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설 연휴 200% 즐기는 공연 꿀팁 공개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맞아 14일부터 18일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 기간에 가족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다채로운 공연들이 무대에 오른다. 단순히 쉬는 휴일을 넘어 가족 간의 정을 나누고 잊지 못할 추억을 쌓으려는 이들을 위해 대학로의 아기자기한 창작 뮤지컬부터 국립극장의 장엄한 전통 예술까지 장르별로 풍성한 성찬이 차려졌다.

 

먼저 젊음과 예술의 거리 대학로 일대는 가족을 소재로 한 따뜻한 창작 공연들로 연휴 관객을 불러모으고 있다. 서울 종로구 티오엠 1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로빈은 재난 이후 우주 벙커에 머무는 아버지와 사춘기 딸의 관계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방사능을 피해 지구를 떠났다는 SF적 장치를 활용하고 있지만 작품이 던지는 질문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극한 상황 속에서 가족은 어떻게 서로를 이해하고 지탱하는가라는 근원적인 물음을 던진다. 영상 기술과 서정적인 음악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무대는 젊은 관객층의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명절이 가족 간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시간이 되듯 작품 역시 갈등에서 출발해 이해와 화해로 나아가는 과정을 담아 연휴 분위기와 완벽하게 어우러진다.

 

어린 자녀와 함께라면 감동적인 서사가 돋보이는 작품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학로 링크아트센터드림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긴긴밤은 동명의 베스트셀러 그림책을 원작으로 한다. 멸종 위기 동물인 흰바위코뿔소와 어린 펭귄의 여정을 통해 연대와 희망의 메시지를 묵직하게 전한다. 화려한 볼거리에만 치중하는 대신 차분한 서사와 아름다운 음악으로 깊은 감동을 이끌어내는 것이 이 작품의 특징이다. 부모와 자녀가 공연을 본 뒤 생명의 소중함과 관계의 의미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점에서 명절 시즌 최고의 교육적인 선택지로 꼽힌다.

 

이미 대중성과 작품성을 검증받은 대형 웰메이드 작품들도 설 연휴 내내 관객을 맞이한다. 지브리 애니메이션의 전설적인 원작을 무대 위로 옮긴 뮤지컬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아날로그식 연출의 극치를 보여준다. 일본과 영국 런던, 중국 상하이를 휩쓴 오리지널 투어팀이 서울에 상륙해 뜨거운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800만 신들이 피로를 씻어내는 신비로운 온천장과 마녀 유바바의 세계에 던져진 소녀 치히로의 모험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성인 관객들의 동심까지 자극한다. 모든 무대 장치를 디지털 기술이 아닌 수작업과 아날로그 방식으로 재현해 지브리 특유의 감성을 생생하게 살려냈다.

 


화려한 시각적 재미를 추구하는 관객이라면 마곡동 LG아트센터와 한남동 블루스퀘어를 찾아가면 된다. LG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비틀쥬스는 지옥에서 쫓겨난 유령 비틀쥬스가 엄마를 잃은 소녀 리디아와 얽히며 벌어지는 소동을 그린 작품으로 상상력을 자극하는 기발한 무대 연출이 압권이다. 한남동에서 펼쳐지는 물랑루즈! 역시 1980년대 파리 몽마르뜨르의 캬바레를 배경으로 한 운명적인 사랑 이야기를 화려한 팝 음악과 춤으로 풀어내며 관객들의 시선을 압도한다. 두 작품 모두 영화를 원작으로 하여 대중에게 친숙하면서도 뮤지컬만이 줄 수 있는 생동감을 극대화했다.

 

설 명절의 정취를 가장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무대는 역시 전통 예술이다. 국립무용단은 13일부터 18일까지 서울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2026 축제를 선보인다. 이 작품은 국립무용단의 대표적인 명절 레퍼토리로 한 해의 세시풍속을 춤으로 풀어낸다. 정월대보름의 강강술래부터 한식의 살풀이춤, 단오의 군자지무, 추석의 보듬고, 그리고 동지의 고무악까지 우리 삶의 시간표를 무용수들의 아름다운 몸짓으로 무대 위에 펼쳐 보인다. 특정 줄거리를 따라가기보다는 전통 춤의 미학과 공동체적 정서를 집약해 보여준다. 장단이 고조될수록 무대를 채우는 군무의 에너지는 명절의 흥겨움을 더하고 한 해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아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설 당일인 17일에는 특별한 국악 잔치가 열린다.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마련한 설 마중 가세는 국악의 모든 정수를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종합 선물 세트다. 정악단의 우아한 궁중음악 수제천을 시작으로 민속악단의 흥겨운 비나리와 민요 연곡, 무용단의 화려한 부채춤과 판굿, 그리고 창극단의 단막 창극까지 구성되어 새해의 기운을 북돋운다. 국악원은 공연 당일 야외 마당에서 제기차기, 투호 등 다양한 전통놀이와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공연 관람과 체험이 결합한 이 행사는 명절 특유의 공동체적 분위기를 공연장 안팎으로 확장하며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에게 최고의 명절 나들이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설 연휴는 각양각색의 공연들로 인해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문화 명절이 될 전망이다. 가족과 함께 극장을 찾는 발걸음은 갈등을 씻어내고 서로를 이해하는 따뜻한 화해의 장이 될 것이다. 긴 연휴 기간 동안 도심 속 공연장에서 예술의 향기에 듬뿍 젖어보는 것은 새해를 시작하는 가장 활기찬 방법이 될 수 있다. 각 공연의 예매 상황과 시간표는 기상 상황이나 현장 사정에 따라 변동될 수 있으므로 방문 전 공식 홈페이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여성들은 '삭제'됐다…故 오요안나 사건 후 벌어진 일

 한 비정규직 방송인의 비극적인 죽음 이후, MBC가 내놓은 해결책은 문제의 '해결'이 아닌 '삭제'였다.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던 약속은 공허한 메아리가 됐다. 기상캐스터라는 직군 자체를 없애고, 그 자리에 정규직 남성을 앉히는 방식으로 논란의 소지를 원천 제거하려는 듯한 행보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이 사태의 시작은 2024년 9월, MBC 기상캐스터로 일했던 故 오요안나 씨의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생전 고인은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회사에 중재를 요청했지만, '비정규직'이라는 신분의 벽에 막혀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했다. 그의 죽음과 함께 이 사실이 세상에 알려지자 MBC는 진상조사위를 꾸리고 1년 만에 공식 사과했다.그러나 사과 이후 MBC의 행보는 의아했다. 비정규직 처우 개선이 아닌, 기상캐스터 직군 자체의 폐지를 선택한 것이다. 기존 여성 기상캐스터들은 전원 계약이 종료됐고, 그 빈자리는 '기상분석관'이라는 새 직함의 남성 정규직으로 채워졌다. MBC는 그의 화려한 학력과 경력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전문성'을 내세웠지만, 이는 그간 여성들의 전문성을 애써 외면해 온 과거와 모순된다는 지적을 피하지 못했다.지난 5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고인의 어머니 장연미 씨는 참담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딸의 동료들이 좋은 환경에서 일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MBC와 협의했지만, 돌아온 것은 동료들의 해고 소식이었다"며 "문제의 원인을 해결하지 않은 방송사에 대한 원망과 고통이 크다"고 울분을 터뜨렸다.정치권과 노동계의 비판도 이어졌다. 토론회를 주최한 이용우 의원은 "방송사는 '비정규직 백화점'"이라며 "당사자의 목소리를 배제한 일방적인 결정"이라고 MBC를 직격했다. 권지현 방송작가유니온 지회장 역시 "부조리를 들여다보길 바랐더니, 아예 존재를 삭제해버렸다"며 방송계의 기형적인 고용 구조를 꼬집었다.결국 한 사람의 죽음으로 촉발된 비정규직 문제 해결 요구는, 해당 직군 여성 노동자들의 집단 해고와 정규직 남성으로의 대체라는 예상 밖의 결말로 귀결됐다. 이는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외면한 채, 가장 손쉬운 방식으로 논란을 잠재우려 한 것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