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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청년, 결혼은 '생존'이지만 출산은 '절벽'

 불안정한 현실에 내몰린 비수도권 청년들에게 결혼이 삶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최후의 '생존 전략'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생존을 위해 결혼을 선택한 이들조차, 출산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로 여기며 높은 벽 앞에서 좌절하고 있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계약직이나 경력 단절 등 불안정한 고용 상태를 경험한 지방 청년일수록 결혼을 통해 정서적, 경제적 안정감을 찾으려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주거비용과 가족 중심의 지역 문화 속에서, 결혼은 부모의 품을 떠난 이들에게 유일한 사회적 안전망으로 기능하고 있었다.

 


하지만 결혼이라는 선택이 출산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인터뷰에 참여한 청년들은 아이를 낳아 기르기 위한 필수 전제로 세 가지를 꼽았다. 안정적인 맞벌이 구조의 유지, 신뢰할 수 있는 돌봄 네트워크(조부모 등)의 존재, 그리고 어린이집과 학교, 병원 등이 제대로 갖춰진 주거 환경의 확보다.

 

문제는 비수도권의 현실이 이 세 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시키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이다. 특히 지역 노동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인 여성 일자리의 낮은 질과 불안정성은 맞벌이 유지를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병목 지점으로 지목됐다.

 


울산의 사례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대기업 사무직조차 여성을 단기 계약직으로만 채용하는 관행 속에서, 출산과 육아는 곧 여성의 경력 단절과 소득 중단으로 직결된다. 이는 결혼으로 간신히 구축한 '맞벌이'라는 생존 방어막의 붕괴를 의미하기에, 청년들은 출산을 감히 선택지에 올리지 못하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만남을 주선하는 등의 이벤트성 정책은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한다. 지역 청년들이 가족을 꾸리고 유지할 수 있도록, 과도한 사회적 기준을 낮추는 동시에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확충하는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교권 침해 1위는 '학부모 악성 민원'

 교실 내에서 벌어지는 학생의 폭력과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 임계점을 넘어서며 교사들의 교육활동이 심각하게 위축되고 있다. 최근 한 학교에서는 복장 규정을 지도하던 교감에게 욕설을 퍼붓고 주먹을 휘두른 학생이 교장에게까지 폭행을 가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학생은 "맞짱 뜨자"는 식의 위협적인 언행을 멈추지 않았으나, 학부모는 오히려 교사를 아동학대로 신고하며 맞섰다. 비록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이 내려졌지만, 이 과정에서 교사가 겪은 정신적 고통과 교육적 권위의 실추는 보상받을 길이 없는 실정이다.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공개한 최신 상담 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교권 침해 사례 중 학부모에 의한 피해가 전체의 절반에 가까운 45.4%를 차지하며 가장 높은 비중을 기록했다. 이는 학생에 의한 피해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로, 학부모가 학교 현장의 새로운 갈등 축으로 자리 잡았음을 시사한다. 특히 정당한 학생지도 과정에서 발생하는 아동학대 신고 비중이 상담 건수의 60%에 육박하고 있어, 교사들이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받는 가혹한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현장 교사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전국 교원 3,55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86%가 지난 1년간 직접적인 침해를 경험하거나 동료의 피해를 목격했다고 답했다. 교육활동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응답도 65.8%에 달해, 법 개정 이후에도 학교 현장의 공포 정치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휴대전화 사용을 제한하거나 교실 앞에서 문제를 풀게 하는 지극히 평범한 지도조차 '정서적 학대'라는 올가미에 걸리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다.학생들에 의한 직접적인 모욕과 폭언 역시 도를 넘어서고 있다. 전자칠판에 교사를 성희롱하는 문구를 적거나 흉기를 가져오겠다며 살해 협박을 하는 등 교사의 생존권마저 위협받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여교사를 향한 외모 비하 발언이나 신체적 위협은 이제 일상적인 상담 메뉴가 되었을 정도다. 이러한 환경에서 교사들은 적극적인 지도를 포기하고 방관을 선택하는 '교육적 무력감'에 빠져들고 있으며, 이는 결국 대다수 선량한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로 이어지고 있다.교육계는 모호한 아동복지법상의 정서학대 조항을 구체화하고, 정당한 교육활동에 대해서는 확실한 면책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히 교육감이 정당한 지도로 인정한 사안에 대해 경찰이 무혐의 판단을 내릴 경우, 검찰 송치 없이 사건을 종결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또한 교사가 개인적으로 감당해야 하는 법적 분쟁의 짐을 국가가 대신 짊어지는 '교육활동 소송 국가책임제' 도입을 통해 교사들이 안심하고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다.교권 보호를 위한 종합대책에는 현장체험학습 등 학교 안전사고에 대한 교원의 책임 면제와 악성 민원에 대한 교육감의 맞고소 의무화 등 구체적인 방안들이 포함되어 있다. 임용권자인 국가가 교사를 보호하지 않는다면 공교육의 붕괴는 막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교사들이 법적 분쟁의 공포에서 벗어나 오로지 학생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학교 현장의 갈등은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