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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보수 텃밭 대구에서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보수의 심장부인 대구·경북(TK) 지역의 시장 후보 선출 과정에서 유력 주자들을 연이어 공천 배제(컷오프)하면서 당이 극심한 내홍에 휩싸였다. 공관위의 결정에 후보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법적 대응까지 시사하면서, 공천 파동은 당 전체를 뒤흔드는 대형 악재로 번지는 모양새다.

 

가장 큰 파열음은 대구시장 선거에서 나왔다. 유력 후보로 꼽히던 주호영 의원과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컷오프 명단에 포함되자 즉각 반발했다. 주 의원은 이번 결정이 부당하다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가능한 모든 법적, 당내 투쟁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공관위 결정에 대한 불복을 공식화한 것이다.

 


이진숙 전 위원장 역시 기자회견을 열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자신이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었음에도 컷오프된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이재명이 자르고 싶었던 이진숙을 국민의힘이 잘랐다"는 격한 표현을 사용하며, 공관위가 결정을 재고하지 않을 경우 대구 시민의 거센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컷오프 당사자들의 반발에 그치지 않고 당내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대구시장 출신인 권영진 의원은 장동혁 대표가 '시민 공천'을 약속하고도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공관위 부위원장인 정희용 사무총장은 이정현 위원장의 결정에 반대하며 회의장을 나왔고, 이후 최고위원회의에도 불참하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음을 드러냈다.

 


경북 포항시장 선거 상황도 심상치 않다. 10명이 넘는 후보가 난립한 가운데, 박승호 전 포항시장, 김병욱 전 의원 등 유력 주자들이 대거 컷오프되자 재심을 신청하며 강력히 반발했다. 김 전 의원은 국회에서 단식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하며 당 지도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하지만 당 지도부는 공관위 결정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최고위원회는 경선 구도는 논의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고, 사실상 공관위의 결정을 수용하는 분위기다. 이러한 내부 갈등과 분열이 계속될 경우, 보수 표심이 분산되어 야당에 어부지리를 안겨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당내에 팽배해지고 있다.

 

이정현이 휘두른 칼날, 결국 자신과 당을 베었다

 이정현 전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던진 '혁신 공천'이라는 승부수가 결국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텃밭' 대구에서의 충격 요법을 통해 당의 변화를 이끌겠다던 그의 구상은 공천 파행과 극심한 내부 갈등만을 남긴 채 좌초했다. 이 전 위원장은 전격 사퇴했지만, 그가 남긴 혼란은 이제 시작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이 전 위원장은 공관위원장직을 수락한 직후부터 대구 공천에 사활을 걸었다. 그는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만에 치러지는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보수의 심장부인 대구에서부터 기득권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확신했다. '대마불사' 신화를 깨뜨려 세대교체의 선례를 남기겠다는 의지로, 중진 의원 전원 컷오프라는 초강수까지 고려했다.그의 첫 번째 타깃은 주호영 의원이었다. 하지만 당내 반발은 예상보다 거셌고, 공관위 내부에서조차 이견이 속출했다. 결국 이 전 위원장은 주호영 의원과 함께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컷오프하는 절충안을 택했다. '경제 시장'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특정 인물을 배제하기 위한 무리수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이 결정은 '친박'이었던 이 전 위원장이 '친이'계 좌장인 주 의원에게 사적인 감정을 풀기 위한 것이라는 '복수극' 프레임까지 낳으며 논란을 키웠다. 여기에 충북, 경북, 부산 등 다른 지역 공천과의 형평성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기준 없는 공천"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혁신이라는 명분은 퇴색하고, 공천 과정의 공정성 자체에 대한 의구심만 증폭됐다.결국 장동혁 대표와의 갈등설까지 불거진 끝에 이 전 위원장은 사퇴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컷오프된 후보들이 법원에 낸 가처분 신청이 일부 인용되고 경선 원점 재검토 요구가 빗발치면서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당 지도부는 서둘러 새 공관위를 출범시켰지만, 이미 어그러진 공천 시계를 되돌리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시끄러운 혁신'을 외쳤던 이 전 위원장의 실험은 당에 깊은 내상만 남겼다. 공천 과정에서 드러난 난맥상은 선거 전체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혁신을 명분으로 한 독단적 결정이 얼마나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