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KB국민은행, 금요일엔 1시간 더 빨리..주말을 길게

국내 리딩뱅크인 KB국민은행이 매주 금요일 근무 시간을 1시간 단축하는 파격적인 실험에 나섰다. 직원들의 '저녁 있는 삶'을 보장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보수적인 은행권의 근로 문화를 바꾸는 신호탄이 될지 주목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날부터 본점 및 영업점 직원들을 대상으로 '금요일 1시간 조기 퇴근제'를 공식 시행한다. 이는 지난달 27일 자율 시행을 거쳐 정식으로 제도화된 것으로, 앞서 지난 1월부터 수요일과 금요일 근무를 1시간씩 단축한 IBK기업은행의 행보를 잇는 결정이다.

 

이번 제도의 핵심은 '일과 삶의 균형(Work-Life Balance)'이다. 정부의 실노동시간 단축 기조에 발맞추는 한편, 육아와 업무를 병행하는 직원들의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특히 주말을 앞둔 금요일의 조기 퇴근은 직원들에게 심리적 여유를 제공해, 결과적으로 조직 전반의 유연성과 업무 몰입도를 높이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가장 큰 관심사였던 '고객 불편' 우려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조기 퇴근제가 시행되더라도 대고객 영업 시간은 기존과 동일하게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유지되기 때문이다. 은행 업무의 특성상 오후 4시에 셔터가 내려간 뒤에도 직원들은 내부 마감 업무와 서류 정리를 위해 상당 시간 근무를 이어가는 것이 관행이었다. 이번 제도는 바로 이 '마감 후 업무 시간'을 효율화하여 퇴근을 앞당기는 방식이다.

 

또한, 직장인 고객을 위해 저녁 6시까지 문을 여는 'KB 9To6 Bank(나인투식스 뱅크)'와 인천국제공항지점 등 특수 영업점은 이번 조기 퇴근제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별도의 근무 스케줄을 적용받아, 고객 서비스 공백을 원천 차단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단순히 근무 시간을 줄이는 것을 넘어, 직원들이 일과 가정의 조화를 이루며 얻은 활력이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유연하고 효율적인 근무 환경 조성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KB국민은행의 결정으로 은행권 전반에 '근로시간 단축' 바람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미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들도 노사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통해 금요일 1시간 단축 근무 도입에 합의한 상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과거 은행원이라 하면 늦은 밤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 야근 문화를 떠올렸지만, 이제는 옛말이 되어가고 있다"며 "디지털 전환과 맞물려 은행의 업무 방식이 효율화되면서, 직원 복지와 생산성을 동시에 잡으려는 시도가 업계의 새로운 표준(New Normal)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요일 오후, 한 시간 더 빨리 시작되는 주말이 은행원들의 삶의 질을 어떻게 바꿔놓을지, 그리고 이러한 변화가 금융 서비스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질지 업계 안팎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OTT 환불 정책, 알고보니 독이었다

 OTT, 음원 등 디지털 구독경제가 일상화된 가운데, 소비자 보호를 위한 일률적인 중도 해지 환불 규정이 오히려 산업 생태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학계의 주장이 제기됐다. 서비스별 특성을 무시한 획일적 규제 대신, 산업의 자율성을 존중하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는 9일 열린 간담회에서 현행 환불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구독 서비스는 안정적인 수익을 예측하고 이를 기반으로 콘텐츠에 재투자하는 사업 모델인데, 무조건적인 일할 계산 환불이 보장될 경우 단기 혜택만 취하고 이탈하는 소위 '체리피커' 문제에 취약해진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사업자의 수익성을 악화시켜 장기적인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해외에서는 이미 디지털 구독 서비스의 특수성을 인정하는 추세다. 유럽연합(EU)은 스트리밍 같은 서비스는 환불 보장의 예외로 두고 있으며, 미국과 일본은 별도의 법률 없이 사업자의 약관에 따라 환불 여부를 결정한다. 이는 대규모 선투자가 필수적인 콘텐츠 산업의 특성을 고려한 접근 방식으로 평가된다.반면 국내에서는 이 문제를 방문판매법의 '계속거래' 개념으로 규율하고 있어 한계가 명확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해당 법은 이용 기간 내내 무제한 접근이 가능한 디지털 서비스의 본질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며, 법령상 해지권의 구체적인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시장에 혼란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다.특히 산업별로 상이한 비용 구조를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대규모 제작비가 선투입되는 OTT,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핵심인 게임, 기능 고도화가 중요한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 등 각기 다른 특성을 무시하고 동일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따라서 정책의 목표는 사업 모델을 획일화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가 불편 없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는 데 맞춰져야 한다는 대안이 제시됐다. 해지 방해나 숨은 갱신 같은 불공정 행위는 엄격히 규제하되, 가격 책정이나 상품 설계에 대해서는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업계 스스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가는 자율 규제 방식이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