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래블

먹다 지치는 오사카 여행은 끝, 33층 루프톱에서의 힐링

 '경기도 오사카시'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만큼 한국인에게 친숙한 여행지 오사카. 지난해 간사이 공항을 통해 입국한 외국인 4명 중 1명이 한국인이었을 정도로 그 인기는 식을 줄 모른다. 하지만 북적이는 도톤보리와 신사이바시의 풍경이 오사카의 전부는 아니다. 익숙함을 넘어 조금만 눈을 돌리면, 이 도시가 품고 있는 새로운 매력과 마주할 수 있다.

 

오사카의 상징과도 같은 도톤보리 강변의 글리코상과 화려한 입체 간판들은 여전히 여행자들의 발길을 붙잡는다. 타코야키, 오코노미야키 등 쉴 새 없이 코를 자극하는 음식 냄새와 인파로 가득한 거리는 '먹다 죽는다'는 오사카의 식문화를 실감케 한다. 츠텐카쿠 타워가 있는 신세카이의 복고적인 풍경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하지만 진짜 재미는 소란스러운 중심가에서 한 발짝 벗어난 골목에 숨어있다. 젊은 감각의 빈티지 샵과 개성 있는 편집샵이 즐비한 '오렌지 스트리트'가 대표적이다. 이곳에 밀집한 중고 레코드 가게에서는 희귀한 명반을 저렴한 가격에 '득템'하는 행운을 누릴 수도 있다. 번잡함을 피해 자신만의 보물을 찾는 즐거움이 쏠쏠하다.

 

놀랍게도 오사카는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와인 산지이기도 하다.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가시와라 지역은 일조량이 풍부하고 배수가 잘 되는 토양 덕에 예로부터 질 좋은 포도 산지로 명성이 높았다. 복잡한 도심의 풍경과는 대조적으로, 언덕을 따라 끝없이 펼쳐진 포도밭은 평화롭고 이국적인 정취를 자아낸다.

 


이곳에 위치한 '카타시모 와이너리'는 1914년부터 5대째 가업을 이어오고 있는 유서 깊은 양조장이다. G20 오사카 정상회의 만찬주로 선정되며 세계적으로 품질을 인정받은 화이트 와인 '리카엔'을 비롯해, 프랑스 국제 와인 품평회에서 금상을 수상한 와인 등 일본의 토양과 기술로 빚어낸 수준 높은 와인을 맛볼 수 있다.

 

여행의 질을 한 단계 높여줄 숙소 선택도 중요하다. 2023년 난바 중심가에 문을 연 '센타라 그랜드 호텔 오사카'는 새로운 랜드마크로 떠오르고 있다. 33층 루프톱 바에서 도시의 전경을 360도로 조망하며 즐기는 애프터눈 티는, 복잡한 도심의 소음을 잊게 하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

 

 

 

뇌 수술 이겨낸 노장, 7년 만에 정상 탈환

뇌종양이라는 거대한 벽을 넘어 필드로 돌아온 42세의 노장 개리 우드랜드가 무려 7년 만에 미국남자프로골프 투어 정상에 오르며 전 세계 골프 팬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을 선사했다. 이번 우승은 단순히 하나의 트로피를 추가한 것을 넘어, 생사의 갈림길에서 돌아온 한 인간이 집념과 노력으로 일궈낸 기적과도 같은 결과였다. 우승 확정 순간 왈칵 눈물을 터뜨린 그의 모습에 현장을 찾은 갤러리들은 물론 중계를 지켜보던 전미 대륙이 함께 울었다.우드랜드는 30일 한국시간 기준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메모리얼 파크 골프 코스에서 열린 텍사스 칠드런스 휴스턴 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그는 이날 버디 4개와 보기 1개를 묶어 3언더파 67타를 기록하며 최종 합계 21언더파 259타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었다. 2위 니콜라이 호이고르를 5타 차라는 여유 있는 격차로 따돌린 우드랜드는 이로써 PGA 투어 통산 5승째를 달성했다. 이번 우승 상금은 178만 2000달러로 우리 돈 약 27억 원에 달하는 거액이지만, 그에게 상금보다 값진 것은 2019년 US 오픈 이후 6년 9개월 만에 다시 맛본 승리의 기쁨이었다.경기의 대미를 장식한 18번 홀에서 마지막 퍼트가 홀컵으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 우드랜드는 두 팔을 번쩍 들어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그동안의 고통과 인내를 털어내듯 크게 한숨을 내쉰 그는 자신을 축하하기 위해 달려오는 캐디와 아내를 보자마자 참아왔던 감정을 쏟아냈다. 끓어오르는 눈물을 감추려 모자를 깊게 눌러썼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그는 아내의 품에 얼굴을 묻고 아이처럼 펑펑 울음을 터뜨렸고, 이 장면은 지켜보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스포츠맨십이 빛난 순간도 있었다. 마지막까지 우승을 다퉜던 니콜라이 호이고르는 우드랜드의 마지막 퍼팅 순간 조용히 필드 뒤편으로 물러나 앉았다. 오로지 우드랜드만이 그 영광의 스포트라이트를 온전히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준우승에 머물렀음에도 호이고르는 우드랜드가 그 순간을 충분히 누리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며, 정말 멋진 순간이었고 진심으로 기쁘다는 축하의 인사를 건네 박수갈채를 받았다.우드랜드의 이번 우승이 더욱 특별한 이유는 그가 겪어온 처절한 투병 과정 때문이다. 그는 2023년 5월 갑작스러운 손 떨림과 눈꺼풀 경련 증상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뇌종양 판정을 받았다. 그해 9월 옆머리를 야구공 크기만큼 절개하는 대수술을 통해 병변의 상당 부분을 제거해야 했다. 수술 후유증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2024년 1월 소니오픈을 통해 기적적으로 복귀했지만, 이후 참가한 26개 대회에서 11번이나 컷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육체적 고통뿐만 아니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인 PTSD까지 겹쳐 작년 휴스턴 오픈 당시에는 화장실에서 혼자 눈물을 쏟을 정도로 정신적 한계에 부딪히기도 했다.그러나 우드랜드는 결코 포기라는 단어를 선택하지 않았다. 불과 2주 전 자신의 정신적 고통을 대중 앞에 솔직하게 고백한 그는 장비를 전면 교체하며 승부수를 띄웠다. 더 정교한 퍼팅을 위해 퍼터를 바꿨고, 줄어든 비거리와 타구 속도를 보완하기 위해 더 단단한 아이언을 손에 쥐었다.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밤낮으로 매달린 끝에 얻어낸 결실이었기에 그의 우승은 그 어떤 승리보다 찬란하게 빛났다.시상대에서 우드랜드는 골프가 비록 개인 종목이지만 오늘 자신은 결코 혼자가 아니었다는 뭉클한 소감을 전했다. 그는 현재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자신을 보고 절대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계속해서 싸워나가라는 희망의 메시지를 남겼다. 또한 이번 우승으로 세계 랭킹 51위에 진입하며 PGA 투어의 주요 대회 출전권을 모두 확보하게 된 그는 여전히 남아있는 수술 후유증과의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우드랜드는 인터뷰 마지막에 자신보다 더 힘들었을 아내에게 모든 영광을 돌렸다. 뇌 수술이라는 큰 시련이 자신에게도 고통스러웠지만 옆에서 지켜봐야 했던 아내에게는 훨씬 더 힘든 시간이었을 것이라며 진심 어린 감사를 표했다.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피어난 그의 버디 퍼트와 눈물 섞인 우승 소감은 단순한 스포츠 뉴스를 넘어 삶의 의지를 잃어가는 많은 이들에게 강렬한 울림을 전하고 있다. 인간 개리 우드랜드의 진짜 경기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