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공룡' 이케아의 추락, 한국 시장에서 무슨 일이?

 한때 '혁신'의 아이콘으로 불리며 한국 가구 시장의 판도를 바꿨던 이케아 코리아가 전례 없는 위기에 직면했다. 2014년 광명점 개점과 함께 신드롬을 일으켰던 과거의 영광은 빛이 바래고, 급감하는 수익성과 변화한 시장 환경 속에서 생존을 위한 힘겨운 사투를 벌이는 모양새다.

 

이케아의 위기는 수치로 명확히 드러난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집 꾸미기' 열풍을 타고 2021년 6872억 원이라는 최대 매출과 294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지만,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09억 원으로 1년 만에 40% 이상 급감하며 외형 성장 이면에 감춰진 심각한 수익성 악화를 드러냈다.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이케아는 기존의 성공 공식을 전면 폐기하는 승부수를 띄웠다. 교외의 초대형 단독 매장 중심의 확장 전략을 버리고, 서울 강동점처럼 도심의 복합 쇼핑몰에 입점하거나 팝업스토어를 여는 등 고객 접점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또한 AI 기반의 가상 가구 배치 서비스 '이케아 크레아티브'를 도입하며 디지털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이케아가 꺼내 든 도심형 매장이나 디지털 서비스는 이미 국내 유통 대기업이나 플랫폼들이 보편적으로 도입한 '낡은 전략'에 가깝다. 특히 '오늘의집'과 같은 커뮤니티형 플랫폼의 등장은 이케아의 입지를 근본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기업이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쇼룸이 아닌, 수백만 명의 실제 사용자가 공유하는 인테리어 콘텐츠가 소비자의 선택을 좌우하는 시대로 패러다임이 전환됐기 때문이다.

 


이케아의 핵심 경쟁력이었던 '합리적 가격'과 'DIY(직접 조립)'의 매력도 희석됐다. 쿠팡, 네이버 등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저렴한 가격은 물론, 빠른 배송과 설치 서비스를 기본으로 제공하면서 '최종 구매 비용'에서 이케아가 우위를 점하기 어려워졌다. 한때 새로운 경험으로 여겨졌던 DIY는 이제 한국 소비자들에게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노동'으로 인식되고 있다.

 

결국 이케아의 위기는 기업 주도의 일방적인 경험 전달 방식이 소비자가 콘텐츠 생산과 유통을 주도하는 한국의 디지털 생태계와 충돌하며 발생한 필연적인 결과다. 과거의 성공 방정식에 갇힌 '공룡' 이케아가 변화한 소비자의 마음을 되돌리고 다시 한번 시장의 혁신을 주도할 수 있을지, 그 미래는 그 어느 때보다 불투명해졌다.

 

망해가던 자동차 3사, 수출 대박 터뜨리며 화려하게 부활

 한때 구조조정과 공장 폐쇄의 칼바람을 맞으며 존폐 기로에 섰던 한국 자동차 산업의 허리가 다시금 저력을 증명하고 있다. 한국GM, 르노코리아, KG모빌리티 등 중견 3사가 오랜 부진의 터널을 뚫고 화려한 반등에 성공하며 한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재확인시켰다. 이들의 부활은 결코 우연이 아닌, 수십 년간 축적된 기술력과 인프라가 빚어낸 필연적 결과였다.가장 극적인 반전을 이뤄낸 곳은 한국GM이다. 8년 전 군산공장을 폐쇄하며 철수설까지 나돌았지만, 최근 GM 본사로부터 약 900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추가 투자를 유치하며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당시 정부와 산업은행의 지원 조건이었던 '독자적 R&D 및 생산 권한' 확보가 신의 한 수가 됐다. 한국의 풍부한 인력과 부품 공급망을 바탕으로 개발된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북미 소형 SUV 시장을 석권하며 8년 연속 적자 기업을 그룹의 '효자'로 탈바꿈시켰다.이러한 성공의 중심에는 3000여 명의 엔지니어가 포진한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가 있다. 차량 기획부터 디자인, 생산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이곳의 역량과 1600개가 넘는 국내 협력사들의 탄탄한 부품 공급망은 GM 본사가 한국을 포기할 수 없었던 핵심적인 이유로 꼽힌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개발한 신차들이 연이어 성공하며 한국GM은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있다.르노코리아와 KG모빌리티 역시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신차 부재로 고전하던 르노코리아는 본사를 설득해 신차 개발 및 생산을 맡는 '오로라 프로젝트'를 따냈다. 전 세계 르노 공장 중 최상위권의 품질 경쟁력을 자랑하는 부산공장의 생산 능력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두 번의 기업회생절차를 겪은 KG모빌리티(옛 쌍용차)는 'SUV 명가'로서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토레스, 액티언 등을 연달아 히트시키며 수출량을 대폭 늘려가고 있다.이들 중견 3사의 공통된 성공 비결은 명확하다. 수십 년간 특정 차종(SUV)에 집중하며 쌓아 올린 개발 노하우, 세계적 수준의 품질 관리 능력, 그리고 위기 속에서도 신차 개발의 끈을 놓지 않았던 임직원들의 절박함이 어우러진 결과다. 여기에 값싸고 품질 좋은 부품을 언제든 조달할 수 있는 국내 공급망은 이들의 재기를 뒷받침한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물론 이들의 앞길에 놓인 과제도 만만치 않다. 급한 불은 껐지만, 이제는 미래를 위한 본격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고임금 구조와 관세 장벽을 넘어설 비용 경쟁력 확보, 그리고 내연기관 중심의 라인업을 넘어 전기차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독자적인 미래 기술 확보는 이들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다음 관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