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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를 왜 봐?' 더 드라마 같은 최가온의 금메달 질주

 대한민국의 17세 소녀가 눈 위에서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는 기적을 쏘아 올렸다. 2008년생 여고생 스노보더 최가온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스키 역사상 최초의 금메달을 획득하며 올림픽 역사를 새로 썼다. 단순한 승리가 아니었다. 두 차례의 뼈아픈 추락을 딛고 일어선 드라마틱한 역전승에 주요 외신들도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13일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파크에서 열린 여자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결선은 그야말로 최가온의 인간 승리 전시장이나 다름없었다. 최가온은 이날 경기에서 90.25점을 기록하며 88.00점에 그친 스노보드 여제 클로이 김과 85.00점의 오노 미츠키를 제치고 당당히 시상대 맨 위에 올라섰다. 이번 금메달은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첫 금메달이자, 한국 스키와 스노보드를 통틀어 동계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수확한 금빛 메달이다.

 

미국 NBC 스포츠는 경기 직후 한국의 10대 최가온이 추락 악재를 딛고 자신의 우상 클로이 김의 올림픽 하프파이프 3연패를 저지했다고 보도했다. NBC는 이번 경기가 올림픽 스노보드 역사에 남을 충격적인 결과로 기록됐다며 최가온의 활약을 집중 조명했다. 특히 최가온이 1차 시기와 2차 시기에서 잇따라 넘어지는 위기를 겪었음에도 마지막 시기에서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해 90.25점을 뽑아낸 대역전극에 놀라움을 표시했다.

 


이 매체는 최가온이 세운 기록의 의미를 상세히 분석했다. 최가온은 올림픽 스노보드 금메달을 획득한 최초의 한국 여자 선수라는 타이틀과 함께, 과거 미국의 레드 제라드가 세웠던 17세 227일의 기록을 갈아치우며 역대 최연소 올림픽 스노보드 챔피언(17세 101일)이라는 전설적인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영국 공영방송 BBC 역시 최가온의 등장을 대대적으로 알렸다. BBC는 역대 최고의 여자 하프파이프 스노보더인 클로이 김과 그 뒤를 잇는 젊은 후계자 최가온이 시상대에 나란히 선 장면을 묘사했다. 많은 이들이 클로이 김의 전무후무한 3연패를 예상했지만, 밀라노의 여왕이 된 것은 결국 최가온이었다고 전했다.

 

특히 BBC는 최가온의 강인한 정신력에 주목했다. 1차 시기에서 추락한 뒤 한동안 일어나지 못해 사실상 결승이 끝난 것처럼 보였으나, 최가온은 끝내 몸을 털고 일어나 마지막 3차 시기에서 전 세계 관중들을 매혹시켰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스노보드계에서 유망주로 입에 오르내리던 최가온의 이름이 이제는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는 스타가 되었음을 강조했다.

 

미국 USA 투데이와 뉴욕 타임스 등 다른 유력 매체들도 최가온의 금빛 질주를 긴급 타전했다. USA 투데이는 두 차례나 추락했음에도 세 번째 런이 올림픽 금메달로 이어진 과정에 경이로움을 표했다. 첫 번째 추락 당시 현지 중계진조차 부상을 우려하며 경기를 포기하는 것 아니냐는 예측을 내놓았으나, 최가온은 포기라는 단어를 몰랐다. 두 번의 실패 후 당당히 우승을 차지한 최가온의 근성에 미국 언론들도 혀를 내둘렀다.

 


사실 최가온의 이번 금메달 여정은 가시밭길이었다. 결선 1차 시기에서 크게 미끄러지며 단 10점에 그쳤을 때만 해도 메달권 진입은 불가능해 보였다. 이어진 2차 시기마저 연기 도중 실수가 나오면서 분위기는 급격히 가라앉았다. 하지만 마지막 3차 시기에서 최가온은 보란 듯이 반전을 만들어냈다. 공중에서 화려한 기술들을 완벽하게 소화해내며 착지까지 깔끔하게 성공시키자 전광판에는 90.25점이라는 고득점이 찍혔다.

 

우상이었던 클로이 김을 넘어선 최가온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첫 올림픽이자 첫 메달을 금메달로 따게 돼 너무 행복하다는 소감을 밝혔다.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가 지켜보는 압박감 속에서 두 번의 실패를 극복하고 일어선 그의 모습은 전 세계 스포츠 팬들에게 깊은 울림을 선사했다.

 

최가온의 이번 우승은 단순히 한 개인의 영광을 넘어 한국 동계 스포츠의 지평을 넓힌 사건으로 평가받는다. 그동안 빙상 종목에 치우쳐 있던 한국의 동계 스포츠 경쟁력이 설상 종목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것을 17세 고등학생이 전 세계에 증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이제 최가온은 한국 스노보드의 간판을 넘어 전 세계가 주목하는 새로운 눈 위의 여왕으로 우뚝 섰다.

 

"157km 강속구 쾅" 홍원빈, 멈추지 않는 야구 본능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팬들에게는 그야말로 자고 일어나니 들려온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소식이다. 지난해 스스로 유니폼을 벗으며 은퇴를 선언했던 우완 파이어볼러 유망주 홍원빈이 멕시칸리그 구단과 계약을 체결했다는 공식 발표가 나오면서 야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구단조차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던 돌발 상황에 호랑이 군단의 당혹감이 역력한 가운데, 157km의 강속구를 앞세운 그의 행보가 다시 한번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멕시칸리그 소속 팀인 도스 라레도스는 4일 구단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한국 출신 오른손 투수 홍원빈을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구단 측은 그가 KBO리그와 호주 프로야구리그에서 뛴 풍부한 경험을 갖춘 선수라고 소개하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정작 원소속팀이었던 KIA는 이번 계약 소식에 어리둥절한 모습이다. 구단 관계자는 이번 결정이 선수 본인의 선택이며 사전에 교감된 내용이 없었다고 밝혀 사실상 홍원빈의 독자적인 행보였음을 시인했다.홍원빈은 덕수고 시절부터 압도적인 피지컬과 빠른 공으로 주목받았던 대형 유망주였다. 2019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1라운드 전체 10순위라는 높은 순위로 KIA에 입단했을 때만 해도 광주 마운드의 미래를 책임질 재목으로 꼽혔다. 비록 고질적인 제구 난조로 인해 퓨처스리그에서 고전하기도 했지만, KIA는 그의 잠재력을 믿고 군 복무 이후에도 꾸준히 기회를 부여했다. 특히 2025년 시즌을 앞두고는 1군 스프링캠프에 합류시켜 시속 150km가 넘는 광속구를 직접 확인하며 육성에 공을 들였다.그러나 계속되는 성적 부진과 심리적 압박 속에 홍원빈은 돌연 공을 놓기로 결심했다. 2025년 시즌 막바지 구단에 은퇴 의사를 전달한 것이다. 당시 구단 관계자들이 만류했지만, 야구가 아닌 다른 길을 걷겠다는 선수의 의지가 워낙 강해 결국 임의해지 수순을 밟고 작별을 고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홍원빈은 야구 공부를 위해 미국 유학길에 오르는 것으로 알려지며 그의 야구 인생 1막이 내린 듯 보였다.반전의 서막은 지난 1월 미국 유명 야구 아카데미인 트레드 애슬레틱의 영상에서 시작되었다. 야구 공부를 하러 갔다던 홍원빈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이 지켜보는 쇼케이스 자리에서 여전히 힘찬 투구 폼으로 공을 던지는 모습이 포착된 것이다. 당시 전광판에 찍힌 최고 구속은 무려 97.4마일, 우리 기준으로 시속 156.7km에 달했다. 90마일 후반대의 싱커와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뿌려대는 그의 모습은 은퇴한 선수의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완벽하게 준비된 상태였다.영상이 화제가 된 후 홍원빈은 귀국해 구단과 면담을 가졌지만, 복귀에 대한 구체적인 합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가장 큰 걸림돌은 신분 문제였다. 현재 임의해지 상태인 홍원빈은 KBO리그 규정상 공시일로부터 1년이 지나기 전에는 국내 리그 복귀가 불가능하다. 또한 KBO와 협정이 맺어져 있는 미국 메이저리그나 일본 프로야구 무대에서 뛰는 것 역시 KIA의 허가 없이는 불가능한 구조다. 만약 이를 허용할 경우 제도적 허점을 악용하는 사례가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KIA로서도 쉽게 문을 열어줄 수 없는 처지였다.하지만 멕시칸리그는 달랐다. 멕시칸리그는 현재 KBO와 별도의 선수 협정이 체결되어 있지 않아 임의해지 신분인 홍원빈이 계약을 맺고 뛰는 것을 막을 법적 장치가 없다. KIA 구단 관계자 역시 제도적으로 멕시칸리그 진출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점을 인정했다. 결국 홍원빈은 국내 복귀가 막힌 1년의 시간을 멕시코라는 낯선 땅에서 실전 감각을 유지하며 재기를 노리는 승부처로 삼은 셈이다.이번 홍원빈의 행보는 KIA 타이거즈 입장에서는 아쉬우면서도 묘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비록 과정은 매끄럽지 않았지만, 구단이 애지중지 키웠던 1라운더 유망주가 야구를 포기하지 않고 157km의 강속구를 여전히 던지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홍원빈이 멕시칸리그에서 제구 문제를 해결하고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임의해지 기간이 끝나는 1년 뒤 다시 광주 챔피언스 필드 마운드에 서는 그림도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물론 여전히 시선은 엇갈린다. 구단과의 약속을 뒤로하고 독자적으로 타 리그 진출을 선택한 방식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자신의 야구 인생을 걸고 멕시코라는 험지로 떠난 젊은 투수의 절실함이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는 지켜볼 일이다. 멕시칸리그는 타자 친화적인 리그로 알려져 있어 투수들에게는 매우 가혹한 환경이다. 여기서 홍원빈이 살아남아 한 단계 성장한다면, 그는 단순히 빠른 공만 던지는 유망주가 아닌 진짜 투수로 거듭날 수 있다.현재 야구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홍원빈의 멕시코행을 두고 뜨거운 토론이 벌어지고 있다. 팬들은 여전히 150km 중후반을 던지는 투수가 아깝다며 멕시코에서 제발 제구 잡고 돌아오라는 응원과 함께, 구단을 당황시킨 행보에 대해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1라운더 전체 10순위의 재능이 멕시코 벌판에서 꽃을 피울 수 있을지, 아니면 일회성 해프닝으로 끝날지 야구계의 모든 시선이 그를 향하고 있다.KIA 구단 역시 앞으로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방침이다. 임의해지 권리를 보유하고 있는 만큼 홍원빈의 미래는 결국 1년 뒤 다시 KIA와의 대화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멕시칸리그에서 그가 어떤 성적을 거두느냐에 따라 KIA의 태도도 달라질 수 있다. 한때 공을 놓았던 파이어볼러의 기묘한 역수출 드라마가 과연 해피엔딩으로 끝날 수 있을까. 멕시코로 향하는 홍원빈의 어깨에 그의 야구 인생 2막과 KIA의 미래 투수진 구상이 동시에 걸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