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단 4일간의 강렬한 로맨스, 마스네 오페라 '베르테르'

국립오페라단이 2026년 시즌의 화려한 포문을 여는 작품으로 프랑스 리리크 오페라의 정수라 불리는 쥘 마스네의 베르테르를 선택했다. 이번 공연은 오는 4월 23일부터 26일까지 나흘간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고전의 깊이와 현대적 감각이 만난 이번 무대는 벌써부터 클래식 애호가들뿐만 아니라 문화계 전체의 뜨거운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오페라 베르테르는 설명이 필요 없는 대문호 요한 볼프강 폰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원작으로 탄생했다. 18세기 유럽 사회에서 이 작품의 영향력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작품 속 주인공의 고뇌에 공감한 젊은이들이 그를 모방하는 베르테르 효과라는 사회적 현상까지 낳을 정도로 강렬한 반향을 일으켰다. 오늘날에도 뮤지컬과 영화 등 수많은 장르로 끊임없이 재해석되며 시대를 초월한 명작의 위상을 굳건히 지키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창작뮤지컬 베르테르와 영화 젊은 베르테르의 사랑 등이 큰 사랑을 받으며 대중에게 친숙해진 만큼, 이번 국립오페라단의 무대는 오페라라는 장르가 가진 독보적인 매력을 온전히 체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전망이다. 마스네가 빚어낸 선율은 사랑의 감정을 외부로 폭발시키기보다는 내면으로 깊게 침잠시키는 프랑스 오페라 특유의 섬세한 미학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이번 작품의 정서를 결정짓는 핵심 장치는 여주인공 샤를로트를 소프라노가 아닌 메조소프라노로 설정했다는 점에 있다. 책임감과 사랑 사이에서 처절하게 갈등하는 인물의 내면을 더욱 깊고 어두운 음색으로 그려냄으로써 감정의 밀도를 극적으로 끌어올린다. 단순하지만 치명적인 이야기는 관객들의 심장을 파고든다. 이미 약혼자가 있는 샤를로트를 향한 베르테르의 멈출 수 없는 사랑은 결국 파국을 향해 치닫는다. 의무를 선택한 여자와 사랑을 포기하지 못한 남자의 간극은 돌이킬 수 없는 비극적 결말로 귀결되며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번 프로덕션의 완성도를 책임지는 제작진의 면면도 화려하다. 지휘자 홍석원과 연출가 박종원이 손을 잡았다. 홍석원은 그동안 국립오페라단의 나부코와 한여름 밤의 꿈 등을 통해 안정적이면서도 힘 있는 음악적 리더십을 증명해 온 인물이다. 특히 관현악과 성악의 균형을 정교하게 조율하는 데 탁월한 강점을 지닌 그가 국립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어떤 하모니를 만들어낼지 기대를 모은다.

 


무대 연출을 맡은 박종원은 영화 구로 아리랑과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등을 통해 시대의 얼굴을 예리하게 포착해 온 거장 영화감독이다. 그는 이번 오페라 무대에 자신만의 영화적 문법을 과감하게 접목한다. 박 연출은 인물의 복잡한 심리를 시각화하기 위해 안무가 조주현의 무용을 작품 전반에 녹여냈다. 베르테르와 샤를로트의 격정적인 내면 상태가 무용수들의 신체 언어를 통해 스크린을 보는 듯 생생하게 펼쳐질 예정이다. 여기에 독일의 세계적인 디자이너 볼프강 폰 주백이 맡은 무대 의상은 작품의 시각적 완성도를 정점으로 끌어올린다.

 

출연진 역시 실력파들로 꾸려졌다. 비운의 주인공 베르테르 역에는 테너 이범주와 김요한이 낙점됐다. 이범주는 베르디 국제 성악 콩쿠르 등 유수의 대회에서 실력을 입증한 성악가로 섬세한 감정 표현이 일품이다. 이번에 국립오페라단 데뷔 무대를 갖는 테너 김요한은 유럽 오페라 무대에서 오랜 시간 활동하며 쌓아온 드라마틱한 해석력을 가감 없이 선보일 계획이다. 이에 맞서는 샤를로트 역에는 메조소프라노 정주연과 카리스 터커가 출연해 저음 가수가 보여줄 수 있는 묵직한 울림과 몰입도 높은 연기를 예고했다.

 

국립오페라단의 2026년 판 베르테르는 단순한 고전의 재현에 머물지 않는다. 영화적 언어와 무용적 해석, 그리고 색채 중심의 시각 디자인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이른바 감정이 읽히는 오페라를 지향한다. 고전적인 서정성과 현대적인 연출 감각이 교차하는 이번 무대는 인간의 영원한 화두인 사랑이라는 주제와 뜨겁게 맞물리며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오는 4월,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펼쳐질 이 찬란한 비극의 서막에 벌써부터 많은 이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반도체값 폭등에 삼성 결단, S27 '급 나누기' 본격화

 삼성전자가 내년 초 출시 예정인 갤럭시 S27 시리즈의 기본 모델에 중국 BOE의 디스플레이 패널을 채택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그동안 자사 플래그십 모델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패널을 고집해왔던 관례를 깨고 공급망 다변화를 꾀하는 배경에는 반도체 가격 급등에 따른 제조 원가 상승이 자리 잡고 있다. 이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최근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인공지능 열풍은 스마트폰 제조 환경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고성능 AI 기능을 구현하기 위한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폭발하면서 디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전년 대비 기록적인 수준으로 치솟았기 때문이다. 과거 전체 제조 비용의 10% 내외를 차지하던 메모리 부품 비중이 최근에는 두 배 이상 늘어나면서, 제조사 입장에서는 다른 부품에서 비용을 줄이지 않고서는 제품 가격 인상을 피하기 어려운 실정이다.삼성전자는 모델별로 부품 공급처를 차별화하는 이른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보인다. 최상위 모델인 울트라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압도적인 기술력이 집약된 차세대 패널을 탑재해 기술적 우위를 지키는 방식이다. 반면 기본 모델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산 패널을 적용해 소비자들의 가격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계산이다. 이미 BOE가 애플의 공급망에 진입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는 점도 삼성의 결정을 뒷받침하고 있다.하지만 중국산 부품 채택에 대한 소비자들의 우려 섞인 시선은 삼성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전력 소모 효율이나 디스플레이의 내구성 측면에서 여전히 국내산 패널이 우위에 있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BOE 패널이 자사의 엄격한 품질 기준을 충족하는지 면밀히 검토하고 있으며, 최종 탑재 여부는 향후 진행될 고강도 테스트 결과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비용 압박에 직면한 것은 비단 삼성뿐만이 아니다. 라이벌인 애플 역시 아이폰 18 시리즈부터 모델별 출시 시기를 이원화하는 파격적인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익성이 높은 프로 모델을 먼저 시장에 내놓고 기본형 모델의 출시를 늦춰 부품 수급 리스크를 관리하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제조사들이 부품 가격 상승이라는 공동의 위기 앞에서 각기 다른 생존 전략을 짜내고 있는 형국이다.이러한 변화는 스마트폰 시장이 단순한 스펙 경쟁을 넘어 고도의 공급망 관리 능력이 승패를 가르는 시대로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삼성전자가 중국산 패널 도입이라는 승부수를 통해 원가 절감과 품질 유지라는 상충하는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지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한, 제조사들의 실리를 챙기기 위한 부품 다변화 시도는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