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모아

AI 소라의 패륜?… 유관순 얼굴로 '방귀쇼'라니

제105주년 3·1절을 목전에 둔 시점, 숭고한 독립운동의 상징인 유관순 열사가 인공지능(AI) 기술에 의해 희화화되고 조롱거리로 전락하는 충격적인 사태가 발생했다. 최첨단 기술이 역사를 복원하는 도구가 아닌, '디지털 테러'의 흉기로 변질된 현장에 시민들의 공분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26일, 숏폼 플랫폼 틱톡(TikTok)에는 믿기 힘든 영상들이 연달아 게재됐다. 오픈AI의 최신 영상 생성 AI인 '소라(Sora)'로 제작된 이 영상 속 주인공은 다름 아닌 유관순 열사였다.

 


문제의 영상 내용은 엽기적이다 못해 참담하다. 열사가 방귀를 뀌며 "시원하다"고 말하는가 하면, 상반신은 열사, 하반신은 로켓인 기계장치가 되어 "유관순 방귀 로켓"을 외치며 우주로 날아간다. 심지어 열사가 일장기를 향해 애정을 구걸하다 "나 너 싫어"라고 거절당하는 장면까지 연출됐다.

 

영상 제작에 쓰인 원본 이미지는 서대문 형무소 투옥 당시 찍힌 수형 기록 카드 속 사진이다. 일제의 모진 고문으로 퉁퉁 부은 열사의 얼굴이 AI 기술을 통해 생동감 있게 움직이는 조롱거리로 재가공된 것이다. 해당 영상들은 하루 간격으로 업로드되며 도합 2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다.

 

단순한 장난으로 치부하기엔 사안의 무게가 너무나 무겁다. 독립을 위해 17세의 꽃다운 나이에 옥사한 열사를 악의적으로 모독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유관순 열사의 조카손녀이자 유관순열사기념사업회 천안지회장인 유혜경(61) 씨는 "가슴을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고통"이라며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유 씨는 "후손들은 열사의 업적에 누가 될까 행동거지 하나하나를 조심하며 숨죽여 살아왔는데, 국가적으로도 너무나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 벌어졌다"고 토로했다.

 

영상을 접한 시민 강모 씨(33) 역시 "나중에는 열사가 일장기에 경례하는 가짜 영상이 만들어져, 이를 실제 역사로 오인하는 사람들이 생길까 두렵다"며 우려를 표했다.

 


그동안 국내에서 AI 기술은 독립운동가의 흑백 사진을 컬러로 복원하거나, 그들의 목소리를 되살려 보훈 의식을 고취하는 긍정적인 도구로 활용되어 왔다. 그러나 이번 사태는 기술이 윤리적 통제를 벗어날 때 얼마나 잔인한 무기가 될 수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해외에서는 이미 유사한 진통을 겪고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는 마틴 루터 킹 목사가 인종차별적 언행을 하는 딥페이크 영상이 유포되어 파문을 일으켰고, 오픈AI는 관련 키워드 차단에 나섰다. 하지만 교묘하게 우회하는 생성물까지 완벽히 막아내기는 역부족인 실정이다.

 

더 큰 문제는 '역사적 사실의 왜곡'이다. 생성형 AI 특유의 '환각(Hallucination)' 현상은 역사 지식 전달 과정에서도 치명적인 오류를 낳고 있다. 실제로 챗GPT에 윤봉길 의사의 훙커우 공원 의거를 물으면, 물통 폭탄이 아닌 '도시락 폭탄'을 던졌다고 잘못된 정보를 답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3·1절은 순국선열의 희생을 기리고 그 뜻을 되새기는 날이다. 그러나 2024년의 우리는 AI가 만들어낸 가짜 역사와 조롱 섞인 콘텐츠를 걸러내야 하는 새로운 과제에 직면했다.

 

기술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윤리 의식과 규제 공백 속에서, 역사는 왜곡되고 위인은 희화화되고 있다. 플랫폼 차원의 강력한 제재와 더불어, AI가 생성한 역사 콘텐츠를 비판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사회적 논의가 시급해 보인다.

 

여성들은 '삭제'됐다…故 오요안나 사건 후 벌어진 일

 한 비정규직 방송인의 비극적인 죽음 이후, MBC가 내놓은 해결책은 문제의 '해결'이 아닌 '삭제'였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던 약속은 공허한 메아리가 됐다. 기상캐스터라는 직군 자체를 없애고, 그 자리에 정규직 남성을 앉히는 방식으로 논란의 소지를 원천 제거하려는 듯한 행보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이 사태의 시작은 2024년 9월, MBC 기상캐스터로 일했던 故 오요안나 씨의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생전 고인은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회사에 중재를 요청했지만, '비정규직'이라는 신분의 벽에 막혀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했다. 그의 죽음과 함께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자 MBC는 진상조사위를 꾸리고 1년 만에 공식 사과했다.그러나 사과 이후 MBC의 행보는 의아했다. 비정규직 처우 개선이 아닌, 기상캐스터 직군 자체의 폐지를 선택한 것이다. 기존 여성 기상캐스터들은 전원 계약이 종료됐고, 그 빈자리는 '기상분석관'이라는 새 직함의 남성 정규직으로 채워졌다. MBC는 그의 화려한 학력과 경력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전문성'을 내세웠지만, 이는 그간 여성들의 전문성을 애써 외면해 온 과거와 모순된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고인의 어머니 장연미 씨는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딸의 동료들이 좋은 환경에서 일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MBC와 협의했지만, 돌아온 것은 동료들의 해고 소식이었다"며 "문제의 원인을 해결하지 않은 방송사에 대한 원망과 고통이 크다"고 울분을 터뜨렸다.정치권과 노동계의 비판도 이어졌다. 토론회를 주최한 이용우 의원은 "방송사는 '비정규직 백화점'"이라며 "당사자의 목소리를 배제한 일방적인 결정"이라고 MBC를 직격했다. 권지현 방송작가유니온 지회장 역시 "부조리를 들여다보길 바랐더니, 아예 존재를 삭제해버렸다"며 방송계의 기형적인 고용 구조를 꼬집었다.결국 한 사람의 죽음으로 촉발된 비정규직 문제 해결 요구는, 해당 직군 여성 노동자들의 집단 해고와 정규직 남성으로의 대체라는 예상 밖의 결말로 귀결됐다. 이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외면한 채, 가장 손쉬운 방식으로 논란을 잠재우려 한 것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