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두 피아니스트, 60년 동행의 비밀

 세계적인 피아노 듀오 카티아와 마리엘 라베크가 7년 만에 한국 관객을 만난다. 60년 가까이 두 대의 피아노로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 온 이들은 피아노 듀오라는 장르를 개척한 살아있는 전설로 불린다. 1981년 발표한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 앨범은 클래식계에서 이례적인 '골드 디스크'를 기록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반세기가 넘는 성공적인 협업의 비결로 이들은 '차이점'을 꼽는다. 성격도, 연주 스타일도 다른 두 개의 개성이 무대 위에서 충돌하고 어우러질 때 비로소 피아노 듀오 음악이 더욱 흥미로워진다는 것이다. 이들은 오랜 동행을 '기적'이라 표현하며, 음악을 향한 식지 않는 열정이 그 기적을 가능하게 했다고 말한다.

 


의미 있는 결과를 위해서는 치열한 대립이 필수적이라고 이들은 입을 모은다. 각자 선호하는 음역대(카티아는 고음, 마리엘은 저음)에서 충분히 개별 연습을 거친 뒤, 두 사람의 음악을 하나로 맞추는 과정에서 격렬한 논쟁도 서슴지 않는다. 이러한 음악적 긴장감이야말로 완벽한 합을 만들어내는 원동력이다.

 

이번 내한 공연에서 라베크 자매는 현대음악의 거장 필립 글래스가 오직 이들을 위해 편곡하고 헌정한 '장 콕토 3부작'을 연주한다. 본래 세 편의 오페라였던 작품을 두 대의 피아노 버전으로 재구성한 곡으로, 라베크 자매의 적극적인 요청으로 3부작 전체가 완성될 수 있었다.

 


이들과 필립 글래스의 인연은 2008년 한 음악 페스티벌에서 시작됐다. 글래스의 피아노 듀오곡에 매료된 이들은 앨범 녹음을 진행했고, 이를 계기로 깊은 음악적 교감을 나누게 되었다. 라베크 자매는 필립 글래스를 '살아있는 가장 위대한 작곡가 중 한 명'이라 칭하며 깊은 존경심을 표했다.

 

라베크 자매는 한국 관객의 깊은 음악적 이해와 애정에 늘 감명받는다고 전했다. 또한 공연을 더 깊이 즐기기 위한 팁으로, 작품의 바탕이 된 장 콕토의 영화를 미리 감상해볼 것을 추천했다. 두 거장이 빚어내는 풍성한 피아노의 향연은 오는 26일 LG아트센터 서울에서 펼쳐진다.

 

결혼 관심 3배 늘었지만…직장인 53% “부정적 감정”

 최근 대한민국 혼인건수가 7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며 반등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결혼을 앞둔 직장인들의 심리적 장벽은 더욱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상으로는 30대 초반을 중심으로 결혼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포착된 청년들의 속마음은 경제적 부담과 관계 형성의 어려움으로 인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은 최근 8년간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올라온 결혼 관련 게시물을 분석해 이 같은 인식의 차이를 공개했다.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건수는 약 24만 건으로 전년 대비 8.1% 증가하며 3년 연속 상승 곡선을 그렸다. 특히 결혼 적령기인 30대 초반 남녀의 혼인율이 가장 높게 나타나며 인구 절벽 위기 속에서 희망적인 신호로 해석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수치상의 회복세와 달리, 직장인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여전히 냉혹했다. 결혼 관련 온라인 게시글 수는 2년 전보다 3배 가까이 폭증하며 높은 관심을 반영했으나, 그 내용의 절반 이상은 부정적인 감정을 담고 있었다.직장인들의 결혼 담론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관계 맺기'에 대한 피로감이다. 과거에는 예식장 예약이나 혼수 준비 같은 실무적인 고민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소개팅이나 매칭앱 활용, 배우자 조건 설정 등 상대방을 만나고 관계를 유지하는 과정 자체에 대한 고충이 급증했다. 마음이 맞는 파트너를 찾는 일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숙제가 되면서, 결혼 준비의 무게중심이 물리적 준비에서 심리적 탐색으로 옮겨가고 있는 양상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을 가로막는 가장 큰 현실적 장벽은 여전히 '돈'이었다. 분석 대상 게시물의 절반 이상이 연봉, 대출, 주거 비용 등 경제적 조건을 핵심 주제로 다뤘다. 직장인들은 안정적인 주거 공간 확보와 자산 형성 없이는 결혼이라는 제도 안으로 진입하기 어렵다는 압박감을 강하게 느끼고 있었다. 관계에 대한 고민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 토대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결혼 논의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뿌리 깊게 박혀 있는 셈이다.이러한 현실은 청년들의 감정 상태에도 고스란히 투영됐다. 결혼을 주제로 한 대화에서 가장 많이 표출된 감정은 '두려움'이었으며, 최근 3년 사이에는 '슬픔'을 표현하는 비중도 눈에 띄게 상승했다. 반면 결혼을 행복하고 긍정적으로 묘사한 글은 10건 중 1건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희귀했다. 혼인 통계의 숫자는 늘어났을지 모르나, 그 숫자를 채우고 있는 당사자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정서적 고립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다는 점이 이번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전문가들은 혼인건수라는 외형적 지표에 안주하기보다 청년들이 느끼는 심리적·구조적 고통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단순히 주거나 자금 지원 같은 경제적 처방에 그치지 않고, 건강한 인간관계를 맺고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세밀한 사회적 지원 체계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통계와 인식 사이의 간극을 메우지 못한다면 현재의 혼인율 반등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