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OTT 환불 정책, 알고보니 독이었다

 OTT, 음원 등 디지털 구독경제가 일상화된 가운데, 소비자 보호를 위한 일률적인 중도 해지 환불 규정이 오히려 산업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학계의 주장이 제기됐다. 서비스별 특성을 무시한 획일적 규제 대신, 산업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는 9일 열린 간담회에서 현행 환불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구독 서비스는 안정적인 수익을 예측하고 이를 기반으로 콘텐츠에 재투자하는 사업 모델인데, 무조건적인 일할 계산 환불이 보장될 경우 단기 혜택만 취하고 이탈하는 소위 '체리피커' 문제에 취약해진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사업자의 수익성을 악화시켜 장기적인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디지털 구독 서비스의 특수성을 인정하는 추세다. 유럽연합(EU)은 스트리밍 같은 서비스는 환불 보장의 예외로 두고 있으며, 미국과 일본은 별도의 법률 없이 사업자의 약관에 따라 환불 여부를 결정한다. 이는 대규모 선투자가 필수적인 콘텐츠 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접근 방식으로 평가된다.

 

반면 국내에서는 이 문제를 방문판매법의 '계속거래' 개념으로 규율하고 있어 한계가 명확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해당 법은 이용 기간 내내 무제한 접근이 가능한 디지털 서비스의 본질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며, 법령상 해지권의 구체적인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산업별로 상이한 비용 구조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대규모 제작비가 선투입되는 OTT,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핵심인 게임, 기능 고도화가 중요한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등 각기 다른 특성을 무시하고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책의 목표는 사업 모델을 획일화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불편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데 맞춰져야 한다는 대안이 제시됐다. 해지 방해나 숨은 갱신 같은 불공정 행위는 엄격히 규제하되, 가격 책정이나 상품 설계에 대해서는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업계 스스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가는 자율 규제 방식이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하GPT 향한 러브콜, 이재명도 웃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하정우 대통령AI미래기획수석비서관의 향후 거취를 둘러싼 정치권의 관심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하 수석의 부산 북갑 보궐선거 차출 가능성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하 수석은 최근 여권 안팎에서 내년 보궐선거 후보군으로 거론돼 왔는데, 이날 대통령의 발언은 이 같은 관측을 사실상 공식 석상으로 끌어올린 셈이 됐다.이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하 수석이 연구개발(R&D) 정책 보고를 마치자 “하GPT, 요새 이렇게 할 일이 많은데 누가 작업 들어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 수석의 별명을 직접 부르며 농담 섞인 표현을 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부산 북갑 출마설을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국정 핵심 과제로 꼽히는 AI 정책을 총괄하는 참모를 쉽게 내보내기 어렵다는 대통령의 인식이 담긴 것 아니냐는 관측이 뒤따랐다.하 수석도 대통령 발언 직후 자신의 입장을 비교적 분명히 했다. 그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님이 작업에 넘어가지 말라고 하셨다”며 “인사권자가 말씀하시는 대로 따를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인적으로는 당분간 청와대에서 더 일하고 싶다”고 밝혀, 당장 선거에 나설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다만 “2028년 총선쯤에는 고향인 부산에 기여할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해 향후 정치 참여 가능성은 열어뒀다.부산 북갑은 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로 확정된 전재수 의원의 지역구다. 전 의원은 앞서 자신의 후임 주자로 고등학교 후배이기도 한 하 수석을 직접 언급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여권 내부에서는 하 수석이 상징성과 전문성을 모두 갖춘 카드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AI 전문가이자 현직 대통령실 참모라는 점에서 확장성이 있다는 것이다.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날 대통령 발언을 두고 하 수석의 정치적 위상을 한층 부각시키는 효과를 낳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른바 ‘몸값 올리기’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홍익표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은 방송 인터뷰에서 “세상 일은 정말 모르는 일이지만, 현재로서는 대통령이나 하 수석 본인도 확실하게 결정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당의 요청에 넘어가지 말라고 한 말씀이라면, 나도 농담으로 말하겠다”며 “그만큼 소중한 가치가 있는 분이기 때문에 당에서도 요청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하 수석의 차출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과 당의 이해가 엇갈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 민주당 의원은 “AI 3대 강국 실현이 중요한 국정 과제인 만큼 대통령의 고민이 클 것”이라며 “결국 당이 여러 차례 설득에 나서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