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컵 하나에 스타벅스 매장이 마비, 대체 뭐길래?

 최근 며칠간 전국의 스타벅스 매장들이 이례적인 혼잡으로 몸살을 앓았다. 평소 사이렌오더(모바일 주문)로 한적하던 매장 내부에 긴 대기줄이 늘어서고, 직원들이 연신 동선 관리에 나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한정판 상품을 손에 넣기 위해 고객들이 특정 시간대에 한꺼번에 몰리는 이른바 '오픈런' 현상이 다시 한번 재현된 것이다.

 

이러한 진풍경의 중심에는 일본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 '베이프(BAPE)'와의 협업으로 탄생한 '베이비 마일로 리유저블 컵'이 있다. 매장별로 하루 30~40개라는 극소량만, 그것도 매일 오후 2시라는 정해진 시간에만 특정 음료 구매 시 제공되면서 소비자들의 소유욕을 극대화했다. 행사 마지막 날이 가까워지자 일부 고객들은 증정 시간보다 한 시간 이상 일찍부터 줄을 서는 등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이 한정판 컵의 인기는 온라인 중고거래 시장에서 즉각적으로 증명됐다. 행사 시작과 동시에 중고거래 사이트에는 컵을 되파는 '리셀(resell)' 게시물이 쏟아졌다. 음료 가격을 포함하면 약 6,000~7,000원에 얻을 수 있는 컵이 개당 1만 원은 물론, 희소성이 높은 색상의 경우 5만 원대에 거래되기도 했다. 이는 단순한 팬심을 넘어 '재테크' 수단으로까지 번진 현상을 보여준다.

 

소비자들이 이처럼 뜨거운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베이비 마일로' 캐릭터 자체의 귀여운 디자인에 매력을 느끼는 고객부터, 평소 '베이프' 브랜드를 좋아하던 팬들까지 다양한 수요가 몰렸다. 여기에 '지금이 아니면 구할 수 없다'는 한정판 특유의 희소성이 더해지면서 구매 경쟁에 불을 붙였다. 한 고객은 친구가 가진 컵이 부러워 점심시간을 쪼개 매장을 찾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스타벅스의 이러한 MD 중심 마케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스타벅스는 베이프와 협업해 가방, 키링 등 다양한 상품을 순차적으로 출시하며 소비자들의 '수집 욕구'를 자극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단일 제품이 아닌, 하나의 테마를 가진 여러 상품을 선보여 세트를 완성하려는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실제로 소셜미디어에는 이번 컵과 이전에 출시된 가방, 키링을 함께 인증하는 게시물이 이어졌다.

 

이처럼 스타벅스가 MD 상품 강화에 힘을 쏟는 배경에는 포화 상태에 이른 국내 카페 시장의 치열한 경쟁이 있다. 저가 커피 브랜드가 가성비를 무기로 공격적으로 세를 넓히고, 개인 카페들은 저마다의 특색으로 고객을 유혹하는 상황에서 음료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제 MD는 단순히 커피와 함께 파는 상품을 넘어, 브랜드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고객의 발걸음을 이끄는 핵심 경쟁력이 되었다.

 

'나이는 숫자일 뿐' 8강행 이끈 노장 투혼

지난 202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당시 한국 대표팀이 겪었던 아픔은 국내 야구팬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아 있었다. 처참한 실패를 맛보며 1라운드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셨던 그날의 기억은 한국 야구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이른바 황금세대의 퇴장을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했다. 김현수와 김광현 그리고 양의지 등 1987년에서 1988년생을 아우르는 스타 선수들이 대거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하면서 대표팀은 본격적인 세대교체의 격랑 속으로 빠져들었다.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체질 개선을 시도하며 재편된 2026년 WBC 대표팀 명단에 유독 눈에 띄는 이름들이 있었으니 바로 류현진과 노경은이었다.류현진은 39세 그리고 노경은은 무려 42세라는 현역 투수로서 최고령에 가까운 나이를 기록하고 있다. KBO 리그에서 여전히 훌륭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는 베테랑들이지만 과연 구위와 체력이 중요한 국제 무대에서도 그 통제력이 발휘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류지현 한국야구 대표팀 감독은 세간의 의구심을 단칼에 잘라냈다. 류 감독은 젊은 투수들의 멘토 역할을 위해 이들을 부른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첫째도 둘째도 오직 실력을 기준으로 선발했다고 거듭 강조하며 노장들의 발탁이 철저히 계산된 전략임을 내비쳤다. 실제로 WBC는 일반적인 리그 경기와는 전혀 다른 특수한 투구수 제한 규정이 존재한다. 1라운드에서는 투수당 최대 65개까지만 던질 수 있으며 투구수에 따른 의무 휴식일 규정도 매우 까다롭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100구 이상을 책임지는 정통 선발 투수보다 65구 내외로 3이닝에서 4이닝을 완벽하게 막아낼 수 있는 자원과 그 뒤를 이어 멀티 이닝을 소화해 줄 수 있는 투수의 가치가 급상승한다. 대표팀 기술위원회는 일찍이 류현진의 노련한 경기 운영 능력과 노경은의 전천후 멀티 이닝 소화 능력이 이러한 규정에 가장 적합한 전략적 자원이라고 판단했다.결과적으로 류지현 감독의 선택은 그야말로 신의 한 수가 되었다. 류현진은 지난 8일 열린 대만과의 운명적인 맞대결에서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그는 3이닝 동안 대만 타선을 단 1점으로 묶어두며 빅게임 피처로서의 진면목을 과시했다. 비록 홈런 한 방을 허용하기는 했으나 대량 실점 위기를 노련하게 넘기며 한국이 연장 10회까지 접전을 이어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결과는 4대 5의 석패였지만 류현진이 마운드에서 보여준 위압감은 왜 대표팀이 39세의 노장을 다시 불렀는지를 증명하기에 충분했다.진정한 드라마는 호주와의 경기에서 써 내려갔다. 일본과 대만에 연이어 패배하며 벼랑 끝에 몰린 한국은 호주를 상대로 반드시 승리해야만 8강 진출의 희망을 이어갈 수 있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선발 투수 손주영이 팔꿈치 불편함을 호소하며 단 1이닝 만에 마운드를 내려가는 돌발 악재까지 발생했다. 패배의 그림자가 짙게 깔린 순간 류지현 감독은 42세의 베테랑 노경은을 긴급 호출했다. 갑작스러운 등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노경은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2이닝을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틀어막는 천금 같은 호투를 선보이며 상대의 기를 꺾어놓았다.노경은이 멀티 이닝을 책임져준 덕분에 한국은 불펜 운영에 숨통을 텄고 결국 극적인 역전승과 함께 8강행 티켓을 거머쥐는 기적을 일궈냈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해묵은 격언이 그라운드 위에서 현실이 된 순간이었다. 젊은 선수들의 패기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었던 국제 대회의 중압감과 특수한 규정의 제약을 노장들의 노련함과 실력이 메워준 것이다. 팬들은 세대교체도 중요하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중심을 잡아주는 베테랑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달았다며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이제 시선은 이어지는 8강전으로 향하고 있다. 단판 승부로 결정되는 토너먼트의 특성상 경험 많은 노장 투수들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과연 류현진의 칼날 같은 제구력과 노경은의 헌신적인 투구가 8강 무대에서도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지켜낼 수 있을지 전 세계 야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르네상스의 끝자락에서 다시 한번 불꽃을 태우고 있는 이들의 역투는 한국 야구의 새로운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