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모아

美 선수가 넘어졌는데… 김길리만 잡은 '불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혼성 2000m 계주 준결승이 열린 10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 한국 대표팀의 결승행 티켓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날아온 불운으로 인해 손에서 미끄러져 나갔다.

 

사고는 레이스 중반인 12번째 바퀴에서 발생했다. 선두권을 맹추격하던 상황, 1위를 달리던 미국의 커린 스토더드가 코너를 돌다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바로 뒤에서 속도를 올리며 추격하던 김길리(성남시청)는 미처 피할 새도 없이 스토더드와 정면으로 충돌하며 빙판 위에 고꾸라졌다.

 

뒤따르던 최민정이 급히 터치를 이어받아 역주를 펼쳤지만, 이미 벌어진 격차를 좁히기엔 역부족이었다. 한국은 결국 조 최하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경기 직후 한국 대표팀의 김민정 코치는 즉각 심판진에게 다가가 강력하게 항의했다. 미국 선수의 귀책사유로 발생한 충돌인 만큼, 피해를 본 한국 팀에게 '어드밴스(구제 조치)'를 적용해 결승 진출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심판진의 판정은 냉정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규정에 따르면 어드밴스는 충돌 등 불가항력적인 상황 발생 시, 해당 팀이 '결승 진출이 가능한 순위(1, 2위)'를 유지하고 있었을 때만 부여된다. 심판진은 충돌이 일어난 그 순간, 한국이 3위를 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규정상 구제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김 코치는 "김길리가 넘어질 당시 미국 선수와 거의 동일 선상을 만들었기에 2위권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생각했다"며 소청 절차를 밟으려 했으나, 심판진은 "상황은 안타깝지만, 한국은 명백한 3번 포지션이었다"며 판정 번복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결국 심판진은 공식 이의 제기에 필요한 사유서와 공탁금(100달러)조차 받지 않고 상황을 종료했다.

 

김민정 코치는 믹스트존 인터뷰에서 "억울하다기보다는 운이 없었다. 심판이 어드밴스를 줬어도, 안 줬어도 말이 나올 수 있는 애매한 상황이었다"며 "오심이라고 주장하기엔 무리가 있어 결과를 받아들인다. 계속 항의하다 경고를 받는 것보다 남은 경기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고 아쉬움을 삼켰다.

 

충돌의 여파로 김길리의 부상 우려도 제기됐다. 김 코치는 "김길리의 오른팔 전면이 많이 까져 출혈이 있고, 얼음에 눌려 손이 부은 상태"라며 "정밀 검사가 필요하지만, 언니 오빠들의 격려 속에 안정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비록 첫 메달 사냥에는 실패했지만, 대표팀은 빠르게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김 코치는 "선수들이 혼성 계주 준비를 잘해왔기에 아쉬움이 크지만, 아직 개인전과 여자 계주가 남아있다. 막내 김길리가 잘 이겨내고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 믿는다"며 남은 일정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

 

썩을 대로 썩었다…감사원이 밝힌 대한체육회의 총체적 부실

 대한민국 스포츠의 심장부인 대한체육회가 회장 한 사람의 전횡 아래 감시와 견제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된 채 운영되어 온 충격적인 실태가 드러났다. 감사원 감사 결과, 폭력·성범죄 전과자가 버젓이 지도자로 활동하고, 국가대표 선발은 공정성을 잃었으며, 막대한 예산이 방만하게 쓰인 사실이 확인됐다.가장 심각한 문제는 선수 인권 보호 시스템의 완전한 붕괴다. 폭행이나 성범죄로 지도자 자격이 박탈된 222명이 아무런 제재 없이 학교와 훈련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범죄 경력 조회를 의무화하는 제도가 6년간 방치된 결과다. 심지어 학교 폭력 가해 선수 152명 역시 별다른 제재 없이 각종 대회에 참가한 것으로 밝혀졌다.국가대표 선발 과정은 ‘그들만의 리그’였다. 선발 방식과 평가를 책임지는 경기력향상위원 등 70명이 자신의 직위를 유지한 채 국가대표 지도자로 지원해 선발되는 이해충돌이 비일비재했다. 선발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 절반 이상은 보고조차 되지 않았고, 자격 미달 지도자가 선발되는 사례도 다수 적발되는 등 공정성은 실종됐다.선수촌 운영과 훈련 지원 역시 주먹구구식이었다. 전 선수촌장이 특정 종목의 입촌 훈련을 1년간 막는 등 자의적 결정이 난무했고, 국외 훈련비가 일괄 취소돼 국제 교류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수천억 원을 들여 지은 진천선수촌 훈련장 대부분은 연간 이용률이 50%를 밑도는 등 시설 활용도도 낙제점이었다.이 모든 문제의 중심에는 이기흥 전 대한체육회장의 독단적인 운영이 있었다. 이 전 회장은 정관을 위반해 이사회와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측근들로 채웠고, 주무 부처인 문체부와 협의도 없이 예산 규정을 바꿔 행사성 예산을 대폭 늘리는 등 체육회를 사유화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감사원은 이 전 회장의 비위 행위를 재취업 등에 활용하도록 문체부에 인사자료로 통보하고, 상임감사제 도입 등 강력한 내부 통제 시스템 마련을 요구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단체라는 자율성 뒤에 숨어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대한체육회의 총체적 부실이 만천하에 드러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