편없는 선수에게 과도한 환호가 쏟아지는 현상 자체가 기괴하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하지만 타격감이 살아나고 팀 타선을 이끄는 핵심 선수로 자리매김하자 팬들의 태도는 180도 달라졌다. 27일 온라인상에 등장한 사과문 양식에는 과거의 경솔했던 행동을 뉘우치고 앞으로 그를 깊이 존중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해당 문서에는 선수의 재능을 알아보지 못한 점, 표면적인 기록만으로 평가한 점, 개인적인 편견에 사로잡혔던 점, 심지어 스스로 제정신이 아니었다는 자조적인 내용까지 총 6가지의 반성 사유가 선택 항목으로 나열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결과적으로 시즌 초반 쏟아지던 혹평은 불과 20일도 채 지나지 않아 열광적인 환호와 공개적인 사과 릴레이로 바뀌었다. 끝없는 부진의 늪에서 탈출해 본연의 정교한 타격 기술을 되찾은 그는 샌프란시스코 타선의 핵심인 1번 타자 자리를 확고히 다졌다. 구단 수뇌부와 코치진의 굳건한 신뢰 속에서 타격감을 완벽하게 끌어올린 그는 앞으로 남은 정규 시즌 일정 동안 팀의 공격을 주도하며 타율 끌어올리기에 전념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