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모아

'보수 심장' 부산의 균열, 심상치 않은 민심 변화 포착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의 정치 지형이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크게 요동치고 있다. 보수 정당의 굳건한 아성이었던 이곳에서 과거와 다른 기류가 감지된다.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평가와 여야 주요 정치인에 대한 복합적인 시선이 얽히며 민심의 향방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안갯속에 빠져들었다.

 

지역 내에서는 현 정부와 여당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가 상당하다. 특히 비상계엄 정국 당시의 혼란과 그 수습 과정에서 보여준 국민의힘 지도부의 모습에 실망감을 표하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특정 인물을 배제하는 듯한 당내 움직임을 '독선'이라 비판하며, 차라리 이재명 대통령의 업무 추진력이 낫다는 예상 밖의 평가를 내놓는 이들도 나타났다.

 


물론 수십 년간 이어진 보수 지지 성향은 여전히 부산의 저변에 깔려 있다. 일부 시민들은 현 정권에 아쉬움이 있더라도 결국 '가재는 게 편'이라는 논리로 국민의힘을 지지할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20대 남성을 포함한 특정 연령대와 계층에서는 보수 정당에 대한 지지가 여전히 견고하게 유지되는 양상을 보였다.

 

하지만 변화의 바람 역시 거세다. 원도심의 전통시장 상인들부터 도심의 20대 여성 대학생에 이르기까지, 계엄 사태에 큰 충격을 받았다는 반응과 함께 더불어민주당에 기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들은 특정 정당에 대한 맹목적 지지보다는 인물과 정책을 보고 판단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차기 부산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은 지역 기반이 탄탄하지만 과거 논란이 약점으로 꼽힌다. 박형준 현 시장은 '무난하다'는 평과 함께 '뚜렷한 성과가 없다'는 비판을 동시에 받는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신선하다는 기대감과 정치적 경험 부족이라는 우려가 공존한다.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는 이러한 복잡한 민심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역구에서 전재수 의원의 개인적 인기는 높지만, 이것이 민주당의 승리로 직결될지는 미지수다. 한편, 국민의힘 후보로 거론되는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해서는 '배신자' 이미지가 덧씌워지며 회의적인 시선이 제기되는 등, 선거 결과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국면으로 흐르고 있다.

 

지방 청년, 결혼은 '생존'이지만 출산은 '절벽'

 불안정한 현실에 내몰린 비수도권 청년들에게 결혼이 삶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한 최후의 '생존 전략'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생존을 위해 결혼을 선택한 이들조차, 출산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로 여기며 높은 벽 앞에서 좌절하고 있었다.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계약직이나 경력 단절 등 불안정한 고용 상태를 경험한 지방 청년일수록 결혼을 통해 정서적, 경제적 안정감을 찾으려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수도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주거비용과 가족 중심의 지역 문화 속에서, 결혼은 부모의 품을 떠난 이들에게 유일한 사회적 안전망으로 기능하고 있었다.하지만 결혼이라는 선택이 출산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인터뷰에 참여한 청년들은 아이를 낳아 기르기 위한 필수 전제로 세 가지를 꼽았다. 안정적인 맞벌이 구조의 유지, 신뢰할 수 있는 돌봄 네트워크(조부모 등)의 존재, 그리고 어린이집과 학교, 병원 등이 제대로 갖춰진 주거 환경의 확보다.문제는 비수도권의 현실이 이 세 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시키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이다. 특히 지역 노동시장의 고질적인 문제인 여성 일자리의 낮은 질과 불안정성은 맞벌이 유지를 근본적으로 불가능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병목 지점으로 지목됐다.울산의 사례는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대기업 사무직조차 여성을 단기 계약직으로만 채용하는 관행 속에서, 출산과 육아는 곧 여성의 경력 단절과 소득 중단으로 직결된다. 이는 결혼으로 간신히 구축한 '맞벌이'라는 생존 방어막의 붕괴를 의미하기에, 청년들은 출산을 감히 선택지에 올리지 못하는 것이다.보고서는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만남을 주선하는 등의 이벤트성 정책은 실효성이 없다고 비판한다. 지역 청년들이 가족을 꾸리고 유지할 수 있도록, 과도한 사회적 기준을 낮추는 동시에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확충하는 근본적인 해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