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트럼프, 배달기사에게 "나에게 투표했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을 자신의 정책 홍보를 위한 무대로 적극 활용했다. 그는 점심시간에 맞춰 맥도날드 음식을 주문한 뒤, 직접 배달 기사를 맞이하는 이례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이 모든 과정은 현장에 있던 취재진에게 그대로 공개되었으며, 단순한 식사 수령을 넘어 즉석 기자회견으로 이어졌다.

 

이날 이벤트의 핵심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공약인 '팁 비과세' 정책을 부각하는 데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배달 기사 샤론 시먼스를 옆에 세운 채, 서비스업 종사자들의 팁 수입에 세금을 면제해 주는 이 정책의 효과를 대중에게 직접 설명했다. 100달러의 팁을 건네는 모습 역시 이러한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로 해석된다.

 


배달 기사 시먼스의 발언은 이 행사가 사전에 조율되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싣는다. 트럼프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질문을 던졌을 때 즉답을 피한 시먼스는, 자신이 "팁 비과세에 대해 이야기하러 왔다"고 명확히 말했다. 이는 우발적인 만남이라기보다, 정책 홍보라는 뚜렷한 목적을 가진 기획된 행사라는 인상을 강하게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서민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평소 즐겨 먹는 맥도날드를 소품으로 활용했다. 세계 최고 권력의 상징인 백악관과 대중적인 패스트푸드의 대비를 통해 유권자들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와 같은 '장면 정치'의 전형적인 방식이다.

 


물론 이러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지지자들은 대통령의 소탈하고 파격적인 소통 방식이라며 긍정적으로 반응했지만, 비판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평범한 노동의 현장을 정치적 홍보의 장으로 동원했으며, 모든 상황이 치밀한 각본 아래 움직인 '쇼'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결국 백악관의 맥도날드 해프닝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의 시선을 사로잡고 자신의 메시지를 각인시키는 데 얼마나 능숙한지를 다시 한번 입증했다. 이 장면을 소탈한 소통으로 볼 것인지, 혹은 잘 짜인 정치적 연출로 해석할 것인지는 유권자들의 몫으로 남겨졌다.

 

기호만 보고 '묻지마 줄투표'… 지방선거, 이대로 괜찮나

 지방선거에서 당선자를 결정짓는 가장 강력한 변수는 후보자 개인이 아닌 소속 정당이다. 과거 선거 결과들을 살펴보면 특정 지역에서 특정 정당이 의석의 90% 이상을 싹쓸이하는 현상이 반복된다. 영남권에서는 국민의힘이, 호남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이 지역 의회를 독점하는 식이다. 이러한 의석 점유율은 해당 지역에서 각 정당이 얻는 일반적인 지지율을 훌쩍 뛰어넘는다. 유권자들은 후보자의 도덕성이나 행정 역량을 꼼꼼히 따지기보다는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간판을 달고 나온 후보에게 맹목적으로 표를 던지고 있다.이러한 정당 쏠림 현상은 기초의원 선거로 내려갈수록, 그리고 전체 투표율이 낮아질수록 더욱 심각해진다. 유권자들이 후보의 이름이나 공약은 전혀 모른 채 오직 정당 기호만 보고 연달아 기표하는 줄투표 관행이 만연해 있다. 지난 제8회 지방선거의 전체 투표율은 50.9%에 불과했는데, 투표장에 나오는 유권자가 적을수록 거대 양당의 탄탄한 조직력이 빛을 발하게 된다.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방선거의 특성상, 선거판은 어떤 후보가 적합한가보다는 어느 정당의 바람이 더 거세게 부는가에 따라 좌우된다.유권자가 아닌 정당이 당선자를 결정하는 구조 속에서, 진정한 권력은 후보를 선택하는 공천권자에게 집중된다. 현행법은 정당에 후보자 추천 권한을 부여하는데, 과거에는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당원협의회 위원장이 기초의원 공천의 전권을 휘두르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겉으로는 공천관리위원회가 존재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지역위원장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는 밀실 공천이 이루어졌다. 이로 인해 공천 헌금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양당 내부에서 여전히 부적절한 거래가 오갈 것이라는 대중의 불신은 깊게 뿌리박혀 있다.여의도 중앙정치에 예속된 지방의회의 고질적인 폐단을 끊어내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선제적인 조치에 나섰다. 다가오는 제9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은 당원과 유권자의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공천 규칙을 대폭 손질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현역 국회의원이 공천 기구에 참여하는 것을 배제하고 모든 공천 심사 과정의 기록 보존을 의무화한 것이다. 또한 상향식 공천 비율을 대폭 높이고 부적격자에 대한 감산 규정도 명문화하여 지역구 국회의원의 자의적인 권력 행사를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민주당의 이러한 시도는 밀실 공천의 고리를 끊고 부적격 후보를 걸러낸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아무리 훌륭한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실제 운영 과정에서는 허점이 발생하기 마련이다. 공천 심사 기록을 남기더라도 이를 투명하게 검증할 주체가 불분명하며, 권리당원의 투표 비중이 커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지역위원장이 당원 조직을 관리하는 구조라면 결과는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제도의 틀은 바뀌었을지 몰라도, 지역 정치판을 쥐락펴락하는 권력의 무게 중심은 쉽게 이동하지 않을 수 있다.결국 고착화된 양당 체제와 불완전한 공천 제도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열쇠는 유권자의 손에 쥐어져 있다. 정당 공천제가 무자격 토호 세력의 진입을 막는 순기능을 발휘하려면 투명한 공천 과정이 전제되어야 하지만, 그보다 앞서 유권자들의 인식 전환이 필수적이다. 투표소에 들어선 유권자가 단순히 1번이나 2번이라는 정당 기호에 맹목적으로 도장을 찍는 대신, 후보자의 이름과 살아온 궤적, 전문성을 꼼꼼히 따져보고 선택해야 한다. 완벽하지 않은 제도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원동력은 시민들의 참여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