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기차 타도 석유는 필요하다? AI 시대에 오히려 폭발하는 수요

 전 세계적인 탄소 중립 흐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제의 석유 의존도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자동차 연료를 넘어 산업 전반의 혈액 역할을 하는 원유 수급에 차질이 생기자, 중동 의존도가 70%에 달하는 한국 경제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정부는 에너지와 핵심 자원 공급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으나, 특정 지역에 쏠린 에너지 조달 체계를 단기간에 바꾸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산업계의 타격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에너지 가격 충격은 정유와 발전 부문을 통과해 제조업 전체로 전이되는 양상이다. 특히 나프타와 헬륨 등 중동에서 주로 들여오는 원자재 수급이 불안해지면서 공급망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만약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길어질 경우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헬륨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 국내 핵심 공장들이 멈춰 설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하늘길도 막히기 시작했다. 항공유 가격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솟자 에어프레미아는 다음 달부터 5월 말까지 로스앤젤레스 노선 등 주요 항공편의 운항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한국만의 상황이 아니다. 미국의 유나이티드항공 역시 수익성이 떨어지는 노선의 감축 가능성을 시사하며 에너지 위기에 따른 항공업계의 고통을 대변했다. 원료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LG화학 여수공장의 일부 시설이 가동을 멈추는 등 석유화학 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

 

일상생활에서는 엉뚱하게도 쓰레기 종량제 봉투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나프타 공급 차질이 플라스틱 원료 부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공포가 확산되면서 일부 지역에서 사재기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정부는 지자체별로 최소 3개월에서 6개월 이상의 재고를 확보하고 있어 '제2의 마스크 대란' 같은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원자재 불안이 생필품 수급 불안으로 번지는 심리적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인공지능(AI)과 전기차의 확산이 오히려 화석연료 수요를 지탱한다는 역설적인 분석도 제기된다. 전기차 전환이 가속화되어도 전체 석유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제한적이며, 폭증하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천연가스와 석유 발전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난방이나 산업용 스팀처럼 화석에너지를 대체하기 어려운 분야의 수요가 견고해 탈탄소로 가는 길은 예상보다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금융권 역시 단기적으로는 천연가스와 배터리가, 장기적으로는 원자력이 전력 조달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신재생에너지만으로는 급격히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한계를 인정한 결과다. 에너지 공급망의 구조적 변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현실 경제는 여전히 석유와 가스라는 전통적 에너지원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공급망 위기의 파고를 넘고 있다.

 

지구 온도 1.5℃ 임계점 근접…올여름은 더 뜨거워진다

 지구촌이 유례없는 고온 현상에 신음하는 가운데 올여름 역시 평년 수준을 훨씬 웃도는 극심한 무더위가 찾아올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왔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최근 방송을 통해 지난 3년이 관측 사상 가장 뜨거웠던 시기였음을 지적하며, 올해도 인류가 우려하는 기온 상승 임계치에 육박하는 더위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후경제학자의 이러한 예측은 단순히 심리적인 불안감을 넘어 과학적 데이터에 근거한 것이어서 대중의 긴장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세계기상기구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부터 2025년까지의 기간은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지구 평균 기온이 급격히 상승한 역대 최악의 3년으로 기록되었다. 특히 2024년은 전 지구적으로 가장 더웠던 해라는 오명을 썼으며, 지구 평균 기온 상승 폭은 이미 1.44℃에 도달한 상태다. 이러한 전 지구적 온난화 추세는 2015년 이후 11년째 지속되고 있으며, 최근 3년은 기상 관측 이래 1위부터 3위까지의 기온 기록을 모두 갈아치우며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었다.대한민국 역시 이러한 뜨거운 흐름에서 예외는 아니었다. 기상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연평균 기온은 역대 2위를 기록했으며, 1위와 3위 역시 최근 3년 안에 모두 포진해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6월부터 시작된 이른 무더위가 10월 가을까지 무려 5개월 동안이나 역대급 고온 현상을 유지하며 계절의 경계를 무너뜨렸다. 여름철 평균 기온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은 물론, 가을철 기온까지 역대 2위에 오르며 한반도가 점점 더 뜨거운 가마솥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입증했다.바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해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연평균 해수면 온도는 최근 10년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으며, 특히 가을철 수온 상승 폭은 평년보다 1.4℃나 높아 역대 최대치를 나타냈다. 북태평양고기압의 영향으로 달궈진 바다가 가을철 유입된 따뜻한 해류와 만나 식지 않고 고온을 유지한 결과다. 뜨거워진 바다는 대기 온도를 끌어올리는 악순환을 유발하며 한반도의 기후 변동성을 더욱 키우는 핵심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올해 여름 기상 전망 역시 낙관적이지 않다. 기상청이 발표한 3개월 전망 해설서에 따르면 5월에서 7월 사이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은 최대 88%에 달한다. 영국과 일본 등 해외 기상 관계 기관들 역시 한국 부근의 고기압성 순환이 강화되면서 평년보다 더운 날씨가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미 지난 4월 전 지구 평균 기온이 역대 3위를 기록한 데다 남해와 동해의 수온이 평년보다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 폭염의 강도는 예년보다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기상청은 북태평양과 대서양의 해수면 온도가 현재 매우 높은 상태이며, 이 상태가 지속될 경우 우리나라 부근에 강력한 고기압이 형성되어 열기를 가두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동해 연안을 따라 흐르는 난류가 북쪽으로 확장되면서 해수면 온도가 상승할 가능성이 커 기온 상승 요인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종합적인 기후 예측 모델은 올여름이 평년보다 훨씬 뜨거울 것임을 예고하고 있으며, 6월을 앞둔 현재 서울의 최고 기온이 이미 30도에 육박하며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