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파킨슨병, 드디어 정복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인류는 암과 심장병 같은 오랜 숙적을 정복해가고 있지만, 파킨슨병과 같은 뇌 질환 앞에서는 여전히 속수무책이다. 2013년 노벨상 수상자인 랜디 셰크먼 교수가 이 미지의 영역을 정복할 열쇠는 결국 가장 기본적인 '세포의 작동 원리'를 파고드는 기초과학에 있다고 역설했다.

 

셰크먼 교수에 따르면 파킨슨병이 유독 까다로운 이유는 병의 진원지인 도파민 신경세포의 특이한 구조 때문이다. 일반 신경세포와 달리, 이 세포들은 하나의 세포가 무려 100만 개가 넘는 신경 말단을 거느리며 24시간 내내 과부하 상태로 작동한다. 이 때문에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하며, 유전적 결함이나 외부 독소의 공격에 치명적으로 취약해진다.

 


파킨슨병을 일으키는 직접적인 주범은 '알파-시누클레인'이라는 단백질이다. 이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뭉쳐 뇌 속에 독성 덩어리(루이소체)를 형성하고, 이것이 끊임없이 일하던 도파민 신경세포를 파괴시킨다. 특히 산업용 세척제 같은 특정 환경 독소가 이 과정을 가속화한다는 사실은 질병의 원인이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현재 과학계는 이 끔찍한 질병의 진행을 막기 위해 세 가지 경로에 집중하고 있다. 첫째, 세포의 고장 난 에너지 공장(미토콘드리아)을 청소하는 '미토파지' 시스템의 복원이다. 둘째, 신경세포 간의 통신을 방해하는 특정 유전자(LRRK2)의 활동을 억제하는 신약 개발이다. 마지막으로, 운동 시 분비되는 호르몬 '아이리신'이 뇌 속 독성 단백질을 청소하는 효과를 규명하는 연구다.

 


셰크먼 교수가 파킨슨병 연구에 헌신하는 데에는 지극한 개인적 아픔이 있다. 그의 아내가 젊은 나이에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오랜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것이다. 그는 아내의 고통을 지켜보며 느낀 의학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이 질병의 근본 원인을 파헤치는 기초과학 연구에 자신의 삶을 바치기로 결심했다.

 

현재 그는 구글 창업자의 후원을 받아 전 세계 연구팀의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오픈 사이언스' 프로젝트를 이끌고 있다. 그는 파킨슨병을 '그림조차 없는 1000조각짜리 퍼즐'에 비유하며, 흩어진 조각들을 맞추기 위한 전 지구적 협력과 인공지능(AI) 같은 새로운 도구의 활용이 결국 이 복잡한 질병을 정복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CU 물류 마비 풀릴까, BGF로지스-화물연대 전격 교섭

 편의점 CU의 물류를 책임지는 BGF로지스가 파업 중인 화물연대와 공식적인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다. 22일 오전 경남 진주노동지청에서 양측 대표자가 참석한 가운데 상견례가 열렸으며, 같은 날 오후 대전에서 실무적인 논의를 이어가기로 합의했다. 그동안 원청으로서의 교섭 의무를 부정하며 대화를 거부해왔던 사측이 전향적인 태도로 돌아선 것은, 파업 현장에서 발생한 인명 사고와 전국적인 물류 차질로 인한 점주들의 피해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화물연대는 이번 교섭에서 노동 조건 개선과 충분한 휴식권 보장을 핵심 요구안으로 내걸었다. 특히 이들은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원청이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노란봉투법'의 취지를 강조하며 BGF로지스와 BGF리테일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해 왔다. 노조 측은 사망한 조합원에 대한 명예 회복과 유가족 합의, 그리고 재발 방지 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투쟁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파업이 3주째로 접어들면서 일선 편의점 현장은 극심한 상품 공급난에 시달리고 있다. 화성과 안성, 나주 등 주요 거점 물류센터가 봉쇄되면서 도시락과 삼각김밥 등 신선식품의 입고가 제때 이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간편식 생산의 핵심 기지인 진천 공장까지 물류가 막히면서 매대가 텅 비어버린 점포들이 속출하고 있다. 본사 차원에서 대체 차량을 투입하는 등 비상 체제를 가동하고 있지만, 촘촘하게 짜인 편의점 물류망의 공백을 완전히 메우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사측인 BGF로지스는 이번 대화가 사태 해결의 실마리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동안 개별 운송사와 배송기사 간의 문제라며 거리를 두어왔던 입장과 달리, 이번에는 원청으로서 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 의미를 두겠다고 밝혔다. 사측 관계자는 조속하고 평화적인 해결을 위해 합리적인 협의안을 도출하겠다는 의지를 보였으나, 노조가 요구하는 처우 개선 비용과 책임 소재 규명 등 민감한 사안들이 산적해 있어 실제 합의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현장의 편의점주들은 하루빨리 물류가 정상화되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주력 상품인 도시락과 샌드위치 판매가 중단되면서 매출 타격은 물론, 단골 고객들의 발길이 끊기는 2차 피해까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점주들 사이에서는 본사와 노조의 갈등 속에 애꿎은 자영업자들만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일부 지역에서는 점주들이 직접 물류센터를 찾아가 길을 터달라고 호소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양측의 대화가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화물연대는 최종 합의 전까지 물류센터 봉쇄를 풀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이지만, 물류 마비가 지속될 경우 여론의 화살이 노조를 향할 수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대전에서 이어질 오후 실무교섭에서 양측이 얼마나 간극을 좁히느냐에 따라 CU의 물류망이 다시 활기를 찾을지, 아니면 더 깊은 파행으로 치달을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