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다이아몬드 해골이 한국에? 서울 마비시킨 기괴한 전시

현대미술의 가장 논쟁적인 인물이자 영국 미술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데이미언 허스트가 드디어 서울에 상륙했다. 8601개의 다이아몬드로 뒤덮인 번쩍이는 두개골부터 포름알데히드 용액 속에 통째로 절여진 거대한 상어까지, 이름만으로도 전 세계를 경악하게 했던 그의 작품들이 서울 삼청로 국립현대미술관에 한데 모였다. 젊은 영국 미술가들(YBA)의 선두주자로 군림하며 현대미술의 판도를 뒤흔들었던 그의 아시아 첫 대규모 회고전 진실은 없어 그러나 모든 것은 가능하지가 오는 20일부터 관객들을 맞이한다.

 

전시 개막을 앞둔 18일, 허스트는 등에 커다란 해골 문양이 새겨진 점퍼를 입고 특유의 당당한 모습으로 프레스 프리뷰 현장에 나타났다. 환갑을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장난기 가득한 표정의 그는 40년간 쌓아온 결과물들을 한국의 큐레이터들이 아주 훌륭하게 전시해줬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특히 작품이 모든 것을 설명해준다고 생각한다며 별도의 질문은 받지 않겠다는 선언과 함께 익살스러운 포즈로 사진 촬영에 임해 여전한 스타성을 과시했다.

 


이번 서울 전시는 허스트의 16세 시절 파격적인 사진부터 최근의 벚꽃 연작까지 50여 점의 작품을 총 4부로 나누어 소개한다. 1부 모든 질문에는 의심이 따른다에서는 그가 10대 시절 시체안치소에 몰래 들어가 찍은 충격적인 사진을 시작으로 스폿 페인팅과 스핀 페인팅의 초기 버전들을 만나볼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삶과 죽음이라는 경계에 천착했던 그의 예술적 기원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가장 큰 화제를 모으는 2부 우리는 시간 속에 산다에서는 2012년 런던 테이트 모던 전시 이후 처음으로 외부 공개되는 상어 작품 살아있는 자의 마음속 죽음의 물리적 불가능성이 관객을 압도한다. 거대한 수조 속에 박제된 상어는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을 시각적으로 극명하게 보여준다. 또한 잘린 소머리에 파리떼가 꼬이다가 살충기에 닿아 허무하게 죽어가는 천 년 역시 이번 전시의 핵심 문제작이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과거 이 작품을 보고 태어나 죽는 인간의 삶이 유리 박스 안에 그대로 들어있는 듯한 큰 충격을 받았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3부 침묵의 사치에서는 허스트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담긴 약장 시리즈 죄인을 만날 수 있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남긴 빈 약병들로 채워진 이 작품은 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약을 삼키며 죽음을 두려워하는 인간의 나약함을 투영한다. 런던에서 운영했던 레스토랑 약국의 일부를 재현한 공간 역시 영생을 향한 인간의 부질없는 욕망을 꼬집는다. 허스트는 과거 인터뷰에서 내일 죽을지언정 오늘을 그대로 살아내야 하며,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예술을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이번 전시의 백미는 허스트의 런던 스튜디오를 바닥재까지 그대로 뜯어와 옮겨놓은 공간이다. 이곳에서 그는 전시 전날 자정까지 붓을 놓지 않았으며, 거울 위에 핑크색 물감으로 사랑해요 대한민국이라는 한글 메시지를 남겨 한국 팬들에 대한 애정을 표현했다. 최근 다시 회화로 돌아가 마티스의 그림을 모사하며 예술적 본질을 탐구하고 있는 그의 열정은 전시장 곳곳에 배어있는 물감 냄새만큼이나 강렬하다.

 

가난했던 어린 시절과 건설 현장 노동자를 거쳐 30세에 터너상을 거머쥐기까지, 허스트의 삶은 그 자체로 한 편의 드라마와 같다. 이번 전시는 그의 작품이 단순히 관객몰이를 위한 자극적인 쇼에 불과한지, 아니면 현대미술사에 기록될 진정한 예술적 성취인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평가할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미술관 측은 데이미언 허스트의 이름은 모두가 알지만 실제 작품을 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회고전을 통해 논쟁적인 거장의 진면목을 직접 마주해보기를 권했다. 전시는 6월 28일까지 이어지며 올봄 가장 뜨거운 문화적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전기차 타도 석유는 필요하다? AI 시대에 오히려 폭발하는 수요

 전 세계적인 탄소 중립 흐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경제의 석유 의존도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자동차 연료를 넘어 산업 전반의 혈액 역할을 하는 원유 수급에 차질이 생기자, 중동 의존도가 70%에 달하는 한국 경제에는 비상등이 켜졌다. 정부는 에너지와 핵심 자원 공급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으나, 특정 지역에 쏠린 에너지 조달 체계를 단기간에 바꾸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산업계의 타격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에너지 가격 충격은 정유와 발전 부문을 통과해 제조업 전체로 전이되는 양상이다. 특히 나프타와 헬륨 등 중동에서 주로 들여오는 원자재 수급이 불안해지면서 공급망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 만약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길어질 경우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헬륨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 국내 핵심 공장들이 멈춰 설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하늘길도 막히기 시작했다. 항공유 가격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치솟자 에어프레미아는 다음 달부터 5월 말까지 로스앤젤레스 노선 등 주요 항공편의 운항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한국만의 상황이 아니다. 미국의 유나이티드항공 역시 수익성이 떨어지는 노선의 감축 가능성을 시사하며 에너지 위기에 따른 항공업계의 고통을 대변했다. 원료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LG화학 여수공장의 일부 시설이 가동을 멈추는 등 석유화학 업계도 직격탄을 맞았다.일상생활에서는 엉뚱하게도 쓰레기 종량제 봉투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나프타 공급 차질이 플라스틱 원료 부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공포가 확산되면서 일부 지역에서 사재기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정부는 지자체별로 최소 3개월에서 6개월 이상의 재고를 확보하고 있어 '제2의 마스크 대란' 같은 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원자재 불안이 생필품 수급 불안으로 번지는 심리적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인공지능(AI)과 전기차의 확산이 오히려 화석연료 수요를 지탱한다는 역설적인 분석도 제기된다. 전기차 전환이 가속화되어도 전체 석유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제한적이며, 폭증하는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천연가스와 석유 발전의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난방이나 산업용 스팀처럼 화석에너지를 대체하기 어려운 분야의 수요가 견고해 탈탄소로 가는 길은 예상보다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글로벌 금융권 역시 단기적으로는 천연가스와 배터리가, 장기적으로는 원자력이 전력 조달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신재생에너지만으로는 급격히 늘어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한계를 인정한 결과다. 에너지 공급망의 구조적 변화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현실 경제는 여전히 석유와 가스라는 전통적 에너지원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공급망 위기의 파고를 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