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모아

대통령의 90도 인사, 야당은 침묵으로 답했다

 추가경정예산안 처리를 위해 이재명 대통령이 국회를 찾은 2일, 본회의장은 대한민국 정치의 현주소를 그대로 비추는 거울과 같았다. 대통령의 동선을 따라 여당의 뜨거운 환호가 파도처럼 밀려왔지만, 야당이 자리한 반대편은 싸늘한 정적이 감돌며 극명한 대비를 이뤘다.

 

본회의 시작 전 국회의장실에서 열린 사전 환담에서부터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오갔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회동을 취소했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향해 "언제 한 번 보자"며 의미심장한 인사를 건넸다. 이어진 '넥타이 색깔' 설전은 꼬인 여야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이 대통령의 "왜 빨간색을 안 맸나"는 농담에 장 대표는 "야당과는 소통이 안 되는 것 같다"고 맞받아치며 어색한 웃음이 흘렀다.

 


오후 2시를 넘어 이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여당 의원들은 일제히 일어나 박수를 쏟아냈다. 일부는 휴대전화를 꺼내 들고 대통령의 모습을 담기 바빴다. 연단에 오른 이 대통령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90도로 허리를 숙여 정중히 인사했지만, 야당 의원석에서는 박수 소리 대신 굳은 표정만이 돌아왔다.

 

약 15분간의 연설이 진행되는 동안 여당 의원석에서는 총 아홉 차례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대통령의 발언 하나하나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며 국정 운영에 힘을 싣는 모습이었다. 반면, 연설 내내 팔짱을 끼거나 굳은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던 야당 의원들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으며 냉랭한 기류를 이어갔다.

 


연설을 마친 이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야당 의원석으로 직접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장동혁 대표는 이미 자리를 뜬 뒤였지만, 자리를 지킨 주호영 의원 등 일부 야당 의원들은 악수에 응하며 쓴소리를 건넸다. 특히 주 의원은 심각한 표정으로 '대구·경북 통합' 문제를 거론하며 대통령에게 직접 지역 현안에 대한 의견을 강하게 전달했다.

 

대통령이 본회의장을 떠나는 길목에서는 또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6·3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여당 후보들이 대통령과 기념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섰고, 박주민 서울시장 예비후보의 익살스러운 포즈에 장내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는 등 여당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야당과는 다른 결의 모습을 보였다.

 

 

 

전재수, '박형준 엘시티 미이행' 정조준… "시민 기만"

 부산시장 선거가 종반전으로 치닫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후보 측이 국민의힘 박형준 후보의 엘시티 자택 처분 약속 미이행을 정조준하며 선거판이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그동안 상대 후보에 대한 인신공격성 공세를 자제하며 정책 중심의 선거 운동을 펼쳐온 전 후보 측이 이례적으로 강도 높은 논평을 내놓은 것이다. 이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 간의 격차가 오차범위 내 접전으로 좁혀지자, 지지층 결집과 중도층 공략을 위해 상대의 도덕적 약점을 파고드는 전략적 선택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논란의 발단은 박형준 후보가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소유 중인 해운대 엘시티 매각 문제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개인적인 사정을 이유로 당장 처분이 어렵다고 밝힌 데서 시작됐다. 박 후보는 전세금 반환 등 복잡한 절차가 얽혀 있어 약속이 늦어지고 있다고 해명하며, 대신 재산 기부와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책임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 후보 측은 이러한 설명을 변명에 불과하다고 일축하며,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현상을 유지한 것은 사실상 매각 의사가 없는 시민 기만극이라고 날을 세웠다.전재수 후보 선대위가 보여준 이번 대응은 선거 초반과는 확연히 다른 기류를 형성하고 있다. 전 후보는 상대 측이 제기한 개인 신상 의혹 등에 대해 일절 대응하지 않는 무대응 전략으로 일관하며 도덕적 우위를 점하고자 노력해왔다. 그러나 선거 구도가 초박빙 양상으로 흐르면서 더 이상 수세적인 태도만으로는 승기를 잡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모양새다. 특히 부동산 문제는 부산 민심을 흔들 수 있는 폭발력이 큰 사안인 만큼, 이를 통해 박 후보의 신뢰도에 타격을 주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전 후보 측 관계자는 이번 논평이 네거티브 선거로의 전환이 아니라 상대 후보가 직접 언급한 사실 관계를 바로잡는 차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면서도 박 후보 측의 지속적인 공세에 대비해 이미 상당한 수준의 검증 자료를 확보하고 있음을 시사하며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이는 향후 벌어질 토론회나 공식 선거운동 과정에서 상대가 공세를 멈추지 않을 경우, 언제든 강력한 반격에 나설 수 있다는 일종의 '무력시위'로 해석되어 지역 정가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박형준 후보 측 역시 전 후보 측의 공세에 맞서 총공세를 예고하고 있어 부산시장 선거는 사실상 전면전 단계에 진입했다. 지역 정계에서는 두 후보가 가진 도덕적 리스크나 과거 의혹들이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떠오르며 난타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정책 대결을 기대했던 유권자들의 시선은 이제 두 후보가 서로를 향해 겨누고 있는 검증의 칼날이 어디까지 향할지에 쏠리고 있다. 우위를 점하던 후보와 추격하는 후보 사이의 심리전이 극에 달하면서 선거판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안개 정국으로 빠져들고 있다.결국 이번 엘시티 공방은 단순한 부동산 처분 문제를 넘어 부산시정의 책임자로서 갖춰야 할 공적 약속의 무게를 묻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 전 후보 측의 공세 전환이 접전 상황에서 돌파구가 될지, 아니면 진흙탕 싸움이라는 역풍을 맞게 될지는 향후 발표될 여론의 향방에 달려 있다. 양측 선대위가 서로를 향해 쌓아둔 '총알'을 하나둘씩 꺼내 들기 시작하면서, 부산시장 선거는 정책의 실효성보다는 후보 개인의 자질과 신뢰성을 둘러싼 거대한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