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모아

‘그림자 스펙’ 학벌, 언제까지 발목 잡을 건가

 채용 시장에서 지원자의 출신학교를 평가하는 관행이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 시민단체 교육의봄이 발표한 조사 결과는 이러한 현실을 수치로 보여준다. 인사담당자 10명 중 7명 이상이 채용 과정에서 학벌을 고려하고 있으며, 이는 많은 취업 준비생이 느끼는 ‘학벌의 벽’이 단순한 체감이 아님을 증명한다.

 

학벌 정보는 주로 서류 전형이라는 채용의 가장 초기 단계에서부터 강력한 필터로 작동한다. 인사담당자들은 출신학교를 통해 지원자의 학문적 성취도 자체보다는 ‘업무 수행 태도에서의 책임감과 성실성’이나 ‘빠른 학습 능력’ 등을 추론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학벌이 개인의 역량을 증명하는 객관적 지표가 아닌, 태도를 가늠하는 손쉬운 대리 지표로 활용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흥미로운 지점은 학벌을 평가하는 태도에서 세대 간의 뚜렷한 인식 차이가 발견된다는 점이다. 인사 경력이 10년 이상인 고참급 관리자일수록 출신학교를 중요하게 여기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반면, 3년 미만의 저연차 담당자들 사이에서는 회사 방침과 무관하게 학벌을 보지 않아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러한 경향은 채용 문화의 변화 가능성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실제로 변화의 요구는 내부에서도 감지된다. 전체 응답자의 70% 이상이 출신학교 정보를 보지 않고도 지원자의 역량을 검증할 수 있는 대체 수단이 마련된다면 이를 적극 도입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학벌 중심의 낡은 채용 관행이 비효율적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으며, 새로운 평가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의 움직임이 실질적인 제도로 이어지기까지는 한계가 명확하다. 현행 고용정책기본법이 출신학교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고는 있지만, 처벌 조항이 없어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채용 과정에서부터 학력 정보를 요구하거나 활용하는 행위 자체를 금지하고,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의 ‘채용절차 공정화법’ 개정안 통과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교육계와 시민사회는 출신학교가 개인의 순수한 능력보다는 가정 배경이나 사교육 접근성 등 외부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결과물이라는 점을 지적한다. 따라서 이를 채용의 잣대로 삼는 것은 불공정의 악순환을 심화시킬 뿐이라는 비판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300개가 넘는 단체가 참여한 국민대회가 열리는 등, 출신학교 차별을 법적으로 근절하려는 사회적 움직임은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중동 전쟁 장기화 시나리오, K-뷰티 수출길 막히나

 중동 지역에 감도는 전운이 수출 호조를 이어가던 K-뷰티 산업에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충돌로 세계의 화약고인 중동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당장의 직접적인 피해보다는 유가, 물류, 환율이라는 3대 복합 위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일단 업계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부분의 주요 화장품 기업들은 중동 지역의 매출 비중이 크지 않아 현 사태가 실적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선을 긋는다. 미국과 일본 등 주력 시장이 건재한 만큼 단기적인 충격은 없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하지만 진짜 문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작된다. 화장품 산업은 원료 수입과 제품 수출의 해외 의존도가 절대적인 구조다. 중동 사태가 장기화되어 국제 유가가 급등하면, 이는 곧바로 운송비와 석유화학 기반 원료 및 포장재 비용의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는 K-뷰티의 가격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뒤흔들 수 있는 핵심 위협 요소다.특히 세계 원유 수송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 고조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힌다. 해협 봉쇄나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해상 운임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물류망 자체가 마비될 수 있다. 이는 단순히 비용 문제를 넘어 K-뷰티 제품의 글로벌 공급망 전체를 위협하는 사태로 번질 수 있다.업계는 이러한 '장기 위험'에 대비해 비상 모니터링 체제에 돌입했다. 아모레퍼시픽, CJ올리브영 등 주요 기업들은 원자재 수급 상황과 물류 동선, 환율 변동성을 실시간으로 점검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단기적 영향이 없다는 판단과 별개로, 잠재적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하는 모습이다.결국 관건은 사태의 '장기화' 여부다. 갈등이 단기에 봉합된다면 K-뷰티 업계는 한숨 돌릴 수 있겠지만, 위기가 지속될 경우 유가와 물류발 비용 상승이 전 세계적인 소비 심리 위축과 맞물려 산업 전반의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