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구석기판 엑스칼리버' 주먹찌르개 첫 공개

경기도 연천의 깊은 땅속에서 약 25만 년이라는 기나긴 잠을 자고 있던 인류의 위대한 유산이 마침내 눈부신 자태를 드러냈다. 이번에 공개된 유물은 지금까지 국내외 학계에 보고된 그 어떤 양면석기보다 크고 무거워 전 세계 구석기 연구자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고 있다. 지난 2021년 경기 연천군 전곡리 아파트 건설 예정 부지에서 시작된 발굴 조사는 단순한 현장 조사를 넘어 인류 도구 제작의 역사를 새로 써야 할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며 드라마틱한 반전을 선사했다.

 

12일 경기문화재단 전곡선사박물관은 기자 간담회를 열고 전곡리 일대 24차 발굴 조사에서 출토된 초대형 주먹찌르개를 포함한 다양한 구석기 유물을 상설전시실에서 처음으로 대중에게 공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의 주인공인 초대형 주먹찌르개는 길이가 무려 42cm에 달하고 무게는 10kg에 육박하는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한다. 유럽이나 아프리카 등 구석기 유적지가 즐비한 곳에서도 이 정도 크기의 석기 사례를 찾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한용 전곡선사박물관장은 이번 유물이 약 25만 년에서 20만 년 전에 형성된 지층에서 발견되었으며 고인류의 생활 방식과 도구 제작 목적을 새롭게 해석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주먹찌르개는 주로 한쪽 면의 끝을 날카롭고 뾰족하게 다듬은 석기로 양면을 모두 정교하게 깎아낸 주먹도끼와는 또 다른 기술적 특징을 지닌다. 전시를 기획한 김소영 학예연구사는 이처럼 거대한 크기의 주먹찌르개가 발견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고인류가 왜 이토록 커다란 도구를 만들었는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유물은 소재 면에서도 기존의 상식을 뒤엎는 독특함을 보여주고 있다. 전곡리에서 발견된 기존 석기들이 주로 단단한 규암 자갈돌을 사용했던 것과 달리 이 초대형 석기는 입자가 굵고 가공하기가 매우 까다로운 화강편마암으로 제작되었다. 학계에서는 이 석기가 한탄강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돌을 이용해 외부에서 제작된 뒤 발굴지로 반입되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단순히 주변에 굴러다니는 돌을 쓴 것이 아니라 특정 목적을 위해 적합한 소재를 찾아내고 이동시켰다는 점에서 당시 고인류의 지능과 사회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새롭게 단장한 박물관의 상설전시실에는 초대형 주먹찌르개 외에도 인류 진화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수많은 유물이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돌덩어리를 타격해 떼어낸 격지부터 몸돌 가로날도끼 등 전곡리 땅이 간직해 온 30만 년의 역사가 고스란히 펼쳐진다. 또한 1978년 동두천 주둔 미군 병사였던 그레그 보웬이 처음 주먹도끼를 발견했을 당시의 기록과 도면 그리고 세계적인 학자들과 주고받았던 편지 등도 함께 전시되어 흥미를 더한다. 특히 보웬이 한국 교수에게 보낸 편지에 적힌 동두천 시외 뻐스 종점이라는 정겨운 한글 메모는 관람객들에게 소소한 웃음과 감동을 안겨준다.

 

전시장은 관람객들이 구석기 문화를 보다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구성되었다. 석기의 크기가 시대별로 왜 작아졌는지 혹은 구석기 시대 사람들은 얼마나 모여 살았는지 등 대중이 평소 궁금해할 법한 질문들에 대해 최신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친절한 설명을 제공한다. 박물관 측은 오는 5월 개관 15주년을 맞이해 열리는 특별전 땅속의 땅 전곡에서 이 초대형 주먹찌르기를 누가 어떤 방식으로 사용했는지에 대한 분석 결과도 추가로 공개할 예정이다.

 

현재 연천 전곡리 유적은 약 80만 제곱미터 규모가 사적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이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움직임도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한용 관장은 전곡리의 유물이 단순한 돌덩어리가 아니라 약 30만 년 전 이 땅을 터전으로 삼았던 인류가 자연에 적응하며 만들어낸 위대한 기술적 산물임을 강조했다. 또한 국내에서는 아직 구석기 유물이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사례가 없음을 지적하며 앞으로 구석기 유산이 가진 학술적 문화적 가치에 더욱 주목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25만 년 전 고인류의 손길이 닿았던 거대한 석기가 오늘날 우리에게 말을 건네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인류의 기원을 찾아 떠나는 경이로운 여행이자 연천 전곡리가 가진 방대한 학술적 성과를 대중과 공유하는 소통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10대 도난 차량 추적해 잡았더니…부모는 “감옥에 넣어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차량을 훔쳐 달아난 10대들이 피해 차주의 추적 끝에 붙잡혔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과거에도 유사 범행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한 차례 풀려난 뒤 다시 차량 절도에 나서 결국 구속됐다.경기 부천 원미경찰서는 특수절도와 도로교통법상 무면허운전 혐의로 10대 A군 등 2명을 구속하고, B군 등 2명을 불구속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이들은 지난달 19일 오전 7시께 부천시 소사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소렌토 차량을 훔쳐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모두 면허가 없는 상태에서 차량을 운전한 것으로 조사됐다.사건은 차주 C씨가 휴대전화 앱으로 차량 이동 알림을 받으면서 시작됐다. 갑작스럽게 차량이 움직였다는 신호를 확인한 C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도난 차량을 찾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는 답변을 듣자, 사촌 오빠와 함께 직접 차량을 찾아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C씨는 차량 위치추적 기능을 이용해 자신의 차가 있는 장소를 확인했고, 해당 위치를 경찰에 알렸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그곳에서 B군 등 2명을 붙잡았다. 피해자가 직접 움직여 도난 차량 위치를 확인하고 검거에 결정적 단서를 제공한 셈이다.검거 당시 피의자들의 태도도 공분을 사고 있다. JTBC ‘사건반장’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주머니에 손을 넣거나 삐딱한 자세로 서 있는 등 반성 없는 모습을 보였고, 현장을 촬영하던 C씨에게 “찍지 마”라고 말하며 위협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경찰서에서 이들을 본 형사들이 “또 왔냐”라고 말했을 정도로, 일부는 이미 수사기관에 익숙한 인물들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에 따르면 피의자 부모들 역시 사과보다는 “합의할 생각 없으니 감방에 넣어라”는 취지의 반응을 보였다.실제 이들 중 한 명은 같은 혐의로 소년교도소에 수감됐다가 지난해 말 출소한 뒤 다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지난 4일 나머지 공범 2명도 추가로 검거했다. 그러나 먼저 붙잡힌 B군 등 2명에 대해 신청한 구속영장은 검찰 단계에서 반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년범의 교화 가능성 등을 고려한 판단이었다.하지만 석방은 곧 재범으로 이어졌다. B군은 풀려난 뒤 다른 공범들과 함께 또 다른 차량을 훔치려다 지난 6일 다시 경찰에 붙잡혔다. 이후 이들 2명은 결국 구속됐다.피해자 C씨는 반복적으로 범행을 저지르는 10대들에 대해선 보다 엄정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단순히 소년범이라는 이유만으로 잇따라 불구속 수사가 이뤄지는 것은 문제라는 것이다.경찰은 여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이들의 추가 범행 여부를 수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