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17만 명 홀린 베니스 화제작' 드디어 한국에서 본다!

전 세계 건축학도들과 예술 애호가들의 심장을 뛰게 했던 베니스의 뜨거운 열기가 서울의 중심 종로로 옮겨왔다. 지난해 제19회 베니스비엔날레 국제건축전에서 무려 17만 명 이상의 관람객을 동원하며 역대급 흥행 기록을 세웠던 한국관 전시가 7개월간의 긴 여정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온 것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미술관은 세계적인 시사 매거진 모노클이 꼭 봐야 할 전시 중 하나로 손꼽았던 두껍아 두껍아: 집의 시간 귀국전을 2월 6일부터 4월 5일까지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시는 단순한 결과 보고를 넘어선다. 베니스 현지에서 한국관을 찾았던 관람객 비율은 전체의 55%를 상회할 정도로 압도적이었으며, 이는 한국관 역사상 전례 없는 성과였다. 이러한 글로벌 찬사의 중심에 있었던 정다영, 김희정, 정성규 예술감독과 김현종, 박희찬, 양예나, 이다미 등 젊은 건축가들이 다시 뭉쳐 아르코미술관 제1·2전시실을 한국관의 숨결로 가득 채웠다.

 

전시의 모티프가 된 것은 우리에게 익숙한 전래 동요 두껍아 두껍아다. 건립 30주년을 맞이한 베니스 한국관을 하나의 집으로 재해석한 이번 프로젝트는 고정된 벽돌 건물을 넘어 변화와 재생을 거듭하는 유기적인 공간으로서의 건축을 탐구했다. 특히 눈여겨볼 점은 인간의 시선이 아닌 나무, 땅, 하늘, 바다, 심지어 한국관을 지키는 고양이 무카 같은 비인간적 존재들을 화자로 내세웠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기후 위기와 공간의 시간성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한층 더 유연하고 상상력 넘치는 시각으로 풀어냈다.

 


5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다영 감독은 이번 귀국전을 베니스 전시의 과정을 재맥락화한 보고전 형식이라고 정의했다. 제1전시실에서는 한국관의 탄생과 역대 전시 자료들을 한데 모은 아카이브 작업을 선보이며 관람객들을 시간 여행으로 초대했다. 제2전시실에서는 베니스 현장의 설치물을 그대로 옮겨오는 대신, 그 작업이 탄생하기까지의 고뇌와 제작 과정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방식을 택했다. 이는 완성된 결과물만큼이나 그 과정에 담긴 예술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대 미술의 흐름과 닿아 있다.

 

참여 작가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왜 이 전시가 베니스에서 그토록 주목받았는지 알 수 있다. 이다미 작가는 덮어쓰기, 덮어씌우기 작업을 통해 한국관 건축의 시간을 다층적으로 들려주었다. 그녀는 건축가의 역할이 단순히 건물을 짓는 것을 넘어 공간이 품고 있는 기억을 전달하는 중간자임을 다시금 확인시켜 주었다. 박희찬 작가의 나무의 시간은 한국관 설계의 핵심 조건인 나무에 반응하는 건축적 장치를 선보였다. 베니스에서 직접 채집한 빛과 그림자, 바람의 감각을 드로잉과 영상으로 되살려내어 관객들이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경계를 체험하게 했다.

 

미래를 향한 발칙한 상상력도 돋보였다. 김현종 작가는 새로운 항해를 통해 한국관 옥상을 모두에게 열린 전망대로 제안했다. 이는 폐쇄적인 국가관의 경계를 허물고 미래 세대를 위한 연대의 가능성을 상상한 작업으로 평가받는다. 김 작가는 한국관의 옥상을 미래를 향한 질문을 던지는 공간으로 새롭게 바라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를 기획한 김희정 큐레이터는 한국관이 탄생할 당시의 세 가지 전제, 즉 기존 요소 보존, 지면 훼손 금지, 철거 용이성에 주목했다. 이러한 제약 속에서 건축가들이 어떤 창의적인 해법을 내놓았는지 살펴보는 것이 이번 전시의 핵심 관전 포인트다. 작가들의 치열한 고민의 흔적은 전시장에 설치된 언폴딩 아카이브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된다.

 

아르코미술관은 전시 기간 중 아티스트 토크와 한국관 건축 강연 등 다채로운 연계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관람객들은 리빙 아카이브를 통해 전시의 의미를 직접 되새기고 창작자들과 소통할 기회를 얻게 된다. 30년이라는 세월 동안 타지에서 한국의 건축 정신을 지켜온 한국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 맞이할 미래의 시간을 서울 한복판에서 마주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번 전시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세계를 매료시킨 한국 건축의 정수가 담긴 이번 전시는 예술이 어떻게 공간을 기억하고 기록하는지를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가 될 것이다. 베니스의 햇살과 바람을 품고 돌아온 두껍아 두껍아: 집의 시간은 올봄 가장 뜨거운 예술적 영감을 선사할 준비를 마쳤다. 건축이 단순히 사는 곳이 아니라 시간과 기억을 공유하는 존재임을 깨닫고 싶은 이들이라면 이번 주말 아르코미술관으로 발걸음을 옮겨보는 것이 좋겠다.

 

통합은 OK, 돈은 나중에? 정부와 광주·전남의 동상이몽

 40년 넘게 이어져 온 광주·전남 행정통합 논의가 마침내 입법의 문턱을 넘어서며 현실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전남광주 통합특별법'을 통과시키면서, 오는 7월 통합특별시 출범을 향한 여정이 본궤도에 올랐다. 지역의 미래를 건 거대 담론이 선언을 넘어 구체적인 제도 설계 국면으로 전환된 것이다.이번에 행안위를 통과한 특별법은 새롭게 출범할 통합시에 서울특별시에 준하는 행정적 위상을 부여하고, 폭넓은 재정 분권을 보장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거쳐 이달 말 본회의에서 최종 처리될 예정이며, 통과 시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 초대 통합특별시장을 선출하는 절차가 진행된다.통합의 실질적인 권한을 담보할 특례 조항은 일부 반영, 일부 제외라는 성적표를 받았다. 광주시와 전남도가 통합의 필수 조건으로 요구했던 핵심 특례 31건 중 19건이 법안에 담겼다. 신재생에너지 사업 허가권 확대, 수산자원 개발 권한 이양 등 에너지·산업 분야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도 분명하다. 인공지능 클러스터 조성을 위한 전기료 차등요금제, 개발제한구역(GB) 해제권 등 지역의 미래 성장 동력과 직결된 핵심 권한 다수가 이번 법안에서 제외됐다. 특히 지역에서 가장 기대했던 '4년간 20조 원' 규모의 구체적인 재정 지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고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의무화한다'는 선언적 수준에 그친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는 법안의 상임위 통과를 환영하면서도, 핵심 특례가 일부 누락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 시·도지사는 "통합은 국가균형발전의 새로운 모델"이라며 오는 7월 통합특별시의 역사적 출범을 반드시 실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재확인했다.정부는 재정 지원의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대해 내년도 예산안 골격이 나오는 6~7월까지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설 연휴 직후 본회의에서 특별법을 신속히 처리해 통합 절차를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방침이어서, 남은 입법 과정과 정부의 후속 조치에 지역의 모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