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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변신, 이제 쇼핑은 옛말이다

 홍콩을 찾는 한국인 여행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과거 미식과 쇼핑 중심의 단기 여행지였다면, 이제는 세계적인 미술관과 아트페어를 중심으로 장기간 머물며 예술적 영감을 얻는 '아트 투어'의 목적지로 부상했다.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현지 호텔들은 공간 자체를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그 중심에는 '로즈우드 홍콩'이 있다. 이 호텔은 단순한 숙박 시설을 넘어, 미술관을 방불케 하는 압도적인 아트 컬렉션을 통해 홍콩의 새로운 예술적 정체성을 온몸으로 증명한다. 호텔 입구의 영국 조각가 토마스 하우즈아고의 작품부터 로비의 네덜란드 아티스트 프랭키의 '럭키 드래곤'까지, 모든 공간이 동시대 최고 예술가들의 작품으로 채워져 있다.

 


이 호텔의 예술에 대한 집념은 디테일에서 정점을 찍는다. 413개에 달하는 모든 객실에는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을 화가가 직접 그린, 세상에 단 하나뿐인 그림이 걸려있다. 투숙객은 객실 안에서 창밖의 실제 야경과 그 풍경을 담은 그림을 동시에 감상하며 완벽하게 계산된 미학적 경험을 마주하게 된다.

 

최적의 입지는 예술적 경험을 극대화한다. 침사추이 스타의 거리 끝에 위치해 빅토리아 하버의 상징적인 야경을 가장 완벽한 구도에서 조망할 수 있다. 특히 매년 3월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 '아트 바젤' 기간에는 투숙객만을 위한 전용 요트를 운행, 컨벤션센터까지 이동하는 과정마저 특별한 이벤트로 만든다.

 


오감을 만족시키는 경험 또한 놓칠 수 없다. 미슐랭 1스타를 받은 인도 레스토랑 '차트(CHAAT)'는 현지 길거리 음식을 독창적으로 재해석한 메뉴로 새로운 미식의 세계를 열어준다.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겔랑과 협업한 스파 '아사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웰니스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여행의 피로를 풀어준다.

 

로즈우드 호텔 그룹은 각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공간 디자인에 녹여내는 철학으로 유명하다. 도시마다 다른 콘셉트를 선보이는 이들의 다음 행선지는 서울이다. 내년 용산에 문을 열 로즈우드 서울이 한국의 미학과 문화를 어떻게 담아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시, 206억 투입한 '프리덤홀' 조형물 형태 논란 확산

 서울 광화문광장의 중심부에 6·25전쟁 참전국을 기리는 새로운 기념 공간인 '감사의 정원'이 들어서며 시민과 관광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세종대왕상과 이순신 장군상 사이에 배치된 23개의 거대한 돌기둥 '감사의 빛 23'은 참전 22개국과 대한민국을 상징하며 6.25m의 높이로 제작되었다. 이곳을 지나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조형물의 의미를 듣고 기념사진을 찍으며 한국의 역사적 배경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현장 체험 학습을 나온 학생들에게도 이 공간은 교과서 밖 생생한 역사 교육의 현장으로 활용되고 있다.지상 조형물 아래에 마련된 지하 전시 공간 '프리덤홀'은 개관 열흘 만에 관람객 1만 명을 돌파하며 예상 밖의 흥행을 기록 중이다. 전체 사업비 206억 원 중 상당 부분이 투입된 이 공간은 첨단 미디어 기술을 활용해 전쟁의 아픔과 이후의 눈부신 발전상을 시각적으로 구현했다. 참전국 국화를 모티브로 한 LED 영상과 인공지능 기술로 복원된 컬러 영상 등은 젊은 세대에게도 웅장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관람객들은 키오스크를 통해 참전 용사들에게 직접 감사 메시지를 남기며 과거의 희생을 현재의 기록으로 연결하는 체험에 동참하고 있다.하지만 화려한 개관 성적표 뒤편에서는 조형물의 형태와 예산을 둘러싼 정치권의 날 선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야권은 지상에 설치된 돌기둥의 형상이 과거 군사 문화의 잔재인 '받들어 총' 자세를 연상시킨다며 광장의 민주적 정체성을 훼손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고물가 시대에 단일 기념 공간 조성에 200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한 것을 두고 '혈세 낭비'라는 피켓 시위까지 벌어지는 상황이다. 이러한 비판은 광화문광장이 지닌 상징성을 고려할 때 조형물의 디자인이 지나치게 수직적이고 권위적이라는 시각과 궤를 같이한다.정치권의 갈등과는 대조적으로 현장에서 만난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인 편이다. 많은 시민은 6·25전쟁이라는 국가적 사건을 일상의 공간에서 기억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특히 전쟁을 직접 겪었거나 실향의 아픔을 가진 고령층 방문객들은 도심 한복판에 참전국을 기리는 공간이 생긴 것에 대해 깊은 감회를 드러냈다. 젊은 층 역시 세련된 미디어 전시를 통해 역사를 접할 수 있다는 점에 점수를 주며, 이를 정치적 논쟁으로 비화시키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외국인 관광객들의 시선도 흥미롭다. 분단 국가인 한국이 과거의 도움을 잊지 않고 기록하는 방식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는 이들이 많았다. 독일 등 과거사 갈등을 겪은 국가에서 온 여행객들은 역사적 사건을 두고 사회적 토론이 벌어지는 것 자체가 민주주의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들에게 '감사의 정원'은 한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국제적 역할을 동시에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로 인식되고 있다.서울시는 이번 논란에 대해 시민들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수렴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조성된 공간의 활용도는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감사의 정원'은 단순한 기념비를 넘어 첨단 IT 기술과 역사가 결합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서 광화문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고 있다. 정치적 공방이 거세질수록 역설적으로 이곳을 찾는 발길은 더욱 늘어나고 있으며, 광장을 가로지르는 23개의 돌기둥은 오늘도 수많은 시민과 관광객을 마주하며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