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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부자들을 중독시킨 '아만 정키' 현상의 비밀

 대규모 광고나 마케팅 캠페인 하나 없이, 그 이름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 되는 브랜드가 있다. '아만(Aman)'은 스스로를 찾아오게 만드는 강력한 힘을 가졌으며, 전 세계 여행자들 사이에서 '아만 정키(Aman Junkie)'라는 신조어를 낳을 만큼 열성적인 팬덤을 구축했다.

 

아만이 제공하는 핵심 가치는 화려한 시설이나 이벤트가 아니다. 바로 '시간의 속도를 늦추는 경험'이다. 방문객들은 마치 다른 차원의 시공간에 들어선 듯 분주한 일상과 자연스럽게 멀어진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공허함이 아닌, 깊은 충만함으로 채워지는 역설적인 체험을 선사하는 것이 이 브랜드의 핵심 경쟁력이다.

 


이 독특한 철학은 호텔 사업가가 아닌 저널리스트 출신 창립자 아드리안 제카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됐다. 그는 호텔이 아닌, 친구들과 머물기 위한 고요한 별장을 원했다. 푸켓의 아름다운 자연을 소수의 사람들과 나누고 싶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아만푸리'는 집과 같은 편안함을 추구하는 브랜드의 초석이 되었다.

 

아만의 가장 중요한 전략은 '작게 머무르는 것'이다. 대부분의 리조트는 의도적으로 객실 수를 20~40개 수준으로 제한한다. 이는 희소성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직원과 투숙객 간의 깊은 관계 형성을 위함이다. 적은 손님 수는 직원들이 각자의 이름과 취향을 기억하고, 요청하기 전에 먼저 필요를 파악하는 개인화된 서비스를 가능하게 한다.

 


공간과 서비스의 완벽한 조화 역시 아만의 핵심이다. 유네스코 보호 지역 인근이나 깊은 자연 속처럼 접근성이 떨어져도 그 장소가 가진 고유한 이야기에 집중한다. 건축은 주변 환경에 조용히 스며들고, 과하지 않으면서도 온기를 담은 서비스는 어느 곳에서나 일관된 '아만'만의 경험을 완성시킨다.

 

결국 아만은 숙박 시설을 판매하는 대신 '시간의 질감'을 디자인하는 브랜드다. 성장의 속도보다 경험의 밀도를 선택했으며, 눈에 보이는 화려함 대신 설명하기 어려운 편안함과 기억을 자산으로 삼는다. 이들의 성공은 진정한 럭셔리가 소유가 아닌, 삶의 속도를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경험이라는 점을 증명한다.

 

91만 살 군산오름과 6천 살 성산일출봉의 비밀

 제주를 상징하는 368개의 오름 중 90곳의 나이가 처음으로 공개되며 화산섬 제주의 생성 과정에 대한 이해를 한 단계 끌어올렸다. 제주도 세계유산본부는 최신 연대측정 기법을 통해 각기 다른 오름들의 형성 시기를 규명, 제주 화산활동의 역사를 복원하는 중요한 단서를 확보했다. 이번 연구는 제주의 과거를 넘어 미래의 화산활동 가능성을 예측하는 과학적 근거가 될 전망이다.연구 결과, 가장 나이가 많은 오름은 약 91만 7천 년 전에 형성된 군산오름으로 밝혀졌다. 반면, 가장 젊은 오름은 한라산 정상부에 위치한 돌오름으로, 불과 2천 년 전에 생성된 것으로 확인됐다. 세계자연유산인 성산일출봉은 약 6천 년, 백록담은 약 1만 6천 년 전에 형성되는 등 오름마다 적게는 수천 년에서 많게는 수십만 년까지 큰 시간적 편차를 보였다.이처럼 오름의 나이가 제각각인 이유는 오름이 단기간의 화산 분출로 만들어지는 '단성화산'이기 때문이다. 짧게는 몇 주, 길어도 수년에 걸친 한 번의 활동으로 하나의 오름이 형성되므로, 각각의 오름은 특정 시기의 화산활동을 기록한 타임캡슐과도 같다. 따라서 개별 오름의 정확한 형성 시기를 아는 것은 제주도 전체의 화산활동 역사를 재구성하는 데 필수적이다.과거 오름의 연대측정 연구는 기술적 한계와 높은 비용으로 인해 더디게 진행됐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아르곤(Ar) 연대측정법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광여기루미네선스(OSL) 등 더욱 정밀한 기법들이 도입되면서 연구에 가속도가 붙었다. 세계유산본부는 이러한 최신 기술을 적극 활용하여 오름의 비밀을 풀어내고 있다.이번에 공개된 90개 오름의 연대 자료는 시작에 불과하다. 세계유산본부는 축적된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국내외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해 연구의 깊이를 더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제주 화산활동 연구를 활성화하고, 학술적 활용도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세계유산본부는 이번 성과를 발판 삼아 2028년까지 최대 200개 오름의 나이를 추가로 밝혀낼 예정이다. 또한, 오름의 분출물 분포, 고토양 분석 등 다양한 연구 성과를 순차적으로 공개하며 제주 화산섬의 비밀을 풀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