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국·이란 핵 협상 극적 진전, 전쟁 위기 속 4차 회담 기약

 미국과 이란의 핵 협상이 벼랑 끝 대치 속에서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양국은 지난 2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3차 회담에서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으나, 협상의 끈을 놓지 않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로 했다. 중재자로 나선 바드르 알부사이디 오만 외무장관은 회담 직후 상당한 수준의 진전이 있었음을 시사하며 낙관적인 전망을 내비쳤다. 특히 다음 주 오스트리아 빈에서 핵과 금융 분야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술팀이 먼저 만나 세부 사항을 조율하기로 한 점은, 단순한 탐색전을 넘어 실무적인 합의 단계에 진입했음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신호로 풀이된다.

 

이란 측 협상단을 이끈 이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이번 회담을 역대 최고의 협상 중 하나로 꼽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평소보다 긴 6시간 동안 이어진 논의 과정에서 양측 모두 합의를 도출하려는 진지한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란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본부가 있는 빈에서 기술팀이 먼저 접촉한 뒤, 일주일 후 협상단이 다시 만나는 구체적인 일정까지 공개하며 협상 의지를 피력했다. 이는 미국의 강력한 군사적 압박이 가해지는 상황에서 외교적 해법을 통해 정권의 생존과 경제적 실리를 동시에 챙기려는 이란의 전략적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번 협상의 최대 쟁점은 우라늄 농축 허용 여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내에서 단 1%의 우라늄 농축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농축 제로' 원칙을 고수해 왔다. 반면 이란은 핵 주권을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팽팽히 맞서왔다. 이러한 교착 상태를 깨기 위해 이란은 핵 활동을 향후 수년간 중단하되, 의료 연구용으로만 1.5% 수준의 극저농축을 유지하는 타협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과거 오바마 행정부 시절 합의된 3.67%보다 훨씬 낮은 수치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오바마를 능가하는 외교적 승리'라는 명분을 제공하려는 이란의 승부수다.

 

미국 내부에서는 이번 회담을 군사적 행동에 나서기 전 이란에 부여한 마지막 기회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재 중동 지역에는 이라크 침공 이후 최대 규모의 미군 전력이 배치되어 있어, 협상이 틀어질 경우 언제든 무력 충돌로 번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 특사인 스티브 윗코프와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회담장에 직접 모습을 드러낸 것도 사안의 중대성을 뒷받침한다. 다만 이들은 회담 종료 후 이란이나 오만 측과는 달리 철저히 침묵을 지키고 있어, 이란의 제안이 트럼프 대통령의 눈높이를 충족시켰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협상 타결에 대한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이란이 핵시설 해체와 농축 우라늄 전량 이관이라는 미국의 핵심 요구사항을 완전히 수용할지는 여전히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회유책을 거부하고 추가적인 압박을 선택할 경우, 중동은 다시 한번 거센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위험이 크다. 이에 대해 JD 밴스 부통령은 최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공격을 결정하더라도 미국이 과거처럼 장기전의 늪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는 협상 결렬 시 즉각적인 고강도 타격이 뒤따를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결국 중동의 평화는 이란이 내민 '오바마 이상의 선물'을 트럼프 대통령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려 있다. 이란은 자존심을 일부 굽히면서도 실질적인 핵 개발 의사가 없음을 증명하려 애쓰고 있고, 미국은 압도적인 무력을 배경으로 완벽한 항복을 요구하고 있다. 다음 달 초 빈에서 열릴 기술팀 회의는 양측의 제안이 단순한 말잔치인지, 아니면 실제 이행 가능한 합의안인지 검증하는 무대가 될 것이다. 전 세계가 제네바에서 시작된 이 위험한 외교 게임이 파국이 아닌 평화로운 종착역에 닿기를 숨죽여 지켜보고 있다.

 

기름값 뛰자 식품업계에 불어닥친 구조조정 칼바람

 식품업계가 고유가, 고환율, 원자재 가격 급등이라는 전례 없는 '삼중고'에 신음하고 있다. 원가 부담이 임계점을 향해 치닫고 있지만,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막혀 가격 인상 카드조차 꺼내지 못한 채 내부적으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극한의 상황에 내몰렸다.중동발 정세 불안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서 모든 비용이 동시다발적으로 오르는 악순환이 시작됐다. 유가에 직접 연동되는 물류비와 석유화학 기반의 포장재 가격이 상승했고, 원재료의 8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적 한계는 고환율과 맞물려 원가 부담을 기하급수적으로 키우고 있다. 여기에 밀, 팜유 등 국제 곡물 및 유지류 가격마저 들썩이며 비용 압박을 가중시키는 중이다.이러한 원가 폭등은 기업들의 실적에 직격탄이 됐다. 롯데웰푸드, 오뚜기, CJ제일제당 등 주요 식품 기업들은 지난해 원가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영업이익이 급감하는 등 이미 '어닝 쇼크'를 경험했다. 매출이 늘어도 원재료비, 인건비 상승분을 감당하지 못해 수익성이 곤두박질치는 구조적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하지만 식품 기업들은 원가 부담을 소비자 가격에 전가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서민 생활과 직결되는 식품 가격 안정을 위해 사실상의 '가격 통제'에 나서면서, 기업들은 오롯이 비용 상승분을 떠안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가격 조정 여력이 완전히 막히면서 기업들은 생존을 위한 최후의 수단을 강구하기 시작했다.결국 기업들은 '구조조정'이라는 고강도 처방을 꺼내 들었다. 롯데웰푸드와 빙그레, 파리크라상 등은 잇따라 희망퇴직을 단행하며 인력 감축에 나섰다. 롯데칠성음료는 전국 생산 거점 중 2곳의 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으며, 매일유업은 자회사 흡수합병을 통해 중복 비용을 줄이는 등 조직 슬림화를 통한 비용 절감에 사활을 걸고 있다.현재의 위기 상황은 개별 기업의 문제를 넘어 식품 산업 전반의 연쇄적인 구조조정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원가 압박이 누적될 대로 누적된 만큼, 현재의 자구책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것이며 결국 제품 가격 인상 압력이 폭발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