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활자 밖으로 걸어 나온 '한강'… 베니스 비엔날레서 작품 전시

한국 문학의 새 역사를 쓴 소설가 한강이 이번에는 현대 미술의 성지, 이탈리아 베니스로 향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오는 5월 개막하는 ‘제61회 베니스 비엔날레 미술전’ 한국관 전시에 한강 작가의 설치 작품이 포함된다고 19일 밝혔다.

 

올해 한국관은 ‘해방공간: 요새와 둥지(Liberation Space: Fortress and Nest)’라는 주제 아래, 물리적 경계를 넘어선 사유와 감각의 공간을 구축한다. 전시는 최고은 작가의 ‘메르디앙(Meridian)’과 노혜리 작가의 ‘베어링(Bearing)’ 두 가지 거대한 축으로 구성된다.

 


한강 작가의 작품은 노혜리 작가가 기획한 ‘베어링’ 프로젝트의 핵심적인 부분으로 들어간다. ‘베어링’은 애도, 기억, 전망 등 8개의 스테이션(Station)으로 이루어진 서사적 구조물로, 한강의 작품은 이 중 가장 깊은 슬픔을 다루는 ‘애도’ 스테이션에 자리 잡게 된다.

 

전시될 작품의 제목은 ‘더 퓨너럴(The Funeral·장례식)’이다. 이는 지난 2018년 미국 카네기 인터내셔널에서 처음 선보였던 영상 설치 작품으로, 한강의 대표작 중 하나인 장편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의 도입부를 시각적으로 구현한 것이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 사건의 비극을 여성의 시선으로 끈질기게 파고든 작품이다. ‘더 퓨너럴’ 역시 이 맥락을 같이한다. 작품은 끝없이 펼쳐진 흰 눈밭 위에 앙상하고 검게 탄 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선 모습을 보여준다. 색채가 소거된 흑백의 대조는 4·3 사건 당시의 참혹함과 그 속에 남겨진 이들의 시린 고통을 묵직하게 전달한다.

 


이번 전시는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한강 작가의 예술적 스펙트럼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계기가 될 전망이다. 활자로 읽히던 역사의 아픔이 시각과 공간의 언어로 치환되었을 때, 관람객들은 더욱 직관적이고 본능적인 슬픔과 마주하게 된다.

 

예술위 관계자는 “한강 작가의 텍스트가 가진 힘이 노혜리 작가의 조형 언어와 만나 강력한 시너지를 낼 것”이라며 “베니스를 찾는 전 세계 관람객들에게 한국의 현대사가 지닌 특수한 아픔을 보편적인 인류애와 애도의 감정으로 전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문학적 성취를 넘어 예술적 실천으로 역사를 위로하는 한강의 ‘더 퓨너럴’은 오는 5월부터 이탈리아 베니스 자르디니 공원 내 한국관에서 만나볼 수 있다.

 

146km 강속구 맞고 쓰러져…후배부터 챙긴 허경민

 대전 구장에 잠시 숨 막히는 정적이 감돌았다. 시속 146km의 직구가 타자의 머리를 향해 날아들었고, 헬멧을 강타당한 타자는 그대로 쓰러져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승패가 갈리는 치열한 승부처였지만, 이 순간 그라운드의 모두는 타자의 안위만을 걱정했다.사건은 31일 대전에서 열린 한화와 KT의 경기, 5회초에 발생했다. 한화는 마운드에 시즌 첫 등판에 나선 엄상백을 올렸지만, 제구가 흔들리며 연속 안타를 맞고 실점했다. 위기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KT 허경민을 상대로 던진 2구째 공이 그대로 머리 쪽으로 향했다.피할 틈도 없이 공에 맞은 허경민이 쓰러지자 경기는 즉시 중단됐다. 마운드 위 투수 엄상백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차마 타석을 쳐다보지 못했다. KBO 규정에 따라 헤드샷을 던진 엄상백에게는 즉각 퇴장 명령이 내려졌고, 그의 허무한 시즌 첫 등판은 그렇게 끝이 났다.한참을 쓰러져 있던 허경민은 트레이너의 부축을 받고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모두가 그의 상태를 걱정하며 숨죽이고 지켜보는 순간, 그는 자신을 맞힌 투수 엄상백을 향해 손짓했다. 고개를 떨군 채 마운드를 내려가지 못하는 후배에게 ‘괜찮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자칫 선수 생명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아찔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고통보다 자책감에 빠진 후배를 먼저 챙긴 베테랑의 품격은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허경민의 위로를 받은 엄상백은 무거운 발걸음으로 더그아웃으로 향했다.한편, 이날 경기는 초반부터 타선이 폭발한 KT가 한화를 9-4로 꺾었다. 이 승리로 KT는 개막 3연승을 달리며 단독 선두 자리를 굳게 지켰고, 한화는 선발 부상과 불펜의 난조가 겹치며 시즌 첫 패배를 떠안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