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이란 여학교 폭격, 175명의 소녀들이 스러져갔다

 배움의 터전이 한순간에 아이들의 무덤으로 변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이 시작된 직후, 이란 남부의 한 여자 초등학교가 폭격으로 파괴되면서 최소 175명의 어린 학생이 목숨을 잃는 참극이 벌어졌다.

 

사건이 발생한 미나브시는 거대한 슬픔에 잠겼다. 지난 3일 열린 합동 장례식에는 수천 명의 추모객이 몰려 희생자들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자녀의 영정 사진을 끌어안고 오열하는 부모들과 관 위로 뿌려지는 사탕과 장미 꽃잎은 비극의 깊이를 더했다.

 


희생자의 수가 너무 많아 지역 영안실의 수용 능력을 초과했고, 차가운 냉동 트럭이 아이들의 시신을 임시로 보관하는 안타까운 상황까지 벌어졌다. 공동묘지에서는 수많은 주검을 한꺼번에 묻기 위한 거대한 구덩이가 파헤쳐졌다.

 

이번 폭격의 명분은 학교 인근에 위치한 이란 혁명수비대(IRGC) 시설이었다. 그러나 외신과 위성 이미지를 통해 확인한 결과, 학교는 군사 시설과 명확히 분리된 민간 건물이었으며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된 어떠한 징후도 발견되지 않았다.

 


국제 사회는 즉각적인 규탄 성명을 쏟아냈다. 유네스코는 "학습을 위한 공간에서 학생들이 살해된 것은 국제인도법에 대한 중대한 위반"이라고 비판했고, 노벨평화상 수상자 말랄라 유사프자이 역시 "미래의 꿈을 품고 학교에 가던 소녀들이었다"며 애도했다.

 

같은 날 이란의 수도 테헤란에 있는 또 다른 고등학교 역시 공습 대상이 되어 학생 2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쟁이 가장 취약한 아이들의 생명을 무차별적으로 앗아가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왕과 사는 남자'의 비극, KAIST 데이터는 알고 있었다

 최근 15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계유정난으로 왕위를 빼앗기고 유배된 소년왕 단종과, 그를 감시하게 된 촌장 엄흥도의 가슴 아픈 의리를 그리며 관객들의 심금을 울렸다. 그렇다면 한 나라의 왕마저 비극으로 몰아넣은 이 거대한 운명의 소용돌이를 과학은 어떻게 설명할까? KAIST 연구진이 조선왕조 500년의 빅데이터 속에서 그 답을 찾았다.KAIST 문화기술대학원 연구팀은 조선시대 관료 1만 4,600여 명의 경력을 분석해 개인의 '총성공지표'를 개발했다. 이 지표를 영화의 배경이 된 '계유정난' 시기에 적용하자, 데이터는 비정한 역사를 그대로 드러냈다. 쿠데타를 일으킨 수양대군(세조) 측에 섰던 인물들의 성공지표는 수직으로 급상승했지만, 반대편에 섰던 김종서와 같은 충신들은 물론, 최고 권력자였던 단종마저 모든 것을 잃고 유배되는 운명을 맞았다. 이는 개인의 능력이나 의지와는 상관없이, '정치적 격변'이라는 거대한 파도가 개인의 운명을 어떻게 결정짓는지를 명확히 보여준다.영화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든다. 왕이었지만 정치적 패배로 가장 비참한 곳까지 떨어진 단종과, 마을의 부흥을 꿈꾸던 평범한 촌장이었지만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왕을 돌보게 된 엄흥도의 만남. 이는 성공과 몰락이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이 속한 시대의 정치적 지형과 권력 관계에 의해 좌우된다는 연구팀의 분석과 정확히 일치한다.연구에 따르면 조선은 비교적 공정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지만, 세도정치 시기처럼 시스템이 붕괴하고 불평등이 극심해지자 쇠퇴의 길을 걸었다. 계유정난 역시 공정한 경쟁이 아닌, 무력으로 권력을 찬탈하며 시스템을 뒤흔든 사건이었다. 결국 영화 '왕과 사는 남자'의 흥행은, 시대를 초월하여 시스템의 공정성이 무너졌을 때 개인이 겪는 비극에 대한 깊은 공감대가 있음을 보여준다. 과학은 500년의 데이터를 통해, 영화는 한 편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같은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