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오바마는 아시모, 멜라니아는 피규어? 대통령 사로잡은 로봇들

 백악관의 엄숙한 회의장에 인간의 형상을 한 기계가 영부인과 나란히 발을 맞추며 등장하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25일 개최된 ‘함께 미래를 키워가기’ 글로벌 연합 정상회의에서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는 미국 로봇 기업 피규어(Figure)가 개발한 최신 휴머노이드 ‘피규어 03’과 함께 입장하며 전 세계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차가운 금속 몸체에 인공지능을 탑재한 이 로봇은 단순한 전시물을 넘어 회의의 시작을 알리는 의전 파트너로서 제 역할을 수행하며 기술 강국 미국의 위상을 드러냈다.

 

행사장에 들어선 피규어 03은 영부인에게 정중히 감사를 표한 뒤, 자리에 모인 각국 귀빈들을 향해 여러 언어로 환영 인사를 건넸다. 인공지능을 통해 실시간으로 언어를 구사하고 상황에 맞는 제스처를 취하는 모습은 참석자들 사이에서 탄성을 자아냈다. 피규어 AI의 최고경영자 브렛 애드콕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로봇이 백악관 문턱을 넘은 최초의 휴머노이드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로봇 공학 역사에 남을 기념비적인 순간임을 선포했다.

 


휴머노이드가 백악관 내부 행사에 공식적으로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미국 통치권자와 로봇의 인연은 과거부터 꾸준히 이어져 왔다. 2015년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원격 화상회의 로봇을 이용해 장애인 인권 운동가와 소통하며 기술의 인도적 활용 가능성을 제시한 바 있다. 또한 일본 방문 당시에는 혼다의 유명 로봇 '아시모'와 축구공을 주고받으며 장난기 어린 소통을 나누는 장면이 전 세계에 보도되어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한국의 로봇 기술 역시 미국 대통령과의 만남을 통해 그 우수성을 인정받은 사례가 있다. 2005년 한국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당시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아인슈타인의 얼굴을 한 '알버트 휴보'와 조우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한슨 로보틱스가 공동 제작한 이 로봇은 당시 부시 대통령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며 K-로봇의 저력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이는 단순한 흥미 위주의 만남을 넘어 국가 간 기술 협력의 상징적인 장면으로 기록되어 있다.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1980년대에도 대통령과 로봇의 교류는 존재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1987년 퍼듀대학교로부터 '토미 옴니봇 2000'이라는 초기 개인용 로봇을 선물 받았다. 당시에는 첨단 기술이 집약된 고가의 장난감 수준이었으나, 레이건 대통령은 이를 소중히 여겨 퇴임 후에도 자신의 도서관에 오랫동안 전시했다. 이러한 역사적 흐름은 로봇이 인간의 생활 공간으로 들어오기 위해 아주 오래전부터 문을 두드려 왔음을 방증한다.

 

이번 멜라니아 여사와 피규어 03의 동반 입장은 로봇이 인간의 비서나 단순 노동력을 넘어, 공식적인 외교와 의전의 영역까지 확장되었음을 시사한다. 과거의 로봇들이 대통령과 악수를 하거나 공을 차는 수준의 시연에 그쳤다면, 이제는 복잡한 언어 소통과 자율 주행을 통해 인간의 사회적 활동에 깊숙이 개입하기 시작했다. 백악관 레드카펫을 밟은 휴머노이드의 발걸음은 인공지능과 로봇이 우리 삶의 일부로 완전히 편입되는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앤트로픽 코드 유출, 그 속에 숨겨진 'AI 다마고치' 기능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이 인류에게 장밋빛 미래와 어두운 그림자를 동시에 드리우고 있다. 최근 비슷한 시기에 알려진 앤트로픽의 미공개 기능과 애플 기기를 노린 신종 해킹툴 사건은 AI 기술의 극명한 양면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한쪽에서는 인간과 교감하는 창의적 도구로 진화하는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더욱 정교하고 위협적인 범죄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먼저 AI의 긍정적 진화를 엿볼 수 있는 사건은 앤트로픽의 코드 유출 사고에서 비롯됐다. AI 모델 '클로드'의 개발사인 앤트로픽은 최근 개발 도구 '클로드 코드'를 배포하는 과정에서 소스 코드를 복원할 수 있는 파일을 함께 유출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그런데 개발자들이 유출된 코드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미공개 기능들이 발견되며 오히려 큰 화제를 모았다.가장 주목받은 것은 'AI 반려동물' 기능이다. 마치 9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다마고치'처럼, 사용자의 코딩 작업에 따라 다양한 반응을 보이는 가상 반려동물이 입력창 옆에 나타나는 기능이다. 또한 백그라운드에서 지속적으로 작동하며 사용자를 돕는 '카이로스(KAIROS)'라는 이름의 상시 실행형 AI 에이전트의 존재도 확인되면서, AI가 단순 작업 보조를 넘어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동반자로 발전할 가능성을 시사했다.하지만 이와는 정반대로 AI 기술의 어두운 측면을 드러내는 심각한 위협도 현실화됐다. 애플은 최근 구형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대상으로 긴급 보안 업데이트를 배포했는데, 이는 AI를 활용해 공격 코드를 자동 생성하고 확산시키는 신종 해킹 툴킷 '다크소드(DarkSword)'가 발견됐기 때문이다.이 해킹툴은 사용자가 악성코드가 심어진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것만으로도 기기를 감염시킬 만큼 강력하다. 한번 감염되면 해커는 사용자의 메시지, 웹 브라우저 기록, 위치 데이터는 물론 가상자산 지갑까지 원격으로 탈취할 수 있다. 애플은 이례적으로 해당 취약점이 이미 실제 해킹에 악용됐을 가능성을 인정하며 모든 사용자에게 즉각적인 업데이트를 권고했다.결국 비슷한 시기에 벌어진 두 사건은 AI 기술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앤트로픽의 사례처럼 인간의 창의성과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지만, 다크소드의 사례처럼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가장 정교한 도구로 돌변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