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신라 금관 6점 사상 최초 전시..다음 전시는 10년 뒤

천 년 전 신라의 찬란한 황금 문화를 상징하는 국보급 금관 6점이 한자리에 모였다는 소식에 경주가 들썩이고 있다. 국립경주박물관이 지난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개최를 기념해 야심 차게 준비한 신라 금관 특별 전시에 지금까지 무려 25만 명의 관람객이 다녀가며 역대급 흥행 기록을 써 내려가고 있다. 박물관 측은 이번 전시의 뜨거운 열기를 확인한 만큼, 10년 뒤인 2035년에 다시 한번 금관들을 소집하겠다는 파격적인 약속을 내걸었다.

 

11일 국립경주박물관에 따르면 '신라 금관, 권력과 위신'이라는 타이틀로 열린 이번 특별전은 지난해 11월 2일 대중에게 공개된 이후 이달 9일까지 총 25만 1,052명이 관람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2,500명이 넘는 인파가 황금의 광채를 확인하기 위해 박물관을 찾은 셈이다. 박물관 관계자들은 전시가 마무리되는 이달 22일까지 누적 관람객 수가 3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며 들뜬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번 전시가 이토록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이유는 단연 희소성 때문이다. 지금까지 발견된 신라 금관 6점과 금허리띠 6점을 모두 한 장소에서 감상할 수 있는 전시는 건국 이래 이번이 처음이다. 교과서에서나 보던 유물들을 한눈에 비교하며 감상할 수 있다는 소식에 전국 각지에서 관람객이 몰려들었다. 여기에 정치권발 화제성도 한몫했다. 일반 공개 직전, 이재명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를 위해 한국을 찾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한 사실이 알려지며 신라 금관은 단숨에 '국가 대표 유물'로 급부상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감탄했다는 금관의 실물을 직접 보기 위해 박물관 입구에는 이른 아침부터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는 이른바 오픈런 현상까지 나타났다. 쏟아지는 인파에 박물관은 안전을 위해 하루 관람 인원을 제한하고, 당초 지난해 12월 종료 예정이었던 전시 기간을 두 달가량 연장하는 결단을 내렸다. SNS에는 눈부신 금관 사진과 함께 '인생 전시'라는 후기가 끊임없이 올라오며 바이럴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이번 전시의 성공을 발판 삼아 신라 금관을 박물관의 핵심 브랜드로 육성하겠다는 중장기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금관 6점을 한자리에 모으는 대형 전시를 10년 주기로 정례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다음 전시는 2035년으로 예고됐다. 차기 전시에서는 단순히 머리띠 형태의 금관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당시 사람들이 머리에 쓰던 쓰개로서의 기능과 입체적인 미학을 조명할 예정이다. 또한 국내 금관뿐만 아니라 해외에 소장된 금관들까지 모두 모으는 글로벌 스케일의 전시를 구상하고 있다.

 


이러한 경주박물관의 움직임은 최근 국립박물관들이 저마다 독보적인 브랜드 유물을 내세워 지역 거점 박물관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추세와 궤를 같이한다. 광주박물관의 도자문화관이나 부여박물관의 백제금동대향로처럼, 경주박물관 역시 신라 금관이라는 독보적인 콘텐츠를 통해 세계적인 박물관으로 도약하겠다는 계산이다. 경주 지역 사회 일각에서는 서울과 청주 등에 흩어져 있는 금관 6점을 아예 경주박물관으로 상시 귀속시켜야 한다는 강력한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초호화 금관 전시가 자주 열리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신라 금관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 박물관이 1순위로 대여를 원하는 귀한 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전시가 끝나자마자 금관들은 다시 전국과 세계 각지로 흩어진다. 금관총 금관은 오는 3월 양산시립박물관으로, 금령총 금관은 9월 청도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긴다. 해외 나들이도 예정되어 있다. 프랑스 파리의 기메 아시아예술박물관은 올여름 '신라, 황금과 신성함' 전시를 통해 신라의 미를 유럽에 알릴 예정이며, 가을에는 중국 상하이박물관에서도 신라 특별전이 열린다.

 

황금의 나라 신라가 남긴 가장 찬란한 유산인 금관 6형제의 서울, 경주, 청주 연합 정모는 이제 불과 열흘 남짓 남았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 6점을 한꺼번에 보려면 꼬박 10년을 기다려야 한다. 천 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우리 앞에 나타난 황금빛 위엄을 직접 확인할 마지막 기회다. 이번 주말, 역사상 가장 화려한 작별 인사가 펼쳐지는 경주로 발걸음을 옮겨보는 것은 어떨까. 30만 명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눈부신 광채가 증명해 줄 것이다.

 

세계의 금고 '두바이'가 멈췄다…아시아 금 시장 대혼란

 중동에서 벌어진 전쟁의 불똥이 전 세계 금 시장의 심장부를 강타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글로벌 금 유통의 핵심 허브인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 국제공항이 사실상 폐쇄되면서 금괴 수송이 전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두바이는 단순한 중동의 도시가 아니다. 전 세계 금 유통량의 20%, 즉 5분의 1이 거쳐 가는 '금의 대동맥'이다. 아프리카에서 채굴된 금이 정제되는 곳이자,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금괴 물류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이 핵심 통로가 막히면서 글로벌 귀금속 공급망 전체가 마비될 위기에 처했다.항공편 운항이 일부 재개됐다는 소식이 들려왔지만, 금 거래업자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 부패하기 쉬운 신선 화물이 최우선으로 처리되면서, 한 번에 1조 원이 넘는 가치를 실어 나를 수 있는 금괴는 여전히 활주로에 발이 묶인 신세다. 한 금 거래업자는 "현재 비행기로 운송되는 금은 거의 없다"며 사태가 장기화될 것을 우려했다.공급 부족의 신호는 가장 먼저 아시아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세계 2위 금 수입국인 인도가 직격탄을 맞았다. 전쟁 이전까지 국제 시세보다 할인된 가격에 거래되던 인도 현지 금값은 공급길이 막히자마자 런던 시세와 같은 수준으로 폭등했다. 물류 대란이 장기화될 경우, 아시아 전역에서 금 가격이 걷잡을 수 없이 치솟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이번 사태는 금뿐만 아니라 은 시장에도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다. 특히 최근 개인 투자자들의 수요가 폭증하며 10년 만에 재고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중국 시장이 문제다. 런던에서 중국으로 향하던 은 수송이 막히면서, 가뜩이나 불안하던 은 가격의 변동성이 극대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전쟁 발발 이후 국제 금값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이미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었다. 여기에 물리적인 공급망 붕괴라는 최악의 변수가 더해지면서, 귀금속 시장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