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당신의 심장을 울릴 노년의 이야기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나이라는 숫자는 이제 더 이상 장벽이 아니다. 최근 무대 위에서는 노년의 꿈과 도전을 소재로 한 작품들이 잇따라 개막하며 전 세대를 아우르는 뜨거운 울림을 전하고 있다. 단순히 시간을 견디는 삶이 아니라 마음속 깊이 숨겨두었던 진짜 나를 찾아가는 노년의 이야기가 관객들의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 특히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탄탄한 스토리라인을 갖춘 공연들이 무대화되면서 젊은 층부터 중장년층까지 폭넓은 사랑을 받고 있다.

 

먼저 서울 강서구 LG아트센터 서울 U+스테이지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 연극 노인의 꿈은 백원달 작가의 동명 인기 웹툰을 바탕으로 한 창작극이다. 이 작품은 심춘애라는 독특하고도 따뜻한 인물이 일상에 지친 이들 앞에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마법 같은 변화를 그린다. 춘애는 어느 날 갑자기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봄희 앞에 나타나 미술을 배우겠다고 선언한다. 그녀가 미술을 배우려는 이유는 다름 아닌 자신의 영정사진을 직접 그리기 위해서다.

 

춘애는 특유의 솔직함과 다정한 행동으로 봄희의 삶에 스며든다. 복잡한 가족사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듯 살아오며 자신의 꿈을 뒤로 미뤄두었던 봄희는 춘애를 통해 삶의 진짜 의미를 다시금 마주하게 된다. 무대 위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이 대거 포진해 작품의 무게감을 더했다. 김영옥, 김용림, 손숙 등 연륜 넘치는 대배우들과 하희라, 이일화, 신은정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이 각 세대를 대변하며 완벽한 호흡을 자랑한다. 춘애 역을 맡은 원로 배우들의 깊이 있는 연기는 관객들에게 묵직한 감동과 함께 재치 있는 대사로 웃음까지 선사하고 있다.

 

박수희 프로듀서는 이 작품에 대해 고령화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어떻게 나이 들어가야 하는지 그리고 잃어버린 꿈을 어떻게 되찾아야 하는지를 이야기하는 따뜻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노년의 춘애와 중년의 봄희 그리고 청소년 꽃님까지 세 세대가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우정과 사랑은 관객들에게 나이를 초월한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서울 공연은 22일까지 진행되며 이후 3월 말부터는 전국 20여 개 도시를 순회하며 전국의 관객들에게 이 따뜻한 온기를 전할 예정이다.

 


노년의 도전을 다룬 또 다른 화제작은 서울예술단의 창작가무극 나빌레라다. 이 작품 역시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하여 이미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큰 사랑을 받은 바 있다. 오는 5월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개막하는 이 극의 주인공은 76살의 나이에 발레라는 생소한 세계에 뛰어든 새내기 발레리노 덕출이다. 평생을 가족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온 덕출은 은퇴 후 가슴 한구석에 간직해온 발레에 대한 열망을 터뜨린다.

 

가족들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발레단을 찾아간 덕출은 스물세 살의 천재 발레리노 채록을 만난다. 채록은 뛰어난 재능을 가졌음에도 부상과 생활고에 시달리며 방황하는 청춘이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70대 노인과 20대 청년이 발레라는 공통분모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성장해 나가는 과정은 나이와 신체적 한계를 넘어선 인간의 의지를 아름답게 그려낸다. 덕출 역에는 서울예술단의 간판 배우 최인형이 출연해 새로운 세계에 발을 내딛는 노년의 설렘과 망설임을 섬세하게 표현할 예정이다.

 

채록 역에는 아이돌 그룹 빅스의 켄(이재환)과 SF9의 재윤이 더블캐스팅되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들은 꿈 앞에서 좌절하던 청춘이 덕출을 만나 위로받고 다시 비상하는 과정을 역동적인 안무와 감동적인 노래로 풀어낸다. 류상록 서울예술단 단장 직무대행은 나빌레라가 세대와 시간을 넘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휴머니즘을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시즌은 작품의 정서적 깊이를 더욱 다듬어 관객들에게 잊지 못할 감동의 비상을 선사할 준비를 마쳤다.

 


이처럼 무대 위 노년의 이야기는 단순히 나이 든 사람들의 기록이 아니다. 그것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언젠가 마주할 미래이자 잊고 지냈던 순수함을 되찾아주는 거울과도 같다. 영정사진을 그리며 삶의 마지막을 준비하는 춘애나 굳은 몸으로 발레 동작을 익히는 덕출의 모습은 보는 이들에게 오늘이 내 생애 가장 젊은 날임을 깨닫게 한다. 고령화 사회라는 차가운 통계 수치 대신 무대 위 배우들의 뜨거운 숨결로 전해지는 이들의 도전기는 관객들에게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불어넣고 있다.

 

두 작품 모두 웹툰이라는 대중적인 매체를 원작으로 삼아 진입 장벽을 낮춘 동시에 무대 예술만이 줄 수 있는 생생한 현장감을 더해 호평받고 있다. 관객들은 배우들과 같은 공간에서 호흡하며 노년의 주름진 얼굴 속에 감춰진 아이 같은 꿈을 목격한다. 3월과 5월 연달아 이어지는 이 감동적인 무대들은 세대 간의 단절을 허물고 이해와 교감의 장을 마련해줄 것이다. 꿈을 꾸는 데 늦은 나이란 없다는 평범하지만 위대한 진리를 증명해 보이는 이들의 공연은 올봄 공연계에 가장 따뜻한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된다.

 

2차 고유가 지원금 첫날, 탈락자 속출

정부의 ‘2차 고유가 피해지원금’ 대면 접수가 시작된 18일, 전국 행정복지센터에는 신청 자격을 확인하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그러나 지급 기준이 과거보다 크게 강화되면서 현장에서는 “지난번에는 받았는데 이번에는 왜 안 되느냐”는 항의와 문의가 잇따랐다.이번 지원금은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한다. 지급 대상은 약 3600만 명으로, 전 국민 90%에게 지급됐던 과거 ‘민생회복 소비쿠폰’과 비교하면 1000만 명 이상 줄어든 규모다. 지원 폭이 좁아진 만큼 신청 첫날부터 탈락 사례가 속출했고, 일부 시민들은 대상이 아니라는 안내를 받고 허탈하게 발길을 돌렸다.혼란의 핵심은 건강보험료 기준이다. 정부는 신속한 지급을 위해 별도의 소득 산정 절차 대신 건강보험료 본인부담금을 활용했다. 이에 따라 1인 가구 직장가입자는 월 건보료 13만 원 이하일 경우에만 지원 대상이 된다. 과거 소비쿠폰 당시 기준이 22만 원 이하였던 점을 고려하면 문턱이 상당히 높아진 셈이다. 연봉 기준으로도 약 7300만 원 수준에서 약 4340만 원 수준으로 낮아졌다.지역가입자 기준 역시 대폭 강화됐다. 1인 가구 지역가입자는 월 건보료 8만 원 이하일 때만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이전 기준이 22만 원 이하였던 만큼, 과거 지원금을 받았던 사람 중 상당수가 이번에는 제외됐다..현장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대전 서구의 한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50대 시민은 “지난번에 지원금을 받아 이번에도 당연히 받을 수 있을 줄 알았다”며 “일부러 시간을 냈는데 대상이 아니라니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30대 직장인도 “월급이 있다고 해도 대출과 생활비 부담이 큰데 단순히 건보료만 보고 여유가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현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형평성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정부는 고액 자산가를 배제하기 위해 재산세 과세표준 12억 원 초과 또는 금융소득 2000만 원 초과 가구를 제외했다. 하지만 고가 주택이나 상당한 예금을 보유한 사람이라도 근로소득이 낮아 건강보험료가 적게 나오면 지원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반면 소득이 투명하게 잡히는 직장가입자는 건보료 기준 때문에 탈락할 가능성이 커 ‘유리 지갑’ 직장인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신청 첫 주에 적용되는 출생연도 5부제도 혼선을 키웠다. 일부 고령층은 자신의 신청 가능 요일을 확인하지 못한 채 주민센터를 찾았다가 되돌아갔다. 현장 공무원들은 대상 여부 확인과 5부제 안내, 이의신청 문의까지 처리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행정안전부는 건강보험료 기준 적용에 대해 “추가 시스템 구축 없이 빠르게 대상을 선별하기 위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중동전쟁 등 대외 불안으로 유가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제한된 재원을 보다 어려운 계층에 집중하기 위한 결정이라는 것이다.정부는 심사를 거쳐 1인당 10만~25만 원을 차등 지급하고, 대상에서 제외된 시민들을 위해 이의신청 절차도 운영할 예정이다. 그러나 신청 첫날부터 까다로운 기준과 자산·소득 간 불일치 문제가 드러나면서, 이번 지원금이 실제 민생 부담 완화로 이어질 수 있을지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