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고아원·예배당까지 폭격…걷잡을 수 없는 민간인 피해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지 한 달, 중동의 화약고는 더욱 거세게 타오르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직접적인 충돌을 넘어 레바논, 쿠웨이트, 튀르키예 등 주변국까지 전장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국제 사회의 우려는 최고조에 달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심장부를 겨냥한 대규모 공습을 감행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이스라엘 국방군은 테헤란과 이스파한 등 주요 도시에 위치한 무기 생산 시설과 군 지휘부를 포함, 총 170여 곳의 목표물을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군사 시설뿐만 아니라 민간 지역의 피해도 잇따랐다.

 


이란 역시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 연대해 이스라엘 본토에 대한 반격을 멈추지 않았다. 이스라엘 북부의 핵심 산업 도시인 하이파는 이들의 집중 공격 목표가 되었다. 특히, 바잔 정유 단지는 요격된 미사일 파편으로 인해 또다시 대형 화재가 발생하며 전쟁의 상흔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전쟁의 불길은 국경을 넘어 무차별적으로 번지고 있다. 이란 내에서는 테헤란 인근 고아원과 잔잔의 시아파 예배당이 폭격을 받아 무고한 생명이 희생됐고, 레바논 남부에서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유엔 평화유지군이 사망하는 비극이 일어났다. 또한 쿠웨이트 유조선이 드론 공격을 받고 튀르키예는 이란의 탄도 미사일을 요격하는 등 제3국의 피해도 현실화됐다.

 


포성이 끊이지 않는 전장과 달리, 외교 무대는 팽팽한 기싸움만 이어지며 냉각 상태다. 미국은 이란이 신속히 합의에 이르지 않으면 주요 기간 산업을 완전히 파괴하겠다는 초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이란은 미국의 종전 조건을 '과도하다'고 일축하며 사실상 협상에 응하지 않고 있어 돌파구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결국 전쟁 발발 한 달이 지나도록 양측은 한 치의 양보 없이 군사적 충돌을 격화시키고 있다. 민간인과 주변국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운데, 평화를 위한 외교적 해법은 여전히 보이지 않고 중동 전체가 깊은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우크라 유학생, 춘향미 됐다

약 100년 역사를 이어온 춘향선발대회에서 우크라이나 출신 유학생이 본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리며 새로운 장면을 만들었다. 전통문화 축제의 상징으로 여겨져 온 무대에 외국인 참가자의 존재감이 커지면서, 춘향제가 지닌 의미와 외연도 함께 넓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전북 남원시에 따르면, 경북대학교 대학원에 재학 중인 우크라이나 출신 리나(23)는 지난달 30일 남원 광한루원 특설무대에서 열린 제96회 글로벌 춘향선발대회에서 ‘춘향 미’로 선정됐다. 외국인 참가가 본격화된 이후 주요 수상권에 오른 사례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리나는 수상 다음 날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벅찬 소감을 전했다. 그는 “외국인으로서 100년에 가까운 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미’에 선발돼 더욱 뜻깊다”며 “배경이나 조건이 아니라 진정성과 내면의 아름다움을 인정받았다는 점에 감사함을 느낀다”고 적었다. 그의 수상 소감은 온라인에서도 주목을 받으며, 대회의 변화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으로 받아들여졌다.이번 대회에서는 ‘진’에 김하연(22), ‘선’에 이소은(27), ‘정’에 김도현(19), ‘숙’에 김서원(22), ‘현’에 이현아(20)가 각각 이름을 올렸다. 수상자들은 무대 매너와 표현력, 개성, 전통적 이미지 등을 종합 평가받아 선발된 것으로 전해졌다.특히 ‘정’에 오른 김도현은 가수 김다현의 언니로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그는 본선 무대에서 판소리 ‘춘향가’ 중 ‘사랑가’를 선보이며 관객 호응을 얻었다. 춘향을 소재로 한 대회의 정체성을 전통 공연으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인상적인 무대로 평가됐다.춘향선발대회는 춘향제의 대표 프로그램이자, 오랜 기간 대중의 관심을 받아온 행사다. 배우 최란, 박지영, 오정해, 윤손하 등 여러 연예인을 배출하며 상징성을 쌓아왔다. 최근에는 시대 변화에 맞춰 참가 문호를 넓히고 형식 변화를 모색하면서, 전통 축제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남원시는 2024년부터 외국인 참가를 허용하고 대회 명칭을 ‘글로벌 춘향선발대회’로 바꿨다. 지난해에는 에스토니아 출신 유학생이 ‘춘향 현’에 선정됐고, 올해는 우크라이나 출신 참가자가 ‘미’에 오르면서 국제화 흐름이 한층 선명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권덕철 춘향제전위원장은 대회의 전통성과 국제성을 강조하면서, 춘향선발대회를 춘향제를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로 육성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전통과 상징의 무대로 여겨졌던 춘향선발대회가 이제는 국적과 배경을 넘어 다양한 참가자들이 함께하는 무대로 변화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수상 결과는 그 흐름을 보여준 상징적 장면으로 남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