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란 내전의 불똥, 미국인의 식탁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이란에서 발발한 내전의 여파가 미 대륙의 광활한 농경지를 덮치며 미국 농업 경제의 근간을 뒤흔들고 있다. 세계 물류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면서 에너지와 비료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이는 이미 장기 침체로 신음하던 미국 농가에 결정타를 날리고 있다.

 

상황은 수치로 명확히 드러난다. 농기계 운용에 필수적인 디젤유 가격은 불과 일주일 만에 갤런당 1달러 가까이 폭등했으며, 파종의 핵심 자재인 요소 비료 가격 역시 뉴올리언스 항구 기준으로 25% 이상 급등했다.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거치며 수년간 적자를 감내해 온 농민들에게 이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의 비용 압박이다.

 


이번 사태의 진원지는 호르무즈 해협이다. 전 세계 비료 물동량의 3분의 1이 통과하는 이 해협의 기능이 마비되면서,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원자재 수출국의 발이 묶였다. 이는 곧바로 이스라엘, 이집트, 인도 등 주요 수입국의 연쇄적인 수급 불안으로 이어지며 글로벌 원자재 가격의 추가 상승을 부채질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생존의 위협을 느낀 미국 농민들은 결국 극단적인 요구에 나섰다. 미국 최대 농업인 단체인 '팜 뷰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서한을 보내, 비료를 실은 민간 화물선에 미 해군 군함의 호위를 제공해달라고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이는 이번 사태가 단순한 경제 문제를 넘어 국가 식량 안보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렀음을 시사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트럼프 행정부가 고수해 온 보호무역주의 정책이 농가의 고통을 배가시켰다는 내부 비판도 거세다. 정부가 120억 달러 규모의 긴급 자금을 지원했음에도, 대다수 농민은 현재 농업 부문이 회복 불가능한 불황 상태에 빠졌다고 진단하며 행정부의 무역 전쟁이 오히려 농업 경쟁력을 약화시켰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결국 이란 내전이라는 외부 충격과 자국 우선주의 무역 정책이라는 내부 문제가 동시에 터지면서 미국 농업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농가의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운데, 공급망 붕괴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미국발 글로벌 식량 위기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나프타 가격 80% 폭등, 국내 산업 덮친 연쇄 위기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이 한국의 산업 현장을 멈춰 세우는 ‘도미노 현상’을 촉발하고 있다. 원유 수송로가 막히면서 시작된 공급망의 균열은 석유화학 업계를 거쳐 우리 생활과 밀접한 최종 소비재 생산 라인까지 위협하는 연쇄적인 충격으로 번지고 있다.문제의 시작은 원유를 정제해 얻는 기초 원료 ‘나프타’의 공급 차질이다. 중동에서의 원유 수입이 막히자 국내 나프타 재고가 바닥을 드러냈고, 가격은 불과 한 달여 만에 80% 가까이 폭등했다. 이는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소재인 폴리에틸렌 생산에 직격탄이 되었고,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수많은 중소기업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경기도의 한 산업용 포장 비닐 생산업체는 이러한 위기를 온몸으로 겪고 있다. 포스코, 현대 등 대기업에 금속 표면 보호용 필름 등을 납품하는 이 공장의 가동률은 원료 부족으로 인해 평소의 80% 수준까지 떨어졌다. 활기차게 돌아가던 기계 소리가 잦아들면서 공장 전체에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원료 부족 사태는 업계 내에 ‘원료 배급’이라는 기현상까지 낳았다. 원료를 공급하는 대기업들이 자금력이 풍부한 대형 거래처에 우선적으로 물량을 몰아주면서, 영세한 업체들은 돈이 있어도 원료를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결국 대형 업체마저 소규모 거래처에 납품을 중단하며 연쇄적인 피해가 확산되는 중이다.이러한 생산 차질은 공장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으로 직결된다. 현재 재고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은 한 달 남짓. 5월 이후에도 사태가 해결되지 않으면 공장 가동 전면 중단이 불가피하며, 30여 명의 생산직 근로자들은 무급 휴직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결국 포장재가 없어 완제품을 출하하지 못하는 ‘물류 대란’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이번 사태는 중동 원유에 대한 높은 의존도가 한국 산업 전체를 얼마나 취약하게 만드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며, 근본적인 수입선 다변화 대책 마련이 시급함을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