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젠지 혁명' 2년 후, 방글라데시가 투표로 내린 심판

 2024년 학생 주도 시위로 15년간 이어진 셰이크 하시나의 철권통치가 막을 내린 방글라데시가 새로운 민주주의의 시험대에 올랐다. 지난 12일, 1억 2천만 명의 유권자들은 15년 만에 진정한 의미의 정권 교체를 이룰 첫 총선에 참여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이날 전국 4만 2천여 개 투표소는 이른 아침부터 유권자들로 붐볐다. 외신들은 2008년 이후 처음 투표에 참여한다는 시민들의 인터뷰를 전하며, 과거와 달리 훨씬 자유롭고 축제 같은 분위기 속에서 투표가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95만 명이 넘는 군경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배치된 가운데, 일부 지역에서 폭력 사태로 사상자가 발생하기도 했으나 전반적으로는 순조롭게 선거가 치러졌다.

 


이번 선거는 시위 유혈 진압의 책임으로 축출된 셰이크 하시나 전 총리가 이끌던 아와미연맹(AL)이 정당 등록 취소로 참여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옛 제1야당인 방글라데시민족주의당(BNP)의 압승이 일찌감치 예견된 선거였다. BNP는 300개의 지역구 중 292곳에 후보를 내며 정권 장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BNP가 승리할 경우, 17년간의 영국 망명 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말 극적으로 귀국한 타리크 라흐만 총재 대행이 차기 총리직에 오를 것이 확실시된다. 그는 빈곤층 지원, 총리 임기 10년 제한, 부패 척결 등을 공약으로 내걸며 변화를 갈망하는 민심을 파고들었다.

 


이번 총선과 함께 총리 임기를 2연임으로 제한하고 단원제 의회를 양원제로 바꾸는 내용의 헌법 개정안 국민투표도 동시에 진행됐다. 이는 하시나 정권과 같은 장기 독재의 재발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과도정부를 이끌어온 노벨평화상 수상자 무함마드 유누스는 "악몽을 끝내고 새로운 꿈을 시작하는 날"이라며 투표의 의미를 강조했다.

 

국제 사회는 이번 선거가 방글라데시 민주주의 재건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주목하고 있다. 다만, 압승이 예상되는 BNP 역시 과거 부패와 세습 정치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았던 만큼, 국민적 개혁 요구에 부응하는 새로운 정치를 보여줘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16년 질주 끝! 다카기 미호, 밀라노 찍고 은퇴 선언

일본 스피드스케이팅의 살아있는 전설이자 한국 팬들에게도 일본의 이상화로 친숙한 다카기 미호가 정든 빙판을 떠난다. 1994년생으로 올해 서른두 살인 다카기는 자신의 네 번째 올림픽 무대였던 2026 밀라노 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현역 은퇴를 공식 발표했다. 일본 매체 마이니치는 4일 다카기가 이번 시즌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마감하기로 했다고 보도하며 일본 열도가 전설의 퇴장에 깊은 아쉬움을 표하고 있음을 전했다.다카기 미호는 일본 동계 스포츠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독보적인 존재다. 지난 2010년 밴쿠버 올림픽 당시 만 15세의 나이로 일본 스피드스케이팅 사상 최연소 출전 기록을 세우며 화려하게 등장했던 그는 당시 슈퍼 중학생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비록 첫 올림픽에서는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으나 앳된 얼굴로 빙판을 가르는 그의 가능성은 일본 국민들에게 큰 희망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시련도 있었다. 2014년 소치 올림픽 출전 좌절이라는 아픔을 겪었지만 다카기는 이를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아 더욱 강력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 1500m 은메달과 1000m 동메달을 따낸 것은 물론 언니 다카기 나나와 함께 팀 추월 금메달을 합작하며 전성기의 시작을 알렸다. 이어 2022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1000m 금메달을 포함해 한 대회에서만 무려 4개의 메달을 휩쓸며 일본 동계 단일 대회 최다 메달 기록을 경신하는 기염을 토했다.최근 막을 내린 2026 밀라노 대회에서도 다카기의 전설은 계속됐다. 그는 1000m와 500m 그리고 팀 추월에서 각각 동메달을 추가하며 개인 통산 올림픽 메달 개수를 두 자릿수인 10개로 늘렸다. 이는 동계와 하계를 통틀어 일본 여자 선수 중 역대 최다 메달 기록이다. 다카기의 활약에 힘입어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총 24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역대 최다 기록을 갈아치우고 세계 5위라는 놀라운 성적으로 대회를 마쳤다.한 시대를 풍미했던 천재 소녀에서 이제는 빙판 위의 거장이 된 다카기는 자신의 소셜 미디어를 통해 직접 은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며칠 뒤 네덜란드 티알프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가 자신의 마지막 무대가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다카기는 티알프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하는 것은 제 오랜 꿈 중 하나였다며 이번 대회가 제 마지막 대회가 될 것이라고 적었다. 또한 모든 분께 감사드리고 작별 인사를 드리고 싶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결승선까지 최선을 다해 싸울 것이라는 비장한 각오를 덧붙였다.그의 은퇴 소식에 전 세계 스케이트 스타들의 헌사도 이어졌다. 이번 대회에서 이상화의 500m 세계 기록을 경신한 네덜란드의 펨케 콕은 당신은 나의 영감이다라며 다카기의 앞날을 응원했고 오스트리아의 바네사 헤어초크 등 동료 선수들도 그의 훌륭한 경력에 박수를 보냈다. 16년 동안 빙판 위에서 쉼 없이 달려온 전설의 마지막 질주를 앞두고 전 세계 빙상 팬들은 경건한 마음으로 그를 배웅할 준비를 하고 있다.다카기 미호가 남긴 10개의 올림픽 메달과 1500m 세계 신기록은 일본 스포츠 역사에 지워지지 않을 선명한 발자취로 남을 것이다. 천재 소녀로 시작해 거장이 되어 떠나는 그의 모습은 종목을 불문하고 도전하는 모든 이들에게 깊은 영감과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이제 다카기는 스케이트날을 벗고 새로운 인생의 트랙을 향해 나아갈 준비를 마쳤다.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는 그의 은퇴를 아쉬워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다카기 선수의 레이스를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거나 마지막까지 부상 없이 완주하길 바란다는 진심 어린 댓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일본 빙속의 한 시대를 상징했던 다카기 미호의 퇴장은 스포츠가 주는 숭고한 감동과 함께 우리 곁에 영원히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