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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공짜 지하철, 끝나나

정부가 출퇴근 시간대 노년층의 지하철 무임 이용 제도를 손볼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해묵은 ‘무임승차 논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에너지 위기 대응과 도시철도 혼잡 완화라는 명분이 제시됐지만, 제도 축소가 고령층의 이동권과 생계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반론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논란의 불씨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에서 시작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 24일 출퇴근 시간대에 한해 노년층 무임승차를 제한하는 방안을 언급하자, 기후에너지환경부 등 관계 부처는 제도 적용 가능성과 파급 효과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일반 시민의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고 에너지 소비를 줄이려면 혼잡 시간대 수요 조절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현재 65세 이상 고령층은 법에 따라 지하철 등 철도 교통수단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 제도는 1984년 노인복지법 시행령 개정으로 도입됐다. 장애인과 국가유공자도 무임 대상이지만, 실제 이용자 대부분은 노년층이다.

 

도시철도 운영기관들이 가장 크게 호소하는 것은 비용 부담이다. 고령 인구가 급증하면서 무임승차에 따른 손실도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 6개 도시철도 운영기관의 관련 비용은 2020년 4456억원에서 지난해 7754억원으로 불어났다. 같은 기간이 아니더라도, 1984년 4.1%에 불과했던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025년 21.2%까지 높아졌다는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 논란에 힘을 싣고 있다.

 


혼잡도 문제도 빠지지 않는다.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 1~8호선 이용객 가운데 65세 이상은 8.3%였다. 전체 평균보다는 낮지만, 러시아워에도 일정 규모의 고령층 이동이 이뤄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시간대 조정이나 적용 연령 상향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무임승차를 단순 적자로만 볼 수 없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노년층의 외출과 사회참여를 돕고, 고립을 줄여 건강 유지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편익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서울연구원은 2021년 보고서에서 관련 편익 규모를 연간 3650억원 수준으로 추산했다.

 

특히 아침 시간 이동이 꼭 필요한 고령층에게는 제한 조치가 곧 생활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청소·경비 업무에 종사하거나 손주 돌봄을 맡는 노년층 상당수가 이른 시간대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해외 주요 도시들은 전면 무임보다 할인형 제도를 택하고 있다. 일본 도쿄도는 70세 이상에게 연간 정기권을 제공하고, 저소득층에는 더 낮은 가격을 적용한다. 프랑스 파리는 일정 조건의 고령층에게 할인 정기권을 판매하며, 미국 뉴욕은 65세 이상에게 반값 혜택을 준다. 영국 런던은 무료 이용을 허용하되 평일 오전 9시 30분 이후로 시간을 제한한다.

 


이번 논의는 단순히 ‘혜택을 줄이느냐 유지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급증하는 재정 부담 속에서도 고령층의 이동권과 생계 현실을 어떻게 함께 고려할지, 보다 정교한 기준 설계가 필요하다는 과제를 던지고 있다.

 

6·3 지방선거 D-27, 흔들리는 진보 빅텐트

 6·3 지방선거와 재보궐선거를 목전에 두고 진보 진영의 후보 단일화 전선에 이상 기류가 포착됐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선거 연대 방침을 중앙당 차원의 전략적 결정에서 개별 후보들의 자율적 판단으로 선회하면서 야권 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는 사실상 중앙당이 연대 협상에서 손을 떼겠다는 신호로 해석되어, 단일화를 통한 일대일 구도 형성을 기대했던 조국혁신당과 진보당의 거센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민주당은 이번 재보선이 치러지는 지역구 대부분이 기존 자당 의원들의 사퇴나 정무직 진출로 발생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기득권 사수' 의지를 분명히 했다. 강준현 수석대변인은 간담회를 통해 기존 민주당 의석이었던 13개 지역구를 반드시 지켜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는 지역 자율에 맡긴다는 명분 뒤에 숨어 사실상 타 정당에 양보할 의사가 없음을 내비친 것으로, 연대 가능성을 낮게 보는 정무적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특히 평택을 국회의원 재선거는 양당 갈등의 뇌관이 되고 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직접 출마한 이곳에 민주당이 과거 '조국 저격수'로 활동했던 김용남 후보를 전략적으로 배치했기 때문이다. 혁신당 측은 민주당의 귀책사유로 열리는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무공천 대신 공격적인 인사를 공천한 것에 대해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김 후보의 과거 전력과 당적 변경 이력을 문제 삼으며 민주당의 정치적 진정성을 연일 몰아세우는 모양새다.혁신당과 진보당 내부에서는 민주당이 야권 맏형으로서의 책임감을 저버리고 오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성토가 쏟아졌다. 단일화 협상의 핵심 권한을 쥔 중앙당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고 후보 개인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연대 의지가 없다는 증거라는 지적이다. 진보당 관계자는 여권 심판을 위해 단일 대오를 형성해야 할 시점에 민주당이 지역구 챙기기에만 급급해 승리 가능성을 스스로 발로 차고 있다고 비판했다.울산시장 선거 역시 야권 분열의 시험대가 되고 있다. 민주당과 혁신당, 진보당이 모두 후보를 낸 가운데 국민의힘에서 당적을 옮긴 민주당 김상욱 후보가 단일화를 제안하며 불씨를 살려둔 상태다. 하지만 민주당 지도부가 전 지역 승리를 결의하며 세몰이에 나선 상황에서 실질적인 양보가 이루어질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일부 지역에서 인지도 위주의 공천을 단행했을 뿐, 실제 승리 의지보다는 당세 확장에 치중하고 있다는 냉소적인 반응도 나온다.한편 보수 진영에서는 인적 쇄신을 통한 전열 정비 움직임이 나타났다. 충남 공주·부여·청양 보궐선거 출마를 준비하던 정진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당의 결속을 위해 불출마를 선언하며 백의종군 의사를 밝혔다. 야권이 단일화 주도권을 놓고 내홍을 겪는 사이 여권은 자발적인 후보 조정을 통해 전열을 가다듬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진보 진영의 단일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이번 선거의 구도는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