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

팥빙수인 줄 알았는데… 한 그릇에 담긴 베트남의 역사

 베트남의 디저트 '쩨(chè)'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든, 변화무쌍한 매력을 지닌 음식이다. 어떤 것은 따뜻한 수프 같고, 어떤 것은 얼음을 넣은 차가운 푸딩 같으며, 들어가는 재료 또한 녹두, 옥수수 같은 곡물부터 망고, 두리안 같은 열대 과일, 심지어 토란과 약초 젤리까지 수십 가지에 이른다. 이처럼 다채로운 변주 때문에 현지인조차 '달콤한 수프'라는 포괄적인 설명 외에는 명쾌한 정의를 내리기 어려워한다.

 

쩨의 역사는 베트남의 문화적 교류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축소판과 같다. 그 기원은 중국 광둥 지역의 디저트 '통슈이'가 베트남 중부 지방으로 전파된 것에서 찾을 수 있다. 이후 베트남 고유의 기후와 식재료에 맞춰 발전했으며, 캄보디아와 태국 등 인접 국가의 영향을 받아 더욱 풍성해졌다. 19세기 프랑스 식민지배 시기에는 커스터드푸딩 같은 서양식 디저트 문화가 유입되어, 현재는 푸딩을 올린 쩨도 흔히 볼 수 있는 메뉴가 되었다.

 


단순한 길거리 간식을 넘어, 쩨는 베트남 사람들의 삶 깊숙이 자리 잡은 상징적인 음식이다. 지역에서 나는 신선한 재료로 정성껏 만들어, 일상 속 작은 기쁨이 되어줄 뿐만 아니라 명절, 결혼식, 아기의 첫돌 등 중요한 날에는 빠지지 않고 상에 오른다. 고귀함과 번영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나누어 먹는, 그야말로 상서로운 음식인 셈이다.

 

베트남을 여행하며 쩨를 처음 맛본다면 '쩨 탑깜(chè thập cẩm)'으로 시작하는 것이 가장 좋다. '모둠'이라는 뜻을 가진 이 메뉴는 가게 주인이 가장 자신 있는 재료들을 유리잔에 층층이 쌓아주는, 일종의 시그니처 메뉴다. 달콤한 옥수수 죽 위에 쌉쌀한 젤리, 구수한 콩과 쫀득한 타피오카 펄, 향긋한 코코넛 크림이 어우러져 한 그릇 안에서 다채로운 맛과 식감의 향연을 경험할 수 있다.

 


'쩨 탑깜'으로 기본기를 익혔다면, 이제는 취향에 따라 새로운 도전에 나설 차례다. 독특한 메뉴를 원한다면 '쩨 부오이(chè bưởi)'를 추천한다. 자몽과 비슷한 과일인 포멜로의 과육이 아닌, 두툼한 껍질을 주재료로 만들어 쫀득하면서도 독특한 풍미를 자랑한다. 옥수수를 뭉근하게 끓인 '쩨 밥(chè bắp)'이나 단팥죽처럼 친숙한 '쩨 더우(chè đậu)'는 구수하고 편안한 맛을 선사한다.

 

열대 과일의 화려한 맛을 즐기고 싶다면 '쩨 타이(chè Thái)'가 제격이다. 잭프룻, 리치 등 신선한 과일에 여러 가지 색의 젤리가 어우러져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진다. 비록 든든한 식사 후에 먹기에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는 양이지만, 베트남의 문화와 역사를 한 그릇에 담아낸 이 달콤한 즐거움은 여행자에게 잊지 못할 미식의 경험을 선사한다.

 

취업 막힌 청년들, 산에서 '운'을 구한다

 2030세대가 등산의 새로운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중장년층의 여가 활동으로 여겨졌던 등산이 이제는 젊은 세대에게 '운을 트이게 하는' 행위, 즉 '개운산행'으로 통하며 새로운 문화 현상을 만들고 있다.이 흐름의 기폭제가 된 것은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언급된 '관악산'이다. 정기가 좋다는 역술가의 한마디에 일이 풀리지 않던 청년들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소셜미디어는 이들의 인증 사진으로 뜨거워졌다. 실제 통계 역시 관악산 방문객과 온라인 검색량이 급증했음을 보여주며 이 현상이 단순한 밈을 넘어섰음을 증명한다.운을 좇는 청년들의 발걸음은 산을 넘어 도심 속 특정 공간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서울의 한 호텔은 풍수지리적으로 좋은 기운을 가졌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중요한 계약이나 미팅을 위한 '명당'으로 떠오르는 등 새로운 형태의 '개운 스폿'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청년 세대가 처한 불안정한 현실의 방증이라고 분석한다. 개인의 노력이 더 이상 성공을 보장하지 못하는 사회에서, 통제 불가능한 '운'이라는 요소에 기대어 심리적 위안을 얻으려는 일종의 방어기제라는 것이다. 현실의 불확실성이 클수록 이러한 경향은 더욱 짙어질 수밖에 없다.실제 데이터는 청년들의 암울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삶의 만족도와 가파르게 증가하는 20대, 30대의 항우울제 처방 건수는 이들이 겪는 심리적 압박을 드러낸다. 여기에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청년 실업률과 역대 최다를 경신한 30대 '쉬었음' 인구는 이들의 절망적인 상황을 뒷받침한다.결국 청년들이 산에 오르고 명당을 찾는 행위는 막막한 현실 속에서 붙잡으려는 마지막 동아줄과 같다. 노력으로 오를 수 있는 사회적 계단이 보이지 않을 때, 그들은 운이라는 보이지 않는 정상을 향해 필사적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